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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직업이죠"



(사진=스냅타임)


흔히 플로리스트에 대해 '여성스럽다' 고 느낀다. 현실은 다르다. 화려함과 아름다움 그 이면에는 고된 육체적노동을 필요로 하는 직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꽃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일궈낸 플로리스트 '김시원' 대표.

올해로 ‘조셉 플라워’를 운영한 지 5년째인 그는 주로 기업체 행사나 이벤트, 런칭쇼를 맡아 플라워 스타일링을 한다. 최근 여름 특강까지 시작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성공스토리와 플로리스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스냅타임)

공간을 돋보이게 해야 잘하는 스타일링이죠

김 대표가 생각하는 플라워 스타일링의 기본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다. 간혹 자신을 아티스트라 착각해 공간을 망치는 플로리스트가 있다. 기본적으로 꽃이란 주인공을 돋보이는 중요 양념이기 때문에 그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공간이나 사람, 즉 주인공을 돋보일 줄 아는 스타일링이 진정한 플로리스트의 본분이자 '정상급 스타일링'이라는 것이다.

(사진=조셉플라워 인스타그램)


플로리스트를 시작하고 단 한 번 후회도 해본 적이 없다는 김 대표. 가끔 농담 식으로 '언제쯤 싫증 나서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까마득한 후의 일. 아니 아예 그만둘 때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곰곰이 이유를 되새겨 보면 매일 새로운 꽃을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에 플로리스트를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플로리스트로서의 삶을 살고 싶은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의 꽃을 뜻 깊은 일에 쓸 때 행복은 배가 된다. "한 손님으로부터 결혼한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연애할 때부터 애용한 꽃 덕분에 결혼에 이르게 됐다고요. 제 손으로 제작한 꽃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그들과 함께 행복한 순간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하면 플로리스트로서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사진=조셉플라워 인스타그램)

우연인 듯 운명처럼 기회가 찾아왔죠

어린 시절부터 꽃을 좋아했던 김 대표는 서울 서초동 할머니 집 화단에서 자주 놀았다. 꽃을 보거나 사는 걸 좋아해 꽃시장에 밥 먹듯 드나들었다.

김 대표는 "꽃을 너무 좋아해서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 생일에 꽃을 선물로 줬다"며 "그 친구가 되레 욕을 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꽃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온 그가 처음부터 플로리스트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취미로 꽃을 배우던 중 문득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유학을 가겠다고 결심했는데 부모님이 반대보다는 오히려 타지에서 잘 지낼 수 있을 지 걱정을 더 많이 했다"고 했다.

지인들에게 플로리스트를 한다고 결심을 전했을 때 생각과는 달리 잘 어울린다며 응원을 해줬다고 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무사히 유학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조셉플라워 인스타그램)


김 대표는 영국이 인정한 공인 플로리스트다. 처음부터 공인 플로리스트로 인정 받기 위해 유학을 간 것은 아니다. 입학한 학교가 플로리스트 양성 학교로 유명했지만 공인 플로리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입학을 했다. 5년간 영국에 머물며 플로리스트 과정을 마친 그는 영국 정부가 인정한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조셉플라워 인스타그램)

육체적으로 고된 일보다 편견이 더 힘든 법이죠

플로리스트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온 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 곳이 없다. 남들 모두 곤히 자는 새벽에 일을 나서야 하는 고됨은 기본이요, 직업의 특성 상 가위질을 많이 해 오십견이 빨리 찾아 왔다. 화병이나 화분, 비료 포대 등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업무가 많아 허리 디스크는 진작 찾아왔다. 경력이 쌓일수록 병원을 찾는 일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고된 육체적 노동보다 김 대표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이다. 여성 플로리스트가 대다수인 한국에서 남성 플로리스트의 삶은 하루하루 편견과의 전쟁이다.

김 대표는 "외국엔 남성 플로리스트가 상당수 차지하는데 한국은 여성이 대부분"이라며 "남성이 꽃을 키우고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 아직 편견의 벽을 허물기에는 그 벽이 두텁다"고 언급했다.

그는 "실제로 외부 행사나 런칭쇼를 준비할 때 무거운 걸 들고 나르는 일이 많아 플로리스트란 직업은 남성한테 맞다"며 "분류 업종도 농업이고 육체적인 힘과 지구력, 공간을 보는 감각이나 섬세함을 모두 필요로 하는 직업이 플로리스트"라고 강조했다.

(사진=조셉플라워 인스타그램)


그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가 만든 꽃을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면 그동안의 피곤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이 일을 한번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중독과 같은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조셉플라워 인스타그램)

플로리스트 양성 학교 만들고 싶어요

김 대표는 형편이 좋지 않은 친구들을 위한 클래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플로리스트를 시작하기까지 돈이 많이 든다"며 "사용하는 재료비가 비싸다 보니 형편이 어려워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런 친구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스냅타임)

진짜 좋아하는 일인지 생각해보고 시작하세요

내가 진짜 좋아서 시작하는 일인지 아님 보이는 부분이 예뻐서 시작하는 일인지 분명해야 한다. 정말 좋아서 시작하는 일이라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 충분한 학습과 경험을 한 후 플로리스트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수단과 목적만 가지고 플로리스트를 하다 보면 금방 지쳐 포기하기 일쑤여서다. 이 단계를 견디고 난 후 본인만의 스타일이 갖춰지면 각광 받는 플로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조언했다. 그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보고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부지런함.' 김 대표가 말하는 플로리스트의 기본 덕목이다. 김 대표는 "새벽 꽃시장에서 꽃을 사오고 다듬는 형식의 일상이 지속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싫증을 금방 느끼는 사람에게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그만큼 성실함이 중요하고 받쳐줄 수 있는 체력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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