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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공채 결국 ‘스펙’ 평가…한숨 깊어지는 취준생

채용 '큰 장' 섰지만…"탈 스펙 시대 역행한다" 비판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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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하반기 2200여명 수준의 대규모 공채에 나선다. 지방은행 등 전체 은행권 공채 규모는 3000여명이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달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은행권 채용 규모를 지난해(2973명)보다 54% 늘어난 4600명으로 하고 하반기에 3100명을 새로 뽑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해 채용 규모를 늘리면서 ‘큰 장’이 섰지만 필기시험 전면 도입 등 달라진 절차가 많아 합격 관문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6월 전국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 규준’을 만들었다. 지원자의 지역·학교나 성별·나이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부정한 취업 청탁을 근절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부 전문가가 채용 절차에 참여하고 감사·내부통제 담당자가 전 과정을 감시·감독하도록 했다. 은행권의 채용규모가 작년보다 큰 폭으로 늘었지만 필기시험 부활과 고(高)스펙을 염두에 둬야 하는 취준생의 부담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스펙평가 부활

(자료=인크루트, 우리은행)

올해 은행권 채용의 가장 큰 변수는 지원자의 스펙이다. 은행으로서는 필기시험을 제외하고 스펙이 가장 객관성 있는 지표라고 강조한다. 업무 역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주관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원자의 스펙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 관련 자격증은 지원자가 평소 은행 취업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준비했다는 척도”라며 “객관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원자의 스펙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하반기 채용을 시작한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은 금융자격증과 공인 어학성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이를 평가 요소에 포함했다.

온라인 취업 카페의 회원은 ‘자격증, 외국어 입력칸이 생겼다는 것은 이를 정량화해서 뽑겠다는 취지가 아닐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권 취준생은 필기시험에 스펙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영업점 개인금융서비스직군 행원 채용 공고를 띄워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고, 10월에는 일반직 250명에 대한 하반기 채용을 한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개인금융서비스직군(텔러) 공개 채용에 AFPK, 외환전문역 1·2종 등 15개 금융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한다. 공인 어학 성적 우수자와 봉사 활동 우수자도 우대 사항이다. 작년 개인금융서비스직군 채용만 하더라도 자격증과 공인 어학 성적은 우대 사항이 아니었다.

SC제일은행은 올해 리테일금융총괄본부 공개 채용에 AICPA, CFA 등 13개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한다. 공인 어학 성적 우수자와 은행 인턴 혹은 경력 보유자, 금융 NCS시험 성적 우수자도 우대 대상이다. 작년 리테일뱅킹 정규직 신입 채용에는 아무런 스펙 우대 사항이 없었다.

B은행 관계자는 “면접이나 논술은 평가자의 주관성이 개입할 수 있어 잡음이 생길 수 있다”며 “주로 학교 성적, 자격증 등 스펙 수준을 볼 수 밖에 없다. 은행마다 구체적인 인재상이 있어 이에 맞는 스펙과 자기소개서를 집중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인크루트, SC제일은행)

‘탈 스펙 시대에…’ 취준생 공분  

(사진=한 취업 준비 사이트 단체 메신저 내용)

불과 지난해만 하더라도 금융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탈(脫)스펙’이 대세였다. 직업 능력 수준을 묻는 NCS를 도입한 은행들이 생기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대신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받았다.

은행권 취업준비생 강모(27) 씨는 “지난해는 준비생들 사이에서 탈스펙 바람이 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은행 취업 준비 단체 메신저 방에는 ‘어차피 스펙으로 가를 거예요’, ‘채용비리 전이랑 비교해 보면 스펙이 80%다’라는 내용이 오가고 있다.

B은행 취준생 단체 메신저 방에도 ‘금융 자격증 외에 아무것도 안 보겠다는 의지’, ‘금융자격증이랑 어학점수 비중이 중요해진 듯’ 이라는 말이 오가며 사실상의 스펙평가 부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은행권 취준생 가운데 구직 성공에 대한 확신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사람인에이치알이 구직자 456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취업성공 자신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4%가 ‘취업 성공에 자신 없다’고 답했다.

이들이 취업에 자신 없는 이유 1위로 꼽은 것은 ‘스펙’이었다. ‘영어, 자격증 등 스펙이 안 좋아서'(37.8%,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스펙이 더 뛰어난 경쟁자들도 취업이 안돼서(33.5%), 말주변이 없어 면접에 자신이 없어서(29.1%), 관련 직무· 인턴 경험 등이 없어서(28.7%), 제대로 된 취업 목표를 정하지 못해서(28.3%), 학벌이 좋지 않아서(24.8%), 목표 기업보다 눈을 낮춰도 자꾸 불합격해서(20.4%) 등이 뒤를 이었다.

[문승관 기자, 한종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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