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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사용설명서 - "휴가 편하게 써요"



#상사부터 선배까지 휴가 다 써야 내 차례

올해 9일의 여름휴가를 떠나는 김혜리(31·여)씨는 지금의 직장으로 옮긴 후에야 휴가다운 휴가를 떠난다. 이전 회사에서 김씨는 9일은커녕 법정 휴가도 제대로 못 썼다.

회사에 입사한 첫해 그는 "'휴가 편하게 쓰라'는 말을 듣고 휴가 결재를 받으려고 했다. 휴가신청서를 내밀자 상사의 얼굴은 변했다"고 회상했다.



휴가 떠나는 사람들(사진=이미지투데이)
"일본 바이어 오는 일정이 있는데 굳이 지금 가야겠어요?"


김씨는 '그럼 왜 휴가를 편하게 쓰라는 말을 던졌냐?'고 반문하고 싶었다고 했다.



"1년도 안 된 신입사원인 제가 일본 바이어가 오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중요한 일 있으니까 가지 말란 것이었죠."



김씨는 야심 차게 준비한 휴가계획을 다 취소하고 상사들이 모두 휴가를 떠난 뒤에야 비로소 휴가신청서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편했다.



선배들의 휴가 일정을 정해진 후에야 기간을 휴가로 내밀었다. 당연히 친구들이 가는 좋은 휴가지를 저렴하게 가는 일은 꿈도 못 꿨다.

김씨는 "차라리 아무도 안 갈 때 일찍이라도 가게 해주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건 '내가 휴가를 가지 않았는데 네가 먼저?'라는 괘씸죄에 걸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여권과 여행준비물들(사진=이미지투데이)


#휴가 쓰기 전에는 죽을상을 하는 연기 필요

최대용(29·가명)씨는 휴가를 썼다가 뒷담화에 시달린 후로는 연기를 한다. 휴가를 결재할 때도 표정이 안 좋았던 그의 상사는 뒷담화를 했다.


그의 상사는 "쟤는 휴가를 자주 길게 쓰는 애"라고 뒤에서 최씨를 욕했다


뒷담화를 듣고 난 이후로 최씨는 한동안 휴가를 쓰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만의 노하우를 확립한 뒤 휴가를 쓰고 있다고 한다.



최씨는 "나한테 몰린 일이 끝나고 나야 뒤탈도 없고 그때가 피곤하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얼굴도 죽상(죽을상)으로 하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휴가 쓰기 전부터 평소 멋을 위해 썼던 왁스, 선크림도 모두 바르지 않는단다. 그는 "선배들이 '집에 무슨 일 있니? 몸이 안 좋니?" 하면서 '하긴 요새 일이 많았으니…' 말을 하기 시작하면 '몸이 좋지 않아 휴가 좀 쓰겠다'고 말한다"고 비법을 전수했다.



최씨는 "법정휴가 쓰는데 연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 비참하긴 한데 뒷담화 소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연락하지 말라고 해외로 간다고 했는데 휴가 첫 날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면서 "'죽상을 하고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는 애처럼 '재충전차 잠깐 휴가 내겠다'고 말하는 수법은 계속 써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이 알려주는 휴가 현명하게 쓰는 비법은 



첫째 회사의 중요한 일이 있을때는 휴가를 피한다
둘째 상사가 휴가계획을 밝히면 같은 일을 하는 팀내 선배들의 휴가를 피해서 휴가를 쓰도록 한다
셋째 지쳤다는 것을 알리면서 얼굴을 한동안 죽상으로 하고 다니다가 휴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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