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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아픔 나누며 위로하고 싶어요"



이슬기 사진작가가 촬영한 사진을 편집하고 있다.(사진=스냅타임)


 

 

 

 

 

 

 

 

 

 

 

 

“사각 프레임 안에 넣는 것은 자신 있어요.”

사각 프레임 안에 그려 넣는 것을 좋아하던 만화가가 우연히 사진을 찍게 됐다. 2013년, 아내가 유산으로 큰 시련을 겪었을 때 그는 DSLR카메라를 샀다.

아파하는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종이가 아닌 사진기에 웃는 아내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은 부부가 다시 열심히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았다. 이슬기(37) 사진작가의 이야기이다.

그는 청년들이 영정사진을 찍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를 원한다고 했다. 영정사진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의 영정사진을 기획한 이슬기 작가를 스냅타임이 만났다.

추모공원에 생후 80일 만에 떠난 아들을 기리며 아버지가 놓고 간 화관. 유산 경험이 있는 이 작가의 마음을 울려 '젊은 날의 초상'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됐다(사진=이슬기 사진작가)


 

 

 

 

 

 

 

 

 

 

 

 

“청년들의 못다 한 이야기 담으려고 했죠”

추모공원에 생후 80일 만에 떠난 아들을 기리며 아버지가 놓고 간 화관을 보며 유산 경험이 있는 이 작가는 ‘젊은 날의 초상’을 기획했다.

지난해 7월말 장묘업체로부터 바이럴 마케팅으로 쓸 사진을 촬영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이 작가는 한 달간 12곳의 추모공원을 다니며 사진촬영을 했다. 그곳에는 죽은 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긴 편지와 쪽지가 가득했다.

“그 메시지가 마치 남아 있는 사람이 떠난 이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느껴져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SNS사진과 단체사진에서 오려온 사진을 준비 없이 떠난 젊은이의 영정사진으로 사용하는 것 또한 안타까웠죠. 죽음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청년들의 영정사진을 촬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이 작가의 ‘젊은 날의 초상’이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담긴 영정사진이 탄생했다.

'젊은 날의 초상' 영정사진. 마지막 메세지가 쓰여진 흑판이 특징이다.(사진=이슬기 사진작가)


 

 

 

 

 

 

 

 

 

 

 

 

 

 

 

 

 

사진, 진실과 시간을 담다

이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기를 좋아한다. 그는 “본인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제일 아름답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것도 사진의 매력이라 강조했다. ‘젊은 날의 초상’도 주인공의 솔직한 모습과 아름다운 마지막 순간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는 “사진은 가치 추구가 아니라 가치 부여”라며 “가치를 추구하면 상품이 되지만 가치를 부여하면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진 속 인물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사진 속 인물은 그 사진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위로 받기를 바란다. 이 작가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다.

'젊은 날의 초상' 영정사진 촬영장. 흑판의 문구는 최근 촬영한 청년의 마지막 메시지. 릴레이로 다음 촬영하는 사람이 마지막 메시지를 지우고 자신의 것으로 채워가는 형식이다.(사진=스냅타임)


 

 

 

 

 

 

 

 

 

 

 

 

영정사진은 '힐링'

이 작가는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힘든 현실에 상처를 받고 죽음을 떠올리며 사진관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촬영 전 아픈 사연을 듣고 공감한다. 그 후 형광등을 끄고 간접조명으로 바꾼 뒤 잔잔한 노래를 튼다. 오롯이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다.

이 작가는 잠시 자리를 비켜준다. 문답지(유서)와 흑판에 메시지를 쓸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서다. 이 작가는 “이 과정에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을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가진다”며 “대부분 눈물을 흘리면서 치유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젊은 날의 초상’을 통해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두 번째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했다. 촬영 직전 이 작가는 주인공에게 거울 앞에 서도록 제안한다.

그리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세요. 정말 아름답죠. 숨을 쉬고 있는 우리는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어요. 촬영 후 자신의 가치와 자신감을 되찾아 다시 열심히 살아볼 기회를 잡으세요.”라고 속삭인다.

아픔을 대신할 수 없지만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이슬기 작가. 그는 사진작가 겸 만화가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활동을 끊임없이 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인생의 두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당신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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