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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만 유죄 ‘추정원칙’?…무고죄만 있다

이씨가 제보한 사진(사진=제보자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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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 발생 추이(이미지=스냅타임)

“지나가다 어떤 여성이 곤경에 처해있더라도 절대 직접 도와주지 마라”

누리꾼들 사이에 ‘억울하게 성범죄자 안되는 법’이라며 공유되는 말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성추행 포비아(공포)를 넘어 ‘여성’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성범죄 처벌·단속이 엄격해지면서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는 경우가 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무고죄 발생 건수는 모두 3617건으로 2012년 2734건 보다 32.3% 증가했다.

실제로 무고 가해자로부터 누명을 쓴 두 남성을 스냅타임이 만났다. 그들은 “현 사법부는 남성에게만 유죄 추정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가 제보한 주방 및 판결문(사진=제보자 이씨)

끝나지 않는 지옥

2017년 6월 일식집 관리자로 일하던 이OO(34·남)씨는 아르바이트생 신OO(20·여)씨의 근무태도에 대해 크게 나무랐다. 그 이후 갑자기 신씨는 “지난주에 주방에서 제 뒤로 지나가실 때 제 몸에 손댄 건 잘한 짓인가요”라며 성추행을 주장했다. 이씨는 “무슨 소리냐”며 “우리 주방은 오픈형에 몹시 비좁은 곳이라 손도 올리고 지나갔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후 이씨는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이게 고소가 되겠느냐”라고 말했지만 경찰은 이씨에게 출두하라는 명령을 했다. 이씨는 “나를 향한 경찰과 검사의 경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내가 누명 썼을 가능성은 배제하고 수사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재판준비를 시작했다. 적금을 깨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내고 증거를 수집했다. 하지만 신씨가 주장하는 추행 당시의 CCTV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가 모은 증거는 종업원의 진술·주방 사진·신씨가 기물 파손하는 장면이 담긴 CCTV였다.

변호사에게 상대방의 증거는 뭐냐고 물으니 “신씨의 일관된 진술이랑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있네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무고 피해자가 된다는 거 TV드라마·영화에서나 봤지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며 “증거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말 몇 마디로 누명이 씌워지는 게 참 쉽다”고 울분을 토했다.

1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이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씨의 사과 한마디를 기대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신씨가 이씨의 엄벌을 요했고 검찰에서 항소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고 이 지옥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관된 진술’에 관해 노영희 변호사는 “일관성의 판단이 전부 판사의 재량이다”며 “오직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려면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고 피해자의 진술도 일관성을 갖는데 왜 가해자의 진술 일관성만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형량 약해 항소했지만 기각

2016년 유OO(27·남)씨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김OO(25·여)씨와 술을 마셨다. 이후 김씨가 유씨의 집에 가자 했고 둘은 방 안에서 쌍방동의하에 성관계하려 했다. 당시 유씨는 탈모약을 먹고 있어서 성기능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에 김씨는 화를 내며 집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유씨의 집에 경찰관이 찾아왔다. “강간죄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했다.

유씨는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이 나를 짐승 취급하며 범죄자 다루듯이 하니까 점점 위축되고 겁이 났다”고 전했다.

유씨는 휴직하고 변호사를 찾아다녔다. “그 당시 내게 하늘은 노란색이었다” “이렇게 억울하게 유죄 되면 자살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유씨가 발견한 아파트 CCTV에 김씨의 진술에 반하는 장면들이 찍혀 있었다. 이에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었다. 유씨는 “만약 감시 카메라가 없었다면 나는 꼼짝없이 강간범으로 낙인 찍혔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씨는 김씨를 무고죄 가해자로 고소했다. 하지만 김씨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에 검사가 김씨에 대한 형량이 너무 약하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현행법상 무고죄는 최대 법정형 징역 10년, 벌금 1500만원 수준의 처벌을 받는 중범죄다. 이민 창과방패 대표변호사는 “무고죄의 법정형은 높지만 막상 선고형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며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누명임이 확실한데도 무고죄가 성립 안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검찰 법원(이미지=스냅타임)

형사법 대원칙 유명무실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형사재판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해 낸 제도이다.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자를 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판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젊은 법관들은 애매한 경우 유죄로 기운다”고 말했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들이 무고 가해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작년 8월 전북의 한 교사는 ‘여고생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쓴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주장한 학생들은 ‘성추행을 당한적이 없다’는 타원서를 교육감에게 직접 보냈지만 학교·교육청·인권센터 측은 이를 무시하고 강압 조사를 했다.

교사의 부인은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가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며 사건 관련자 10명을 고소했다. 하지만 전주지검 형사3부는 관련 10명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답답하고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법령과 지침 그리고 매뉴얼을 살펴볼 때 피고소인들은 형사처분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교수는 “진술 증언에 너무 의존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성범죄 관련 법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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