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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화장’…기분 나쁜가요?

바쁘니까 이해 vs 꼴불견에 민폐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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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이미지투데이)

매일 혼잡한 ‘지옥철’에선 밀치고 밀리는 게 일상이다. 통학러, 혹은 출퇴근러라면 쩍벌, 고성방가, 자리양보 강요 등 다채로운 ‘민폐’ 행동에 눈살을 찌푸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중 ‘지하철 안에서 화장’은 민폐인지 아닌지 늘 논란거리다.

지난 해 6월 동국대 모 교수는 “지하철에서 화장하지 마라. 프랑스에선 몸 파는 여성이나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또 모 언론사 기자는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여자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으며 지하철에서의 화장은 추하다’고 칼럼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인턴사원 김주원(24·여)씨는 며칠 전 늦잠을 자는 바람에 출근 길 지하철에서 화장을 했다. 비좁은 사람들 틈에서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다보면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르는 척 했다. 그러다 전철에서 내릴때쯤 뒷통수로 날아오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에이XX. 집에서 하고 오던가…”   

 

(사진=스냅타임)

 

직접 피해만 주지 않으면 괜찮지 않나?

김 씨는 늦잠을 자 준비 시간이 빠듯할 때, 또는 너무 피곤해 화장보다 잠이 우선인 날엔 화장품을 챙겨서 나온다. 웬만하면 집에서 준비를 다 하고 나오고 싶지만 정말 급할 땐 어쩔 수 없다. 그는 화장한다고 다른 사람들을 툭툭 치거나 자리 양보를 강요한 것도 아닌데 욕을 들어 당황스러웠다.

“사람을 팔꿈치로 치거나 화장을 묻히거나 이런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만 않으면 욕 먹을 이유는 없지 않아?”

그는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행동이 별로 안 좋아 보일 수는 있다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대놓고 욕을 먹을 만큼 잘못한 행동인지는 의문이었다.

 

 

화장하면 가루 날리고 냄새 난다고

회사원 이수민(25·가명)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지하철 화장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억울하다.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을 욕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화장하면 가루가 날린다’ ‘화장품 냄새가 너무 강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민폐라고 하는데, 다들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화장하는 사람은 알 거에요. 요즘 가루 날리고 냄새 나는 화장품이 어딨다고 그러는지…”

그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주로 크림 형태라 다른 사람들에게 가루가 날릴 일이 없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커다란 브러쉬(붓 형태 화장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그러긴 힘들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화장품 냄새가 나 싫다는 의견에 대해선 “향수를 쓰지 않는 한 냄새날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반면 이정수(26·남)씨는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행동이 민폐라고 생각한다. 출퇴근을 하다 생전 써본 적 없는 살구색 화장품이 옷에 묻어있던 경험 때문이다.

“전철에서 내리고 보니 셔츠 어깨 부분에 화장품 가루가 묻어있더라고요.”

화장품은 세탁으로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그 뒤로는 근처에 화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억지로 몸을 꼬아서라도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눈길이 간다 VS 안 보면 되잖아

한편 ‘지하철 화장’이 물리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아도 남의 사적인 영역을 본의 아니게 보게 돼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정민수(28·가명)씨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 한 번이라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데 다 다른 사람의 변신 과정을 봐야 하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승현(51·가명)씨도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모습이 별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항상 화장을 시작하면 빤히 쳐다보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꼭 있어요.”

시간이 없어서 철판 깔고 화장하는 김 씨도 남들의 시선은 신경이 쓰인다. 그는 “잠깐 쳐다보는 건 신기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계속 쳐다보는 사람들이 꼭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이 혐오감을 주는 행동은 아니지 않냐”고 토로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출근길에 종종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는 사회초년생 이현주(25·여)씨도 그 상황이 유쾌하지는 않다.

“저도 집에서 편하게 화장하고 싶고 지하철에서 눈치보며 하기 싫죠. 근데 화장을 안 하고 회사에 가면 괜히 눈치도 보이고 아프냐 소리 들으니까 반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진=도쿄메트로 ‘지하철 매너 포스터'(왼)와 캠페인 영상)

일본에서는 전철에서 화장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전철 내 화장 관련 민원은 올해 7월까지 총 13건이다. 공사 관계자는 “수십만 건에 달하는 전체 민원 수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며 “전철 내 화장과 관련된 캠페인은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지하철 화장은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행위”라며 “이런 갈등은 결국 우리나라의 사회적 구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암묵적으로 꾸밈노동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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