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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대입 정책’, 정부·대학 책임 떠넘기기

'다시 '정시'로'…학부모·학생 혼란 불가피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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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17일 교육부가 ‘수능 전형 비율 30% 이상 확대’를 골자로 하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최근 수시 전형의 공정성 문제가 붉어지며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학과 교육부는 10여년간의 수시 확대를 서로의 책임으로 미루고 있다.

“수시 확대할 땐 언제고”…교육부·대학, 주장 엇갈려

 

(자료=교육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학생과 학부모는 정시 확대 발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0년간 대학들이 계속해서 수시 비중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를 2019학년도 대학 입시는 수시가 76.2%로 정시 선발 비율의 3배가 넘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시 비중 확대와 관련한 교육부의 공식적인 권고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수시를 늘려왔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 소재 A대학 관계자는 “대학의 ‘수시 비중 확대’는 교육부가 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진행한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따라 각 대학들이 수시 비중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지난 ‘2014년 고교 교육 정상화 지원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 교육 중심의 전형 운영’이 대학 평가요소로 들어가 있다. 대학은 교육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학교 과정을 평가하는 수시 전형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B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정부가 ‘2015 개정교육과정’을 시행하면서 학교 활동을 평가하는 대학에 더 많은 혜택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능 성적보다 학교 활동으로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는 학생에게 무게를 두는 것이 이전까지의 취지다”라며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은 기존의 취지와 다른 방향이라 당혹스럽다”고 언급했다.

한 때 수능 전형은 과도한 경쟁과 특목고 선호, 사교육 조장 등의 부작용을 낳으며 ‘줄 세우기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을 결정하는 방식 또한 눈치싸움과 운에 좌우할 수 있다며 수험생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교육시민단체는 오랫동안 정시 전형을 반대해 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수능을 확대하면 입시 경쟁 교육이 심화할 것”이라며 “학교 교육 정상화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수시 확대 효과, 기대와 달라

대학들은 수능 전형의 대안으로 수시를 확대해 왔지만 수시 전형은 끊임없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여왔다. 특히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잡음이 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2019학년도 학종 선발 비중이 수시 전형의 61.4%에 달한다. 대학 진학에 교사의 역할이 커지다 보니 교권을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해 자녀, 지인의 입시를 도와주기 위해 학생기록부를 조작한 교사 5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학종은 정량화 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없을뿐더러 학교와 환경, 정보력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발생한다.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은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학종에 ‘깜깜이 전형’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교내 성적보다 스펙을 요구하는 탓에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료=통계청)

사교육비도 계속해서 증가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27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일반고의 사교육비가 33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수시 확대가 사교육비 절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전교조 대변인은 “입시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학원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늘어날 것”이라며 “학종 전형을 대비하기 위한 자기소개서 학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사교육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복잡하고 불투명한 학종보다 내신 성적만을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시 확대 목소리 커져

이렇듯 수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정시’ 요구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7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의 설문을 거쳐 발표한 ‘2022 대입개편 권고안’에 따르면 ‘정시 선발 인원을 45% 이상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 지지율이 52.5%로 가장 높았다.

수능 절대평가와 수시·정시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은 48.1%로 2위를 차지했다.

교육부가 정시 비중을 30%이상 확대하라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기대치인 정시 45% 비중에 한참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 각 대학 수능위주(실기, 정원외 제외) 선발비율이 △서울대 20%, △고려대(서울) 16%, △이화여대 16% 가량으로 매우 낮지만 △연세대(서울) 28% △성균관대(서울) 30% △서강대 28% △외국어대(서울) 34% △건국대(서울) 31% △홍익대(서울) 34% △시립대 31% 가량으로 다수 대학이 30%에 근접한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사진=온라인 수능 카페 댓글 캡쳐)

한편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온라인 학부모 카페를 통해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교육부의 권고안이 사실상 대입 현행 유지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다. 온라인 수능 카페 회원들은 ‘정시가 가장 객관적이고 공평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정시의 대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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