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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썸 전성시대’

"선택할 필요도, 책임질 필요도 없어"…썸 만 타는 사이 늘어

(이미지=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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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

2014년 발매된 소유와 정기고의 ‘썸’은 온라인상에서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던 단어인 썸을 수면 위로 올려놨다. 이제 썸은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다. 최신 가요와 웹툰, 그리고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tvN 수목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이영준(박서준 분)은 김미소(박민영 분)에게 “우리 지금 서로 좋아하면 썸 타는 사이 아니냐” 며 “썸 청산하고 연애하자”고 고백했다. 이제 ‘썸 타는 사이’라는 표현은 암암리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끼리 인정하고 서로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에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썸은 무엇일까?

썸은 ‘There is something between us’에서 나온 말로 남녀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 전 서로 알아가는 단계를 의미한다. 즉 다른 사람보다는 특별하지만 아직 연인 관계는 아니고, 관심은 있지만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려운 사이다. 그렇기에 가장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시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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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연인 관계가 되기 전에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최근 들어 썸이라는 관계가 새로운 유형의 관계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을까. 아마 이전에는 연애를 시작하기 위해 가까워지고 준비하는 단계로 썸을 탔다면, 요즘은 썸‘만’ 타는 관계가 더욱 많아졌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왜 20대는 이렇게 썸만 타기 시작했을까?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좋은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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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 중 하나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관계에 대한 규정은 서로의 역할과 상황을 뒤바꿔 놓는다. 그렇기에 연인 관계에서는 서로 일정 수준의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사귀게 되는 순간 소유의 개념이 생기고,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즉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줘야 하고, 연인을 위해 자신의 생활이나 환경을 일정 부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썸 관계에서는 소유와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유분방하게 여러 사람을 만나서 어떤 사람이 내게 더 맞을지, 어떤 사람에게 더 좋은 감정이 느껴지는지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도, 자신의 소중한 여가 시간과 돈을 모두 투자할 필요도 없다. 합리적인 선에서 투자하며 설레는 연애의 감정은 느낄 수 있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는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보니 애인에게 헌신을 하며 비용지출을 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썸을 타며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 쪽은 서운하거나 속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선뜻 표출하긴 어려울 것이다. 규정된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썸을 타는 관계에서는 웬만해선 싸울 일도 생기지 않는다. 혹여 이렇게 지내다 사이가 틀어진다 한들 아무런 관계도 아닌 사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겉보기에 얼마나 이상적인 모습인가. 20대가 썸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좋긴 한데 사귀고 싶진 않고 고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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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세대’, 요즘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선택 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20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스갯소리로 점심 메뉴 고르는 일이 인생 최대 고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가장 풍요롭고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이 결정장애를 앓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결정장애를 ‘지연 행동(procrastination)’으로 정의한다. 너무 많은 정보와 기회에 노출돼 결정을 내리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썸도 결정장애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SNS나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통해 쉽게 사람을 만나고 연애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이 때문인지 어떤 사람에게도 충분한 만족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사람을 만나고는 싶지만 상대방과 깊은 관계를 맺고 구속이 되고 싶지는 않은 것도 있다. 공부, 스펙, 사회생활 등 안 그래도 신경 쓸 일투성인데 현실 속에서 연애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가며 노력하고, 용기를 내고 싶어 하지는 않아 한다.

상대방이 분명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면서 까지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고, 반면 놓치기에는 아까우니 그렇게 어정쩡하고 애매한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남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애매한 단계에 머무는 선택지를 택한 것이 그들의 선택이다.

20대=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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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연애의 설렘과 같이 누리고 싶은 것은 누리면서 어떠한 책임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성취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하지만 썸은 요즘 20대의 현실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안 그래도 본인의 삶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20대가 사랑까지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노력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tabo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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