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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농부 편견 딛고 농업 유튜버 될래요”





“농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했지만 여학생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여학생이 한 과에 7명일 정도로 적은데다, 집안 빚을 떠안고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과연 농업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편견에 회의감까지 들었죠”



전북 김제시에서 고구마 농장을 운영하는 강보람(25)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강보람 고구마’ 브랜드를 내놓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나날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힘든 시간을 이겨 낸 그는 향후 농업 유튜버로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지난 3일 김제에 있는 강 대표의 농장을 찾았다.



강보람 대표가 전북 김제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고구마 농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스냅타임)


◇고구마 연구소 실습이 ‘터닝포인트’

강 대표의 부모님은 IMF때 김제로 내려와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비닐하우스에 보온 덮개를 씌워서 고구마를 저장했다. 그러나 폭설로 하우스가 무너지면서 고구마가 모두 냉해를 입고 썩어버렸다. 이 일로 강 대표의 부모님은 5억원의 빚을 지게 된다. 강 대표가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던 시기였다.



강 대표는 부모님의 권유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경험한 실습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터닝포인트였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고구마연구소에 실습 나갔다가 꿀고구마(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를 접목한 일본 고구마)라는 품종을 알게 됐어요. 먹어봤는데 맛있어서 다음 해에 심었어요. 당시 그즈음에 꿀고구마 열풍이 불었고 수익을 많이 올렸어요. 이때부터 진정한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강 대표의 꿀고구마 농사는 매년 성장했다. 2015년에는 4억원, 2016년에는 6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고, 지금은 재배 규모를 줄여 6억원대의 연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강 대표의 농장 규모는 7만여평에 이른다.



사업이 성장하는 만큼 사람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그는 “‘어디까지 더 성장할 거냐’ ‘이 집 고구마의 특별한 점은 도대체 뭐냐’ 이 같은 질문들이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강보람 대표가 글쓰기 공모전에 참가해 받은 상장들이 자택 한쪽 벽면에 가득차 있다.(사진=스냅타임)


◇보람찬 하루하루…유튜브 활동도 열심

강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보람차고 기쁜 날이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일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어서다.



그의 일과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 때에 따라서는 새벽 5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오후 6시까지 농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택배 작업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한다. 특히 강 대표는 유튜브 채널 ‘보람찬농부’를 운영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이를 위해 강 대표는 주기적으로 영상을 올린다. 그 결과 지금은 20편의 영상이 ‘보람찬농부’에 올라와 있다. 영상 소재는 강 대표의 고구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복분자주, 오디, 매실청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서 복분자주 만들기, 오디 농사 소개, 매실청 담그기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동영상은 강 대표가 직접 만든다. ‘보람찬농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동영상을 만드는 데 9시간을 쏟았다. 요즘에는 나름의 편집 방향과 기술이 생긴 덕에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강 대표는 유명한 농업 유튜버를 꿈꾼다. 그는 “10대, 20대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농업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그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앞으로 할 일”이라고 밝혔다.



강보람 대표가 전북 김제의 자신의 농장에서 고구마 농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스냅타임)


◇“농촌은 기회의 땅…마을 공동체 기여할 것”

그는 “농촌은 아낌없이 주는 부모님과 같아서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한다. ‘농촌생활을 통해 힐링한다’는 내용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른다.



강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했다. 학교에 나가서 강의를 하며 선생님이, SNS에 글을 쓰면서 작가가, TV와 유튜버에 출연하면서 리포터가 돼봤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농업 관련 공모전에 관심이 많다. 자택에 걸린 수많은 상장은 공모전에 대한 그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그는 앞으로 마을 어르신과 ‘계약 재배’를 해서 마을 공동체의 발전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농번기에 동네 어르신들을 고용하고 자신은 마케팅에 전념해 ‘상부상조’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전주대에서 무역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전문 농업경영인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끈기’를 꼽았다. 강 대표는 “농사는 기다림이다. 성과를 낼 때까지는 1년이 걸린다. 농업도 창업인 만큼 귀농귀촌을 꿈꾼다면 3년은 버틸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강보람 대표가 전북 김제 자신의 고구마밭에서 고구마를 수확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강보람 대표)


[박태진 기자, 김영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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