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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갑과 을' 관계…"이젠 그만 좀"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내 남자친구는 나한테 꼼짝 못해!"

자신이 연애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상대보다 우위에 있음에 만족한다. 소위 말하는 연애에 있어 '갑'이다.

실제로 많은 연인이 연애를 하며 갑과 을로 나뉘곤 한다. '전 왜 항상 연애할 때 을일까요?'라든가 '갑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의 질문이 인터넷 상에서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지원(24·여)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연애는 항상 '갑'과 '을'로 나뉘었다. 그중 그녀는 항상 '을'이었다.

 
그녀는 항상 연애에 있어 '을'이었다.

"보고 싶으면 네가 우리 집 앞으로 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만났던 과 선배는 처음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듯 하더니 100일이 채 안됐을 무렵부터 '갑'으로 변했다. 이후의 남자친구들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줄어든 연락에 마음 졸이기 일수였고, 집 혹은 영화관이라는 단조로운 데이트의 반복이었다. 이마저도 귀찮다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취소되곤 했다.

남자친구의 단조로운 말투, 귀찮아하는 태도에 허씨는 상처 받았다. 때로는 화를 내려다가도 냉정한 남자친구가 행여나 '헤어지자'할까 속으로 삼켰다.

"제가 손을 놔버리면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제 곁을 떠날 것 같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가 저를 무시하고 '을' 취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말 못했죠."

결국 사귀는 내내 '을'이었던 허씨는 그의 일방적 통보로 헤어짐을 맞이했다.

 
'갑', '을'이 아니다, 열렬히 사랑한 자와 그러지 못한 자일 뿐

보들레르는 <벌거벗은 내 마음>에서 "서로에게 홀딱 반한 두 연인이 욕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라도, 언제나 그들 중 한 사람은 더 침착하고 덜 몰두해 있는 법이다. 그 사람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수술집도의 또는 사형집행인의 역할이고 나머지 사람이 환자이며 희생자가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연애는 똑같이 사랑하기란 불가능하며, 누군가 더 사랑하는 쪽을 맡게 된다. 그래서 연애는 주도권을 갖고 있는 자, 즉, 더 많이 사랑 받는 자를 '갑'이라 지칭한다. 반대로 더 많이 사랑하는 자는 '을'이다.

사람들은 '갑'이 되고자 한다. 더 사랑 받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러나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갑'은 더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이고 '을'은 열렬히 사랑할 준비가 돼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연애에서 권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두려워 우위에 있고 싶은 '갑'이기 때문이다.

누가 더 사랑하느냐, 누가 더 우위에 있느냐를 따지기 바쁜 '갑'의 연애보다 권력의 우열이 사라진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을'이 더 건강한 연애가 아닐까.

(이미지=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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