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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는 축제, 그 후



# 술은 금지, 혼란만 남은 대학축제



올해 봄 대학 축제는 ‘혼돈’ 그 자체였다.



교육부가 ‘대학생 주류 판매 금지’ 공문을 갑자기 내린 후 대학 축제에서 술을 판매하는 일이 사라졌고, 학생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를 보는 기성세대는 이제야 축제가 정상화됐다며 박수를 쳤다. 실제로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술을 파는 불법 행위가 근절되며 투명사회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축제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성세대는 당연하게 누려왔던 대학 축제의 주류판매.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20대와 기성세대 간 ‘입장 차이’의 시발점은 아닐까.



공식적으로 첫 ‘술 없는 축제’였던 지난 한 달. 20대 대학생들의 현실과 속마음을 현장에서 직접 들여다봤다.





# 올해 대학가 축제의 모습은?

주점이 광장을 꽉 채워왔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 주점으로 불릴만한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술 판매가 금지되며 상당수의 학과와 동아리에서 주점 운영을 취소했다. 주점 수가 줄다 보니 오히려 손님들은 테이블을 잡기 위해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렇다고 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술 없는 축제’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주점의 테이블에는 술병이 즐비했다. 축제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소비’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 익숙한 학생들은 결국 학교 밖의 편의점과 마트에서 술을 사왔다.



대학 축제의 주점 현황(영상=스냅타임)


# 술은 사라지지 않고, 불편은 남았다

"어차피 술은 마시게 될 텐데, 괜히 주점 수만 줄어들고 그래서 줄만 길어지고,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체육과 주점에 가기 위해 줄을 서 있던 대학생 박초롱(22·여)씨는 불만을 나타냈다. 술을 사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학교 근처 편의점은 모두 주점 줄과 비슷하게 수많은 학생이 몰려 있어 한참 동안 기다린 후에야 겨우 계산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당 정책이 결국 주변 상권 배만 불려주는 정책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주점의 수가 줄어 길어진 줄을 기다리는 학생들(영상=스냅타임)


# 모든 불편은 학생들 몫

주점을 계획했던 학생들도 낭패를 겪었다. 교육부가 공문을 갑작스럽게 내린 바람에 이미 구매한 술을 환불해야했다.

그동안 학생회 운영비와 복지비 등으로 쓰였던 주류 판매비도 기대할 수 없었고, 술을 대신할 새로운 메뉴도 개발해야 했다.

주점 내부 모습(영상=스냅타임)








#술 없는 대학 축제에 남은 것은? 

대학생 최민종(22·남)씨는 축제에 남은 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주점의 빈자리를 채울 외부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용만 더 드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술 없앤 축제에 남은 게 뭐지? 연예인과 푸드트럭?"









축제의 한 켠을 가득 채운 푸드트럭(영상=스냅타임)


#술은 정말 불필요했을까?

"왜 주점의 순기능은 무시하고 안 좋은 점만 보는지 모르겠어."



학생들은 기성세대는 즐겼던 '대학의 낭만'을 이제와서 무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주점에서의 추억은 '대학 축제의 꽃'으로도 불린다. 

주점을 준비하고 운영하며 학과와 동아리 구성원들 간의 유대 관계도 더욱 돈독해지는 순기능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주점은 개성을 드러내는 장이 되기도 했다. 대학생 김우현(26·남)씨는 2년 전부터 과 동기 4명과 축제 기간에 칵테일 부스를 열어 축제 분위기를 돋우곤 했다. 

(영상=스냅타임)


#기성세대에 묻는다 

"술 없이도 즐길 수 있지 않느냐"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기성세대. 기성세대에 대해 "즐길 것 다 즐겨놓고 이제 와서 꼰대처럼 군다"는 대학생.



대학생이 다시 '꼰대'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다시 돌아간다면 술 있는 축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술 없는 축제를 택할 것인가."



 

[박새롬, 강의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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