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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동이 더 불쌍해’…현대인 관점에서 다시 보는 캐릭터

무개념 흥부, 정 많은 고길동...경쟁사회에서 재해석되는 이야기 속 인물들

(사진=만화 '아기공룡둘리,'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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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화 ‘아기공룡둘리,’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홈페이지)

현대사회에서 취업·결혼·집 마련·출산·양육 등 쉬운 것이 하나 없다. ‘무한경쟁시대’라고 불릴 만큼 모두가 경쟁해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됐다.

서로 먹을 것을 나눠 먹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던 정이 넘치는 사회도 사라진 지 오래다. 여성은 집안일, 남성을 바깥일을 해야 한다는 편견도 깨졌다. 돈 벌기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맞벌이를 하거나 결혼·출산도 늦추는 추세다.

무한한 경쟁의 현대사회에 살고있는 2030세대가 이야기 속 인물을 다르게 인식한다. 어렸을 적 인지하지 못했던 인물에게 관심이 가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인물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진=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홈페이지)

양육할 능력 없이 자식만 12명?…무개념·무대책 흥부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라는 교훈을 일깨워주는 대표적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흥부는 ‘경제관념이 없는’ 인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심지어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서 발행하는 ‘놀부의 생활금융가이드’ 금융 만화에서 놀부가 재태크를 잘하고 흥부에게 경제적으로 충고해주는 현명한 인물로 등장한다.

직장인 이종수(29)씨는 “착하게 살면 보상받는 것은 지금의 경쟁사회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 요즘, 흥부처럼 키울 능력도 안되면서 자식을 줄줄이 낳으면 대책 없고 개념 없다는 소리 듣는다”고 말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는 “농경사회에서 많은 아이가 곧 노동력이었기 때문에 자녀가 많은 것이 환경적으로 유의미했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데 돈·시간·노동력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자신의 삶에 대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면서 아이를 많이 낳은 흥부가 이질적인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데렐라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남녀가 대등한 입장에서 살아가는 사회가 보편화되면서 부유한 왕자를 만나 행복한 결말을 맺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일명 ‘취집’(취업과 시집의 합성어)·’신데렐라 콤플렉스'(남성에게 의탁하여 안정된 삶을 꾀하려는 여성의 심리상태)라는 용어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고길동 그림(사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캡쳐)

둘리는 사고뭉치…’평범한 가장 고길동이 더 불쌍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른인지 알 수 있는 사진’으로 한 게시물이 공개돼 관심을 얻었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조연 고길동이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과 ‘둘리보다 고길동이 불쌍해 지면 너도 어른이 되는 거란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최진욱(26)씨는 “어렸을 때는 둘리가 불쌍해 보였는데 지금은 고길동이 불쌍하게 보인다. 인간도 아닌 낯선 공룡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데 둘리는 항상 말썽만 부린다”고 말했다.

둘리를 구박하는 못된 어른으로만 비쳤던 고길동이 현대사회의 관점으로는 둘리의 가장 큰 후원자로 재해석된다.

윤석진 충남대 현대문학과 교수는 “만화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갈 곳이 없는 아이를 돕는 인물이 일반적이었다. 그 시대에는 고길동 같은 캐릭터가 보편적이어서 엄마를 잃은 둘리가 더 불쌍한 캐릭터로 인식됐다. 현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기 때문에 조건 없이 둘리를 도운 고길동이 정이 많은 인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화나 이야기가 만들어진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는 보편적인 인물이었지만 시대는 자꾸 바뀌기 때문에 이야기 속 인물이 새로운 사회적 배경에 맞춰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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