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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예방교육'에 보험판매?…무늬만 의무교육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지난해 7월 근로자 10명을 둔 한 결혼사진 촬영업체는 전문강사를 초청해 성희롱예방교육을 했다. 출강교육을 주관한 업체는 후원사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교육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강의를 듣던 이 업체 직원들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1시간 교육 예정이었던 성희롱예방은 교육은 강의 20분 후에 보험 판매로 바뀌었다. 현장에서 강의를 들은 홍모(25)씨는 “강의는 정작 20분밖에 하지 않고 보험 설명만 40분 넘게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시간의 대부분을 후원사였던 보험사의 상품 설명으로 채운 것이다. 무료로 성희롱예방교육을 진행한다는 A업체 관계자는 “40분 교육과 20분 후원사 광고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육을 받은 직장인들은 "교육 시간은 많아야 20분"이라며 "진짜 목적은 광고"라고 했다.

(자료=취업포털 커리어)


교육 중 보험 판매…‘주객전도’

‘성희롱예방교육’은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기업이 매년 1회 1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교육이다.

하지만 지원을 받아 무료로 교육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교육 시간의 절반 이상을 후원사 광고에 할애하고 있다. 사실상 '수박 겉핥기 교육'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3월 국내 취업포털 ‘커리어’가 인사담당자 479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이 어느 정도의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30.9%(148명)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유명 가구 인테리어 기업 ‘한샘’에서 발생한 직장 상사의 성폭행 사건으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행에 대한 주의가 커졌지만 형식적인 성희롱예방교육에 직장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 정부 지원에도 교육 소화 어려워

후원사의 지원을 받지 않는 교육은 강의료를 내야한다. 성희롱예방교육을 주관하는 B센터는 수강 인원과 강사 이력에 따라 비용을 달리 책정한다. 최소 수강인원을 기준으로 1시간에 27만원에서 특별강사는 45만원까지다.

C와 D업체는 각각 25만원, 30만원의 비용을 제시했다. 출강비에 부담을 느낀 소규모 사업장은 저렴한 ‘동영상 강의’로 성희롱예방교육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100% 환급을 해주는 온라인 교육도 있지만 환급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기에 동영상 강의가 사업장의 근무 환경과 근로자의 고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일부 위탁 기관을 통해 출강교육도 지원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일정 조정이 어렵거나 인원, 위치 등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은 민간 업체의 유료 출강교육 또는 온라인 교육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인사(HR)관련 카페의 한 회원은 "영업직이 많고 본점과 지점이 떨어져 있어 다 모여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시근로자 10명 미만의 영세 사업장은 회사 일정과 목표 생산량을 소화하기에도 벅차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홍보물을 게시·배포하거나 자체교육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교육의 효과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0~3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성희롱예방교육을 하기 어려운 곳은 무료강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무료 출강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가하는 직장 내 성희롱…교육 실효성은 '글쎄'

지난 3월 정부는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공공부문에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설치해 100일간 피해사건을 접수했다. 총 1280건이 접수됐으며 여성가족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만 770건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접수한 성희롱 진정사건이 217건인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2년째 회사에 다니는 박모(28)씨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1년에 1번 1시간 교육을 듣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며 “지금의 교육은 단지 형식적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성평등 의식과 성희롱·성폭력 문제 의식을 포함해 여성 폭력에 대한 통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성희롱예방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규모 직군·직위별로 단위를 쪼개야 한다"며 "워크숍 등의 방식으로 구성원이 직접 교육 내용을 논의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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