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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웹툰의 재탄생 – 안나라수마나라

마술을 믿지 못하는 어른에게

(사진=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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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재탄생한 안나라수마나라

 

(사진=네이버 웹툰 ‘안나라수마나라’)

 

(사진=위로컴퍼니)

 

기간: 2017/08/01~2018/10/21

시간: 월 - 공연없음/ 화,수,목,금 - 5시/ 토,일 - 3시

장소: 대학로 위로홀

문의: 070-8600-8342

가격: 전석 30,000원 *관람연령: 만 10세 이상

기획: 위로컴퍼니

 

 

나는 예술을 사랑한다. 그중에서도 음악, 공연, 웹툰, 영화는 특히 사랑한다. 그런데 공연과 웹툰을 함께 즐길 수 있는데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하일권 작가의 <안나라수마나라>를 재구성한 연극이라니!

원작 웹툰이 워낙 뛰어난 작품이었기에 내용적인 면은 단연코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원작의 독특한 기법과 극적인 효과, 배경 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였다.

기대 반과 걱정 반의 마음으로 연극 <안나라수마나라>를 만났다.

 

 

웹툰과 연극 어떻게 다를까

 

# 한정된 무대, 뛰어난 활용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는 흑백으로 이뤄져 있다. 꽃, 빛, 입술 등 특정 부분에만 색을 넣어 강조하는데 이러한 기법이 마술의 ‘환상적인’ 느낌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버려진 유원지에서 마술사 ‘ㄹ’이 주문을 외는 순간 보라빛의 불이 켜지는 장면은 <안나라수마나라>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사진=네이버 웹툰 ‘안나라수마나라’)

 

이 외에도 돈으로 접은 계단을 만들어 여주인공 ‘윤아이’의 가난함을 표현하거나 인물의 그림을 움직여 쳐다보는 시선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다.

 

(사진=네이버 ‘안나라수마나라’ 웹툰)
(사진=네이버 ‘안나라수마나라’ 웹툰

 

 

그렇다면 연극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 있을까?

연극 <안나라수마나라>는 한정된 무대를 학교, 여자 주인공(윤아이)의 집, 학교 등 다양한 장소로 이용해야 했다. 그래서 무대의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사진=스냅타임)

 

마치 미술 작품처럼 색색의 벽과 포토그램이 들어가 있다.

무대 위엔 아무런 소품도 없는 휑한 모습이다. 무대 뒤엔 다양한 공간이 숨겨져 있고 서랍처럼 의자, 책상 등을 빼고 꺼낼 수 있다. 책상과 의자를 꺼내 학교가 되기도 하고 마술사 ‘ㄹ’이 지내는 서커스 천막 안이 되기도 한다.

 

(사진=스냅타임)

 

무대의 활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명을 사용해 등장인물의 떨림을 표현하거나 신비로움을 담아낸다.

위에서 설명했던 명장면은 색색의 조명을 활용해  표현했다.

또한 등장인물의 독백이 많은 웹툰처럼 해설, 배경음 등을 이용해 연극의 분위기를 더 고조시켰다. 장면이 변환될 때마다 극장이 암전되고 다양한 배경음이 흘러나오는데 노래가 굉장히 좋았다. 잔혹 동화 같은 느낌이어서 몰입도가 더 올라갔던 것 같다.

 

(사진=스냅타임)

 

# 실제 마술쇼가 눈앞에서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는 중간마다 ‘ㄹ’이 마술을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무대 위 배우는 실제 마술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사진=스냅타임)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열어보니 없어져 있기도 하고 텅 빈 모자에서 인형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마술쇼에 비하면 기본적인 마술일지도 모르지만, 연기와 병행하며 노력했을 배우들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연극 내내 관객들은 박수갈채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웹툰과 같은 느낌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현실의 마술은 역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두길 바란다.

웹툰은 독자조차 ㄹ이 진짜 마술을 부리는 마술사인지 자신이 진짜 마술사라 믿고 싶은 사람인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결말까지도 의견이 분분했을 정도다.)

