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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 기성세대는 되고 우리는 안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올해 졸업할 예정인 이지영(24·여)씨는 이번 축제가 학생으로서 즐기는 마지막으로 축제다. 그래서 이씨는 공강임에도 학교로 향했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노랫소리와 음식 냄새가 이씨

를 반겼다. '이제 이 축제도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에 이씨는 더 열심히 축제를 즐겼다.


그런데 밤이 되자 지금까지의 축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운동장을 환하게 비추던 주점이 없어진 것이다. 매년 15개 이상씩 운영했던 주점은 3개로 줄었고, 그마저도 안주만 판매했다.


축제 2주 전 교육부에서 날라온 하나의 공문 때문이다. 주세법 위반으로 자격증 없이 주류를 '판매하는 행위'가 불법이어서 주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씨와 이씨의 친구들은 주점이 없어져 텅 빈 운동장을 마지막으로 학교를 벗어나야 했다. 마지막 축제의 밤을 뒤로 한 채 학교 밖의 술집으로 향하던 이씨는 생각했다.


 
"그동안 잘만 해놓고 이제 와서 왜 금지시키는 거야?"

 

 

(이미지=스냅타임)


 




# 다 즐겨 놓고 이제 와서..

"여태까지 잘하다가 왜 하필 지금 금지하는지 모르겠어. 억울하기도 해. 불법이니까 이제라도 없어져야 한다는 분들을 보면 '자기들은 다 즐겨 놓고'라는 생각이 들어."




국세청과 교육부의 '주점 금지'는 앞서 말했듯, 대학 주점이 주세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생들은 대부분 '이제 와서?'라는 반응이다.



지현우(21·남) 씨도 그렇다. 지씨는 30년이 넘도록 문제 없이 진행됐던 주점을 올해부터 금지하는 것이 당황스럽고 억울하다. 재수를 하고 대학에 입학할 때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축제의 주점이었기 때문이다. 



 

지씨는 "솔직히 말하면 즐길 거 다 즐겨 놓고, 본인들 차례가 끝나니 '없애는 게 맞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기성세대도 위법이었던 문화를 관행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누리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씨는 "법을 위반한 건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했지만 이어 "고작 2~3일, 길어봤자 4일인데 일년에 한번 있는 대학교 축제를 너무 과하게 규제하는 것 같다"며 

"지역축제처럼 대학 축제도 법적으로 인정해줄 순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주점 없는 대학가, 누구를 위한 겁니까?

"'주점 없는 대학가 만들자, 술 마시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사와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술을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데. 우리는 북적거리는 주점의 분위기, 주점에서 만드는 추억을 잃고 싶지 않은거거든."






2년 전에 대학교를 졸업한 강지혜(27·여)씨도 대학 축제에서 주점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강씨는

"술 판매를 못하는 주점은 음식점에 지나지 않고 술을 사오는 것도 번거롭기 때문에 학생들이 근처 술집을 이용하지, 주점을 이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주점만이 내는 분위기, 주점이 주는 추억, 주점을 통해 걷어들일 수 있는 학생회비 등은 사라지고 주변 상권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술 없는 대학가를 만들자'는 의견에 대해선 "이번 사건의 경우 술 판매만 금지고 사와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애초에 술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인성, 주사 문제지 대학 주점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사건 사고와, 대학생은 아직 미성숙하다는 이유 때문에 대학 주점을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나 주점에서 술을 먹을 때,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보단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 이유불문, 대처 없는 일방적 통보는 아니지!

"일단 축제를 2주 앞두고 통보한게 제일 문제야. 축제 준비만 몇 달인데 갑자기 주점 안된다고 하면 술 다 사놓고 준비한 애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는거지. 주점 없는 축제의 밤은 또 어떻게 꾸미고? 적어도 대처할 시간은 줬어야 하지 않나 싶어."






 

무엇보다 학생들이 불만을 느낀 부분은 교육부의 일방적인 '통보'다. 주점은 오랜 시간 대학 축제에 깊게 뿌리 내린 문화다. 주점을 즐기기 위해 축제를 오는 학생들도 많다.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학생회는 1년을 준비하고 각 학과는 축제 몇 달 전부터 재료 구매, 조 편성 등을 진행한다.



 

학생회의 일원인 최정훈(27·남)씨는 갑작스러운 공문에 대해 "법을 위반했으니 단속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몇 달 전에 전달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이어 "이미 준비를 다 해 놨는데 축제 2주 전에 공문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주점을 대신할 방안을 마련한다든가, 새로운 이벤트를 계획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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