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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직선제 요구에 대학은 ‘나 몰라라’

막강한 권력 휘두르는 재단·이사회 반대…도입해도 '수박 겉핥기 식'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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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가에 총장 직선제 바람이 불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등 사립 대학의 총장 비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사회의 총장 임명제 방식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간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대학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쌓인 불만이 함께 터져나오면서 대학을 운영하는 재단과 학생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립대 보유금 1위 홍익대…쥐꼬리 지원금 ‘논란’  

(사진=홍익대 총학생회)

신민준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학생참여 총장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며 지난 1~8일까지 단식투쟁을 했다. 그는 법인 이사회의 독단으로 총장을 결정하는 지금의 선출 방식은 학생과 교수, 교직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홍익재단은 사립대학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대학 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경비인 ‘법인 전입금’은 사립대 평균인 4.7%에 한참 모자란 0.3%에 불과하다.

반면 등록금 의존율은 70%에 달해 사립대 평균(54.4%)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학교에 필요한 돈을 법인 적립금이 아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열악한 교육환경과 낮은 전임교원 확보, 부족한 연구 지원 등 학생과 교직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학교가 구성원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8일간 이어진 총학생회장의 단식에도 학교와 학생 사이의 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홍익대 총학은 학교 측이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규정 수정’과 ‘총장과의 정례 간담회’를 약속했지만 총장 직선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홍익대 법인 측은 총장 직선제와 관련해 “법인이 관여한 것이 없다”며 “학교 본부에 문의하라”고 했다.

이에 총학생회장은 “정관에는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도록 돼있는데 법인이 관여한 것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접 행동에 나서자”…사립대 총학생회 ‘TF’ 꾸려 연대

(사진=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학생회는 홍익대뿐만이 아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4월 ‘2만명의 학생들이 총장 선거에 참여한다’는 의미의 태스크포스(TF) ‘이만총총’을 꾸렸다.

고려대의 총장 선출 방식은 33명의 총추위가 투표를 진행해 최대 3명의 총장 후보를 정하면 최종적으로 이사회가 1명을 선택하는 구조다. 총학은 학교와 총장의 독단을 견제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해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법인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은 적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으면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인은 “학생들의 총장 직선제 활동을 인지하고 있다”며 “아직 정리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사진=동덕여대 총학생회)

지난 7월 동덕여대는 이사회의 임명제 방식으로 신임 총장을 선출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올해 초부터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총장과 학생이 단 한 번도 면담을 하지 못했다”며 “총장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 측에 전달하기 위해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은 등록금 횡령 등의 비리로 물러난 조원영 전 총장을 2015년 법인 이사장으로 선임한 이사회에 불신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덕여대 총학은 TF팀 ‘학생참여 총장 직선제 실천단’을 꾸려 지난 6월 650여명의 학우들과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이미지=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총장 직선제를 향한 학생들의 움직임은 대학 연대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서강대 등 21개 대학과 ‘대학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연석회의’,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 4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대학 구성원의 직접 선거를 통한 총장선출 보장’과 ‘대학 구성원의 총장선출 투표 반영 최소·최대 비율 법적 보장’ 등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갈길 먼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 도입

학생들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가 대학에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재단과 이사회가 도입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서다.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재단과 대학 이사회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의 실태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는 총장 직선제의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사립대학의 소통’을 꼽았다.

대교연 관계자는“구성원들의 의견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장 자체가 없어 법인의 총장 임명제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같은 질문에 ‘법령’을 이유로 들었다. 사립학교법 제53조에 총장은 학교 법인이 임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사립학교가 총장 선출에 특별한 내규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해당 법규에 준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018학년도 이화여대 입학식에서 첫 직선제 총장으로 뽑힌 김혜숙 교수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화여대와 성신여대는 학생이 직접 투표에 참여할 수 있지만 반영비율이 매우 낮다. 이화여대와 성신여대의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각각 8.5%, 9%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 이화여대는 사립대학 첫 번째로 학교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투표를 실시했다. 기존의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이 아닌,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이 직접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2016년 ‘정유라 특례 입학’ 사건으로 한차례 홍역을 지낸 이화여대는 지난해 1월 전체교수총회를 열어 직선제를 포함한 새로운 총장 후보자 선출 규정을 의결하고 이를 이사회에 권고했다.

투표 반영비율을 두고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화여대 이사회는 교수·직원·동창·학생으로 구성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 14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25% 투표 반영 비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5월에는 성신여대가 이화여대에 이어 사립대학 두 번째로 학교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투표를 했다. 작년 심화진 전 총장의 학교 공금 횡령 사건으로 학내에서 민주적인 총장 직선제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성신여대 측은 “교수·직원·학생·동창이 테이블에 모여 투표 반영 비율 등에 대해 수차례 의견을 조율했다”며 “직선제와 관련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이 낮은 것은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는 국립대도 마찬가지다. 전북대 교수회가 최근 학생과 직원 등 비(非)교원의 총장 투표 반영비율을 17.83%로 정하며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전국 국립대 평균치인 19.35%와 거점 국립대학 평균치 18.69%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북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7)씨는 “총장이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투표 반영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며 “학교의 주체와 주인은 학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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