그래서 윤아이가 “어쩌면 ㄹ은 진짜 마술사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연극은 이러한 공감까지 이끌어낼 순 없다. 대신 관객에게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 줄어든 ‘나일등’의 역할

 

‘나일등’은 <안나라수마나라>의 복병이다. 극 중 캐릭터의 프로필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전교 1등을 도맡아 하고 얼굴도 잘생겨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다. 잘생겼다는 설정이지만 화면 속 얼굴은 다소 비정상적이다.

이는 부유한 상위층을 희화화 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이자 후에 ‘나일등’의 감정 변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웹툰의 말미에 본래의 얼굴이 드러나는데 틀을 깨고 ‘꿈’을 갖게 됨을 뜻한다.

 

(사진=네이버 ‘안나라수마나라’ 웹툰)

 

나일등은 사실상 주위 환경에 의해 꿈을 잃어가는 어른의 모습을 가장 잘 투영하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론 윤아이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웹툰은 주인공인 윤아이, ㄹ뿐만 아니라 나일등의 생활, 생각에도 초점을 맞춰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독백 장면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연극에선 나일등에 초점이 맞춰진 장면 대부분이 빠졌다.

그래서 나일등이 왜 법관, 의사 등의 안정적인 꿈을 버리고 “마술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게 됐는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지내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등이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연극 <안나라수마나라>는 나일등의 분량을 줄이는 대신 윤아이와 ㄹ의 얘기에 집중한다.

 

(사진=스냅타임)

 

 

# 1인 다역 멀티맨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는 엑스트라마저 대충 만들지 않았다. 각각의 역할이 있고 이는 극의 흐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주요 인물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대략 12명 정도다.

그런데 연극 <안나라수마나라>의 배우는 4명이다.

 

(사진=스냅타임)

 

그 중 세 명이 ㄹ, 윤아이, 나일등을 맡으면 남은 배우는 한 명.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멀티맨’이다. 나일등이 웹툰 <안나라수마나라>의 복병이었다면 연극 <안나라수마나라>의 복병은 멀티맨이라 할 수 있다.

 

사회부터 엑스트라 인물 전부를 도맡아 하는 멀티맨은 자칫 암울할 수 있고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를 재밌게 풀어낸다. ㄹ이 “예쁘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넌 또다시 오게 될 거야. 이미 내 마법에 걸렸으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오글거린다”고 대놓고 말하며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관객에게 말을 걸고 체험을 유도하기도 한다.

 

(사진=스냅타임)

 

하지만, 때로는 원작이 주는 명대사와 명장면의 감동을 상쇄시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는 연극이 전반적으로 개그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재미는 주되 극의 말미엔 좀 더 원작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는 것에 집중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마술(MAGIC) = 꿈(DREAM)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누군가 이러한 질문을 건넨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NO’라고 답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질문을 한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할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이 커버린 어른에게 ‘마술’은 ‘산타할아버지’처럼 어린아이나 믿는 환상에 불과할 테니까.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어린 아이였을 땐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던 ‘마술’을 우리는 언제부터 믿지 못하게 된 걸까?

 

이 원초적인 물음은 <안나라수마나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바로 ‘꿈(dream)’이다.

 

소방관, 대통령, 탐정, 가수, 파워레인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것들까지 모두 ‘꿈’이었던 어린 시절의 우리는 어른이 돼가며 안전함, 돈, 회사의 크기 등 현실적인 것에 타협해 꿈을 잃어간다.

마술을 믿지 못하게 된 어른은 꿈을 잃은 어른을 뜻한다. 그래서 <안나라수마나라>는 철없는 어른이 되라고 말한다. 지지 말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하라는 게 아니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만큼 하고 싶은 일도 하라는 거지”라며.

 

 

<안나라수마나라>는 우리에게 사실 이렇게 물었던 게 아닐까?

 

“당신, 꿈을 믿습니까?” 

 

 

 

tabo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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