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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에 치이고 스펙에 허덕이는 지방대생



청년층 고용률 42.2% 시대. 20대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취업난’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힘든 것은 ‘좁은 취업의 문’뿐만이 아니다.


“꿈보다는 편안함만을 찾아 고시에만 매달린다”, “중소기업에서는 일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취준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이 때로는 취업 경쟁률보다 매섭다. 그러나 취준생들도 할 말이 있다. 취준생들의 애환과 고민에 대한 이해 없이 사회적 통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억울하다. 우리 주변에는 취업이라는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평범한 20대가 있다.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하루를 살고 있는 20대의 일상과 고민을 통해 취준생들의 ‘현재’를 함께해본다. [편집자주]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4년제 대학교와 전문대에 소속된 학생 수는 173만7201명이다. KAIST(카이스트), 포스텍(포항공대) 등을 제외해도 전국 대학생의 60% 정도가 지방대생이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이 지방대생인 셈이지만 지방대 출신에게 취업이란 험난한 여정과 같다. 가뜩이나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인데다 뛰어난 학벌과 스펙을 지닌 경쟁자가 수도 없이 많고 취업 정보력 역시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충남에 있는 4년제 대학 졸업을 앞둔 박인호(26·남)씨가 벌써부터 졸업 이후를 걱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아지긴 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학벌의 벽’


 

"대학원 알아보는 게 어때? 지방대는 아무래도…"



박씨가 얼마 전에 만난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다. 소위 '학벌세탁'을 하라는 뜻이었다. 박씨는 이런 권유가 익숙하다.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3학년 때까지만 해도 편입 권유를 수도 없이 받았다.



박씨는 주위에서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 권유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들의 말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지방대라는 여건이 취업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씨의 학과 선배들은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몇 년 전까진 서류 통과 자체가 힘들었다. 최근 들어 학벌의 중요성이 다소 완화되면서 나아졌지만 면접에서 학벌에 관한 질문이 꼭 나왔다.



특히 대기업은 여전히 지방대생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 공모전 14회 수상, 다양한 대외활동에 10개가 넘는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선배조차 대기업 서류전형에서 바로 탈락했다. 반면 학벌을 제외하고 비슷한 스펙을 가진 서울권 대학의 지인은 통과했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에 취업한 학교 선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비정규직이거나 전공을 살리지 못한 부서에 취직한 경우가 많다. 박씨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학벌의 벽'이 존재함을 실감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좀처럼 좁히기 힘든 '정보의 격차'



 

 

토익, 어학연수, 해외봉사, 대외활동, 공모전 수상내역

뛰어난 학벌과 화려한 스펙을 갖춘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전쟁터에서 필수로 지참해야 하는 갑옷과 같다. 전장을 누비기 위한 '칼'은 따로 있다. 바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와 '면접'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생기면서 자소서와 면접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특히 지방대생에게 자소서와 면접은 중요하다.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학벌과 스펙의 차이를 '그나마' 좁힐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자소서와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해당 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 즉 회사에 대한 정보가 관건인데 지역이라는 특성, 정보처가 없는 환경이 발목을 잡는다.



 

대부분의 학생은 '스터디'와 원하는 기업에 취업한 '선배'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스터디는 서울에서 모이는 경우가 많은데 지방대생은 지역에 거주하거나 통학으로 시간을 다 보내기 때문에 참석 자체가 힘들다. 지역 학생들끼리 스터디 모임을 갖기도 하지만 소수에 불과했고 정보의 양은 현저히 차이 났다.



선배나 동기 등에게서 얻는 정보도 한계가 있었다. 대기업에 취업한 선배들의 사례가 서울권 대학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박씨는 "같은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서울권 대학 친구는 해당 기업에 다니는 선배들을 통해 정보를 얻더라. 10명의 종사자에게 실제 면접 경험담, 추구하는 인재, 자소서 방식 등을 얻는 친구에 비해 난 정보가 턱 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돌파구 찾는 수밖에



아직도 지역이라는 특성, 학교에 따른 정보량의 차이 등 학벌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박씨는 이를 '당연한 결과'이자 '지방대생이 지닐 수밖에 없는 현실적 불리함'이라고 표현했다.



박씨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난 '뛰어난 학벌'을 쟁취하지 못했고 경쟁자는 노력 끝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니 이득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지방대에 대한 편견과 불리함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방대생이 이를 이겨내기 위해선 본인이 돌파구를 찾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현재 박씨는 토익 910점, 여러 개의 자격증과 해외 봉사 경험 등 기본적인 스펙을 갖춘 상태다. 그는 지방대라는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실전 경험'과 '역량'에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토익과 어학연수, 학점 등은 경쟁자들도 기본적으로 신경 쓰고 있어서다.



그래서 박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대외활동, 공모전에 주력했으며 올해부턴 인턴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양한 대외활동과 공모전 14회 수상 이력, 자격증 10여개를 소지한 선배가 서류에서 탈락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얼마 전 인턴 계약이 종료된 박씨는 오늘 또 다른 공모전과 기업 인턴에 지원했다. 언젠가는 지방대생의 서러움을 딛고 당당하게 취업에 성공할 밑거름이 되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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