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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침해소 청춘뉘우스

대기업 취준생 “비유학파는 웁니다”

100대기업 문턱 여전히 높아…특별함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골머리'

(이미지=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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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고용률 42.2% 시대. 20대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취업난’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힘든 것은 ‘좁은 취업의 문’뿐만이 아니다.

“꿈보다는 편안함만을 찾아 고시에만 매달린다”, “중소기업에서는 일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취준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이 때로는 취업 경쟁률보다 매섭다. 그러나 취준생들도 할 말이 있다. 취준생들의 애환과 고민에 대한 이해 없이 사회적 통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억울하다. 우리 주변에는 취업이라는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평범한 20대가 있다.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하루를 살고 있는 20대의 일상과 고민을 통해 취준생들의 ‘현재’를 함께해본다. [편집자주]


(사진=이데일리, 연합뉴스, 삼양그룹 홈페이지)

‘CJ’ ‘LG’ ‘삼성’ ‘현대’ ‘SK’ ‘KT’ ‘금호아시아나’ ‘P&G’ ‘포스코’ ‘삼양그룹’

취업준비생 이소영(22)씨가 지난 한 달 동안 지원한 10곳의 기업이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다.

소영씨는 위처럼 누구나 알만한 100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초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4개월 동안 지원한 10곳 중 여덟 군데는 서류탈락, 두 곳은 인적성 검사에서 탈락했다. 지인들은 “아직 시작단계니 그만하면 괜찮은 결과”라고 위로하지만 마음은 조급하다.

소영씨는 국내 상위권 10위 내 대학이라는 학벌에 4.3에 가까운 높은 학점, 토익 985점의 어학점수와 한국사, 컴활1급 등 필수 자격증을 갖췄다. 해외인턴과 국내기업 인턴 경험까지 있다. 흔히 대학생이 갖춰야 할 5대 스펙(학벌·학점·외국어·자격증·인턴)으로 무장했지만, 소영씨에게 100대기업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 유학파에 밀리는 국내파
소영씨는 지난 4개월간 시도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이유가 ‘스펙이 평범하기 때문’이라 평가했다. 취업시장엔 날고 기는 인재들이 많아 기본적인 5대 스펙을 갖춘 것만으로는 별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주요 10대기업 뿐 아니라 100대기업, 1000대기업 중에서도 복지 좋고 평판 좋은 회사들은 모든 취준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렇다 보니 소위 말하는 ‘해외파 엘리트들’이 대거 지원한다. ‘면접에 가보니 나만 국내파더라’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소영씨는 “어딜 가든 학벌과 스펙이 더 뛰어난 사람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을 나왔지만 대기업 공채에서 유리한 편은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한다. 특히 기업이 해외대학 출신을 선호한다고도 보고 있다. 국내에서 할 수 없는 신선한 경험을 갖췄고, 남다른 인맥을 가진 덕분이다.

소영씨는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지만 서류에서 번번이 탈락하니 한계를 느낀다”며 “출발점부터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자료=잡코리아)

 

◇갈수록 까다로운 자기소개서… “하루종일 골머리”
소영씨는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데 보내고 있다. 8시간 넘게 한 문항도 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취업준비의 기본인 ‘자기소개서’가 소영씨는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기업이 원하는 자기소개서가 진정한 자기소개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번은 ‘진짜 보통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들만 지원해주세요’라는 문장을 보고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살면서 가장 열정적으로 해본 경험에 대해 과정과 결과를 포함해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와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영씨는 “취준생 대부분이 학교 열심히 다니며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로 학비나 용돈을 벌며 살았다”며 “이 나이에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이뤄내거나 특별한 능력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20대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묻기만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 할 수 있는 배낭여행, 아르바이트, 해외봉사 등의 경험을 대기업에서는 식상하게 본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영씨는 “기업들이 누구나 겪는 일을 특별한 경험처럼 부풀려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나니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쉬울 것 같은 지원동기를 쓰는 일도 예상과 다르다. 각 기업, 직무마다 원하는 인재상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롭게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직무를 잘 파악할 뿐 아니라 본인의 특성을 회사에 맞게 녹여야 하니 한 사람 당 공채 시즌에만 자기소개서를 50개 정도를 써야 하는 일도 생긴다.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이소영씨. (사진=스냅타임)

 

◇ 쌓아온 스펙이 아깝지만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해볼까”
소영씨는 요즘 9급공무원 시험으로 노선을 틀지 고민 중이다. 주변에서 공부한 게 아깝다며 말리고 스스로도 쌓아온 스펙이 아깝다. 하지만 올해 안에 취업이 힘들다면 더 늦기 전에 안정적인 길을 찾고 싶은 마음이다. 9급 공무원시험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져 쉽지 않겠지만, 대기업 취업만큼 막막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이 걱정이 크다. 그는 “특히 대기업은 나이도 스펙이라는데 1년, 2년 지나다보면 좋은 시기를 다 놓칠 것만 같아 더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가고 싶은 곳은 100개가 넘는데 갈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으니 차라리 공무원 시험이 나을 거란 생각이다. 소영씨는 “전문가 첨삭을 받아도 대기업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며 “공무원 시험은 적어도 본인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어 덜 막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부터 시작하라고?…모르고 하는 소리”
소영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주변의 시선이다. 100대 기업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소영씨에게 “왜 중소기업은 안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9급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고민하니 “편안한 길만 찾으려 한다”는 핀잔도 있었다.

소영씨는 “무조건 작은 기업을 피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100대 기업을 원하는 것은 내 미래를 고민했기 때문”이라며 “합격한 중소기업에 대해 알아보니 기업문화, 임금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들이어서 이런 곳에서 배울 게 있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20대들은 경력에 도움이 되거나 체계가 갖춰진 곳이라면 중소기업이라도 갈 의향이 있다”며 “인프라는 없이 무조건 중소기업에 가라는 말은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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