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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문외한, '월 1500만' 파티셰로



(사진=스냅타임)


김보람(24)씨는 매월 1500만원 이상을 번다. 고작 만 스물넷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삼은 ‘김보람 초콜릿’으로.



그는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천재형 별종’도,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도 아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군대 전역 후 막막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평범한 20대였다.



게다가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초콜릿에 남다른 관심이 보이거나 수많은 초콜릿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초콜릿 덕후’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3년 만에 유명 수제 초콜릿 전문점의 대표가 됐다.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열정을 향한 20대의 비꼼이 무색하게 김씨는 초콜릿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 타고난 재능은 물론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도 당연히 없었다.



 

무작정 만들기 시작해…“돈 없어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죠”

“애초에 실패할 생각 하고 도전했어요. 하고 싶으니까 ‘일단 하고 보자’고 생각했죠.”



김씨는 군 전역 후 취업박람회에서 마주한 초콜릿의 매혹적인 자태에 반했다. 무작정 그런 초콜릿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그는 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시판 초콜릿을 녹여봤는데 역시 안 되더라”며 “일단 초콜릿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방을 찾아갔지만 돈이 없어 초보과정까지밖에 못 들었다”고 털어놨다. 

일주일에 2시간씩 총 8번. 김씨가 초콜릿을 누군가에게 배운 경험은 이게 전부다. 이후 김씨는 인터넷, 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스스로 초콜릿을 탐구하고 지식을 얻었다.



수제 초콜릿을 흉내낼 정도가 됐을 때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다른 사람이 내가 만든 초콜릿을 먹어주면 좋겠다’는 목표로 이어졌다. 김씨는 이번에도 행동부터 했다.



8개월간 쉬지 않고 플리마켓으로

“초보자가 수제 제품을 팔 수 있는 곳이 플리마켓 밖에 없거든요. 아시죠? 좌판 쫙 늘어놓은 곳. 일단 가서 무조건 팔았어요.”



초콜릿 만드는 것도, 판매하는 일도 미숙했던 초기의 결과는 참담했다. 김씨는 “하루에 한 개도 못 파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교통비, 재료비를 충당하지 못한 날이 절반 이상인 셈”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를 몰랐다. 아르바이트로 재료비를 충당하고, 초콜릿을 만들었다. 주말이면 23kg이나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초콜릿 200여병이 든 28인치 캐리어를 끌고 플리마켓으로 향했다. 인천에서 홍대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2시간 거리를 한 주도 쉬지 않았다.



“거의 무수입에 가까웠지만 쉬지 않고 플리마켓에 나갔어요. 8개월 정도를 그렇게 다녔네요.”



 

김보람 초콜릿 중 아몽드쇼콜라의 모습이다.(사진=김보람 초콜릿)


플리마켓에 출퇴근하기를 수개월째,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나를 알아보는 ‘단골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플리마켓에 꾸준히 간 게 헛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김씨의 꾸준함은 새로운 판매경로 확보로 이어졌다. 플리마켓에서 알게된 작가가 수제 제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아이디어스’를 소개하면서다. 다운로드 수만 300만이 넘는 아이디어스에 입점이 결정된 후 김보람 초콜릿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덕분에 네이버 ‘스토어 팜’과도 연결이 돼 지난해 6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승부


이미 수많은 수제 초콜릿 브랜드가 존재하고, 해외 유명 초콜릿이 백화점에서 팔리는 이때 김씨의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꼭 ‘열정’과 ‘끈기’만은 아니다.그는 나름의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대단한 전략은 아니다.“사실 수제 초콜릿이 너무 비싸요. 나라면 그 가격에 사 먹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니더라고요. 이 가격 정도면 사람들이 부담없겠구나하는 가격을 책정했어요.”



‘아이디어스’에서 김보람 초콜릿’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사진=아이디어스 캡쳐)


실제로 김보람 초콜릿은 여느 수제 초콜릿 대비 가격이 30~40% 저렴하다. 그는 새로운 초콜릿을 만들 때면 “초콜릿을 팔기 전에 ‘내가 고객이라면 이 초콜릿을 이 가격에 살 것인지’ 생각해 본다”며 “내가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가격은 저렴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던 ‘합리적인 가격’은 ‘김보람 초콜릿’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가 됐다. 그 덕분에 김보람씨는 그 흔한 입소문 마케팅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후기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수제 초콜릿을 구매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소셜네트워크(SNS) 후기 덕분이다.



김보람 초콜릿을 맛 본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구매후기를 올려놓았다.(사진=아이디어스 캡쳐)


 하루도 쉰 적 없는 ‘독종’…“밥 먹을 자격 있나”

김보람씨는 2015년 전역 이후 지난 4월 자신의 생일에 딱 하루를 쉬었다. 그는 “쉬는 동안에도 초콜릿 생각만 하면서 불안하더라”라며 “초콜릿 말고는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이 자신 포함 6명인 지금도 모든 초콜릿 제작을 본인이 직접 한다. 하루 종일 공방에 서 있으면서도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진=김보람 초콜릿)


김씨는 스스로 알고 보니 ‘독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밥 먹을 자격이 있는가를 묻는다”며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더 엄격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물넷 나이에 이룬 성과로 만족할 법도 하지만 김씨는 새로운 욕심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질 좋은 초콜릿, ‘김보람 초콜릿’을 더 많이 맛보게 되길 바라는 것이다. 새로운 지점을 내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더 큰 사업장을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욕심을 가져야 해요. 전 아직도 밥 먹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날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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