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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팔이 호객 행위 “제발 꺼져줄래”

(이미지=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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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 필름 무료로 바꿔드릴게요”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을 지나갈 때면 늘 듣는 소리다. 멀찍이 서서 이렇게 말만 건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억지로 잡아 세운다.

붙잡기 쉬운 젊은 여성은 그들의 주 타깃이다. 특히 혼자 다니거나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다면 높은 확률로 접근해온다. 한 번에 여러 명이 포위해오니 피하기 쉽지 않다.

평일 승하차 인원 6만명, 2호선 서울대 입구역 2번 출구 앞 거리는 폰팔이의 전쟁터다. 서울대에서 하교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샤로수길(관악구에 있는 특색가. 서울대 정문의 샤와 가로수길의 합성어)에 가려는 방문객도 무조건 지나야만 하는 거리다.

2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휴대전화 대리점 앞에는 항상 정장을 차려 입은 대여섯 명의 폰팔이가 길목을 막고 서있다. 대학생들은 그들의 과도한 호객 행위에 불쾌감을 토로한다.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이에 불만을 표한 글이 다수 게시돼있다.

“여자들만 길가다가 앞에 딱 서서 폰 뺏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데 이거 구청이든 경찰서든 어디 민원 넣어서 제재할 수 없나요. 정말 깡패가 따로 없네요.” “남자 여럿이 나와서 남자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여자 혼자 지나가는 경우에만 강제로 붙잡아서 호객 행위를 하는데 정말 꼴불견입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만 좀 괴롭혀요”

즉 신체 접촉을 하지 않고 “액정필름 무료로 바꿔줄게요”라는 말로 크게 손님을 부르기만 해도 법에 저촉된다.

더구나 해당 대리점에서는 고객의 핸드폰 개통 계약서를 SNS에 자랑삼아 올려 더 큰 문제가 됐다. 결국 지난 3월 문제가 된 대리점은 문을 닫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며칠 뒤 새로운 대리점이 들어섰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해당 대리점은 분명 이전 대리점이 호객 행위 문제로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새로 문을 연 대리점에 우연히 액정 필름을 사러 갔는데, 직원이 이런 이유에서 이전 대리점이 문을 닫고 새로 개업하게 됐다고 친절히 상황을 설명했다.

이 대리점은 처음에 조용했다. 그러나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이전 매장과 같은 방법으로 호객 행위를 시작했다. 결국 통신사만 바뀌었을 뿐 소비자 입장에서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대리점 직원들이 폰팔이라고 무시를 당하면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인센티브 때문이다. 대리점의 기본급은 100만~150만원이다. 여기에 휴대전화 판매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붙여 월급을 받게 된다.

만약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면 최소한의 생계 보장도 어려워서다. 이런 사정에서 마음이 급해진 대리점들은 손님 유치 작전으로 액정필름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불러 세우는 호객행위를 택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를 속인다는 이미지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통신업계에선 LTE(롱텀에볼루션) 대중화와 함께 불었던 ‘스마트폰 붐’을 꼽는다.

지난 2011년 3월 스마트폰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이동통신사들의 경쟁은 극에 달했다.

일단 가입자를 늘리고 보자는 경쟁 때문에 ‘배(스마트폰 가격)보다 배꼽(리베이트)이 더 큰’ 경우가 등장했다.

이통사들은 유통점에서 가입자 1명을 모집할 때마다 리베이트를 지급했는데 당시 이 금액이 60만~70만원을 웃돌아 ‘월급폰’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판매 실적이 올라갈수록 직원들이 막대한 이득을 보는 유통구조였다. 때문에 마치 대폭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속여 경쟁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직원들이 생겼고 ‘공짜폰’인 줄 알고 산 고객은 직원들을 ‘폰팔이 사기꾼’으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스무살을 갓 넘겼을 때부터 일을 시작해 8년째 판매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재영(29)씨는 20대의 대부분을 휴대폰과 함께 보냈다. 김씨는 “높은 리베이트로 젊은 나이에 엄청난 돈을 버는 이들도 있었지만 판매자의 몫을 지원금으로 소비자에게 얹어줘 휴대폰을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던 이들도 그만큼 많았다”고 말했다.

통신사 “호객행위 자체는 문제 없다”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대리점을 실제로 신고했다는 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통신사 호객 행위뿐만 아니라 모든 길거리 호객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경범죄 처벌법 제2장 제3조 제1항 제8호는 ‘요청하지 아니한 물품을 억지로 사라고 한 사람, 요청하지 아니한 일을 해주거나 재주 등을 부리고 그 대가로 돈을 달라고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른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한다.

그런데 여기에 억지로 팔을 붙잡고 말을 거는 경우 다른 범죄에도 해당될 수 있다. 강압적인 신체 접촉이 발생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장 제11조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 처벌을 위해서는 신고가 중요하다. 피해자의 진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법 호객행위에 대해서는 KAIT(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운영하는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센터에서 신고접수를 받고 통신사로 넘기면 통신사에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 규제하면 된다. 그렇다면 통신사에서는 어떻게 호객행위를 규제하고 있을까.

한 통신사에 문의해본 결과 호객행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호객행위를 통해 단통법을 위반하거나, 이동전화 불공정 행위가 이뤄지거나, 신체적 접촉이 과하게 있을 때만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한다. 1차로는 경고와 시정조치가, 2차로는 3일 거래중지와 벌금, 3차 이상부터는 조금 더 길어진 거래중지 기간과 높아진 벌금을 부과한다.

제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작년 부산 중구 남포동의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 남자 직원 세 명이 한 여성을 강제로 매장으로 끌고 들어가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매장은 본사로부터 3일 영업정지와 해당 직원 해고 등의 제재만을 받았다.

휴대전화 판매만 15년 차인 이광석(37)씨는 “매출이 90% 이상 급감하다 보니 편법을 쓰는 폰팔이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통신업계 판매업자에 대한 인식이 폰팔이에 머무르는 것은 비정상적인 유통구조와 시장상황 때문인데 판매업자 모두 싸잡아 비난을 받는 모습에 속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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