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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코르셋' vs '탈 갑옷'…남녀 성 대결 확산

'한국 남자들 제발 뿔테 좀 벗고 비비라도 발랐으면;;' '더치페이스 안 되는 거 실화냐?"

요즘 여성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한국 남자들 평균 외모'라며 남성을 비하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한남콘'은 새롭지도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쓰이는 바람에 원작자가 본 의도와 다르게 쓰인다며 저작권을 등록했을 정도다.

이들은 남녀 외모 격차가 커 '여자로 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여성 커뮤니티 회원인 임지수(23)씨는 "아직 주위 친구들이나 길거리만 봐도 '예쁜 여자-못생긴 남자' 커플이 많은 것 같다"며 "그냥 대학가, 번화가만 가도 여자들은 다 예쁜데 훈남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남자여, '더치페이스'부터 하라

한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더치페이스'를 검색하니 700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왔다. '알바하다 보면 커플들 더치페이스 너무 안 된다' '더치페이스 안 되면 만나지 말자' '주변 커플들 보면 외모 격차 심하다' 등이 주된 내용이다. 더치페이스는 남녀 간 외모 격차가 큰 상황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경제력은 양성에 동등하게 요구하는 분위기로 변하는 추세다. 남자도 돈 많은 여자가 좋다. 결혼할 때 남자가 집 해오라는 말은 옛말이다.

임씨는 "경제력은 비슷하게 요구하는데 여전히 외모 관리에 더 투자하는 쪽도 여자"라고 말했다. 이를 비꼬아 더치페이는 요구하면서 더치페이스는 안된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이 분노가 한남콘 등을 만들어내며 비하, 혐오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탈 코르셋' 외치는데 남자한테는 꾸며라?

(사진=이미지투데이)


일부 여성들은 그들이 당해온 것처럼 남성들도 암묵적으로 꾸밈 노동을 강요당하기를 바란다.

'남자는 외모보다 능력이다'는 프레임 속에 수많은 남성이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꾸미지 않는 남자를 비난한다. 제모하지 않은 다리·뿔테안경·체육복·삼선슬리퍼·보라색 입술·뱃살 등을 혐오한다.

'페미니즘' 운동의 하나로 최근 함께 거론되고 있는 운동 중 하나인 '탈 코르셋' 운동은 날씬하게 보이도록 여성의 상반신을 조이는 보정 속옷에서 기원했다.

탈 코르셋 운동은 그간 알게 모르게 '여성'을 옥죄어왔던 '여성다움'의 사회적 굴레나 구체적으로 짙은 화장,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 브래지어 등을 그만하자는 움직임을 뜻한다.

김민정 나쁜 페미니스트 대표는 “‘여자라면 이런 것들을 했어야지’라고 했던 사회에서 ‘왜 여자라면 그것을 해야 하는가’라는 인식의 전환과 주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유의미한 변화"라고 말했다.

"꾸미는 남자 재수 없어"

 

(사진=유튜브 갈무리)


최근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42.7%, 30대 남성의 35.7%는 스스로를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이라고 답했다. 남자 메이크업 유튜브 영상은 이제 놀라운 콘텐츠가 아니다. 눈썹 문신을 하고 남성용 비비크림을 바르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 고객 비율은 지난 2016년 18%에서 올 5월 26%로 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남성 고객이 색조화장품을 구입한 비율도 2016년 6%에서 11%로 약 2배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SNS나 유튜브에서는 '남자가 화장하는 게 뭐 어때서'라고 말하지만 실제 '남자가 화장은 좀...' '남자가 너무 많이 꾸미면 좀...'과 같은 반응이 대다수다.

소셜데이팅 앱 '이음'의 조사 결과에서 '남자의 화장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46%다. 나머지도 기초 화장까지는 괜찮다는 의견에 불과했다.

남성성 강요 '더는 못 참아'

아이러니하게도 탈 코르셋 운동이 남성에게는 또 다른 코르셋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자들이 불편한 치마에 하이힐을 장착할 때 남자들은 티셔츠 한 장에 슬리퍼만 신고 다녔듯 이제는 여자들이 안경을 쓰고 제모하지 않을 테니 남자들은 코르셋을 조이라는 것이다.

여성에게 ‘탈 코르셋’이 있다면 남성 사이에선 ‘맨 박스(Manbox)’를 부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작가 토니 포터의 책 제목이기도 한 ‘맨 박스’는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탈갑옷’과 같은 개념이다.

‘탈갑옷’은 웹툰 ‘남자는 갑옷을 입는다’에서 나온 표현으로 웹툰에서 갑옷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강요를 뜻한다.

직장인 이승현(27)씨는 "남자는 너무 꾸미는 게 아니라는 말과 남자는 능력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건 우리 세대의 탓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여성들이 여성성을 강요받는다고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남성들도 남성성을 강요받는다"며 "회사에서 이동 시 운전은 항상 남자의 몫이고, 회식을 할 때도 고기는 항상 남자가 굽고, 2차를 잡는 것도 항상 남자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남녀평등 시대에 여성에게는 강요하지 않으면서 남자에게는 남성성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탈코르셋이란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관습적 규범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라며 "'남자는 너무 꾸미면 안 된다' '외모보다는 능력이다'와 같은 인식 모두 남성에게 주어진 관습적 인식으로 사실상 코르셋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문승관 기자, 박새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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