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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맥주 비싸진다고? 왜?



 

(사진=이미지투데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값싼 수입맥주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맥주 과세체계를 기존의 '종가세'에서 용량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꾸는 주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맥주의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從價稅) 방식을 용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외국 업체들이 수입 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적게 내는 종가세 부과 방식의 맹점을 악용해 국산 맥주가 역(逆)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라 주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에도 미치지 못하던 수입 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배 이상으로(16.7%) 치솟았다.

수입맥주는 수입회사가 신고한 수입가격에, 이에 비례한 관세(0~30%)를 붙인 금액을 과세표준액으로 하고 여기에 주세(72%) 등이 붙는다. 수입사가 현지 판매가격과 상관없이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내고 파격적인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일본 편의점에서 292엔(2860원)에 팔리는 아사히맥주(500mL)가 한국 편의점에서 2500원에 팔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최근 오비맥주는 카스를 해외에서 만들어 '역수입'해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국내 공장에서 만든 500mL 카스는 2700원이었지만, 수입 카스는 2365원이다.

이에 국내 맥주업계는 국산 맥주에 세금이 더 붙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입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 비판적 여론이 대다수다. "수입맥주 가격이나 세제 문제가 아니라 국내 맥주 맛이 문제"란 의견과 함께 "맥주 가격이 오르면 다 소비자 부담인데 맥주업계 의견만 반영한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또 저렴하고 맛 좋은 수입맥주를 즐겨 찾는 2030 혼술족(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들)도 수입맥주 가격 상승 소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수입VS국산? 맛있는 맥주 선택할래

그러나 이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20대도 적지 않다. 가성비를 먼저 따지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가심비, 나심비의 시대다. 즉 가격보다 내 취향과 만족이 우선이다. 요즘 20대들은 가격 차이가 2000원 넘을 정도로 크게 차이나지 않는 한 더 맛있는 맥주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입맥주 가격이 오히려 더 내릴 거라 예상하기도 한다. 현재 '4개 만원'을 넘어 '6개 만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만큼 수입 맥주가 비싸지는 건 아직 불확실한 예측일 뿐이다.

실제로 정부는 주세개편안을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학생 김예인(24·여)씨는 "수입맥주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더 맛있는 맥주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 편의점에 자주 들르는 이혜지(25·여)씨는 항상 수입맥주만 사 마신다. 그는 "편의점에서 굳이 맛없는 국산 맥주를 사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수정(24·여)씨는 "맥주가 땡길 땐 주로 펍에 가서 수입 생맥을 찾아 마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수입 맥주를 선호하는 건 저렴해서 또는 사대주의라서가 아니다. '맛' 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주세법이 개편되면 수제맥주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매년 수제 맥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일반 맥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없어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수입 맥주의 리터 당 평균 주세액은 영국 제품이 1835원, 아일랜드 제품이 1307원, 일본 제품이 1009원이었다. 이를 리터당 850원을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으로 가정해 계산하면 영국산 맥주는 54%, 아일랜드산과 일본산은 각각 35%, 16% 정도 주세가 줄어든다. 종량세 도입으로 수제 맥주도 세금이 싸져 가격이 내릴 전망이다.

최근 체코로 여행을 다녀 온 대학생 강세영(23·여)씨는 "맛있고 질 높은 수제 맥주 양조장이 활성화돼있어 너무 좋았다"며 "우리나라도 소규모 양조장들이 늘어나서 맛있는 수제맥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맥주 맛있어질까?

국내 맥주업체들은 기존 과세 방식으로는 질 좋은 맥주를 만들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맥주 제조 원가의 72%가 세금으로 붙어 가격 부담이 컸는데, 종량세로 바뀌면 원가 1000원짜리와 2000원짜리에 붙는 세금이 똑같으니(같은 용량일 경우) 좋은 원료를 써도 판매가격 차이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다.

그러나 20대는 '과연' 국내 맥주가 맛있어질지 의문이다. '국내맥주=맛 없다'는 공식이 너무 오랫동안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인기 맥주를 국내 업체들이 각각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수가 줄어도 정작 국내 업체들은 매출에 지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한들 품질 개선이 크게 될지 의아한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려면 맛과 품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다. 국내 맥주의 큰 변화가 없는 한 우리 20대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할 것이다.

[박새롬, 정다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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