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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20대에게 안식처일까, 감옥일까



(사진=‘자취, 방’ 방송화면)


“자취방? 아늑하지만 내 세계 여기까질까 봐 겁나”



라이프스타일 전문채널 온스타일이 지난 4월, 20대가 자취방에서 겪는 일을 다루는 웹 드라마 ‘자취, 방’을 네이버 TV와 유튜브에 방영했다. 주인공 이진아(25·여) 씨가 자취방에서 친구, 옛 애인, 집주인 등과 겪는 갈등과 취업준비의 힘듦이 주 내용이다.



드라마에서 자취방은 갈림길이다. 주인공 이지연은 자취방을 ‘모든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늑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너머에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곳이 너무 편해서 여기가 내 세상의 끝일까 봐 겁나”라고 말한다. 자취방을 도피처인 동시에 벗어나야 할 곳으로 표현한 것이다. 남아있으면 편안하지만 미래를 볼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간다면 위험하지만, 앞을 볼 수 있다. ‘자취, 방’은 20대에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씨는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주인공이 자취방에서 다른 등장인물과 겪는 갈등의 의미를 해석하며 알아보자.



(사진=‘자취, 방’ 방송화면)

자취생 vs 집주인

“할 말은 하고 살아...”



주인공과 집주인의 갈등은 20대가 겪는 ‘돈’ 문제를 보여준다. 이씨는 통장에 잔액이 없어 5일 동안 라면만 먹는다. 내 집이 아니므로 자취방을 확인한다는 집주인의 무단출입을 막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세 들어 산다는 이유로 ‘몸에도 안 좋은데 라면만 먹지 마라’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좀 나가라’ 등 구박을 듣는다. 드라마는 청춘남녀에게 ‘돈’의 압박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답은 ‘아니오’ 이다.



6화 중 집주인은 술 취한 전 애인이 자취방 앞에서 행패 부리는 것을 막아주고 주인공에게 “할 말은 하고 살아….”라고 말한다. 청춘에 ‘돈’에 기죽지 말고 오지라퍼나 꼰대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라고 얘기한다.



(사진=‘자취, 방’ 방송화면)

친구 vs 친구

“오늘 날씨 진짜 거짓말 같지 않아?”

이지연과 윤서희의 갈등은 주위 사람의 말에 휘둘리는 청춘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SNS에서 진짜 거짓말 같은 허황한 지인들의 삶을 본다. 원래 두 주인공은 같이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같은 갈림길에 선 이씨와 윤씨에게 자취방은 우정을 쌓는 공간이다. 그러나 윤씨는 임용고시의 부담감을 못 견디고 취업의 길을 걷는다. 갈림길에 남아버린 사람과 길을 선택하고 나아간 사람. 자취방은 우정의 공간에서 갈등의 장소로 바뀐다.



이씨는 윤씨가 선물한 과일을 먹지도 버리지도 않는다.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결과 냉장고 안에서 썩어버려 악취가 난다. 청춘들은 무엇을 할지 결정 해야 한다.



(사진=‘자취, 방’ 방송화면)

전 여친 vs 전 남친

“녹차가 몸을 차게 만들면 그냥 따뜻하게 마시면 되는거 아니야?”

사귀는 사이인 이지연과 신우석에게 자취방은 사랑의 공간이다. 사실 수족냉증인 여주에게 몸을 차게 만드는 녹차 같은 남주는 잘 맞지 않는다. 사랑이란 완전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맞춰가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녹차가 몸을 차갑게 만든다면 끓여서 먹으면 된다. 너무 맞지 않으면 헤어지면 된다. 사랑의 행복은 헤어짐의 아픔보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사랑·연애·결혼 등 삶의 행복을 포기한 청춘남녀가 늘어가고 있다. 드라마 ‘자취,방’은 그런 20대에게 사랑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려준다.



(사진=‘자취, 방’ 방송화면)

나 vs 나

“이제 다 정했어요.”

주인공 이지연에게 자취방은 안식처이자 도피처이다. 그는 세 갈림길에 서 있다. 부모님이 원하는 임용고시의 길. 주변인들이 하는 취업의 길. 자신이 되고 싶은 그림의 길. 자취방안에 있으면 선택하지 않아도 편하다. 그러나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은 “나를 선택해! 저걸 해야 해!” 라고 말한다. 이지연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자취방 안에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겉면의 나와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인 것을 아는 속 면의 나가 공존한다. 안식처마저 불편해졌다.



마지막 화에서 주인공은 선택한다. 그러나 어떤 길을 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어떤 결정이든 틀린 것이 아니다. 결정을 마친 미래의 이지연은 선택을 고민하는 과거의 이지연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대로 두고 나온다. 걱정·불안함·초조함은 자취방에 두고 나오면 된다. 드라마는 단지 후회하지 말고 그 길을 가라고 청춘에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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