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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팸스토리…"고양이 탐정을 아시나요"





 

고양이 탐정 김광진씨 (사진=스냅타임)


“천직을 찾은 것 같아요. 고양이 탐정하려고 일본에서 1년여간 공부도 하고 왔지요.”

투박한 부산 사투리, 무뚝뚝한 표정 안에 왠지 모를 따뜻한 미소가 스며 있다. 올해로 5년째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주고 있는 ‘고양이 탐정’ 김광진씨의 첫인상이다.

의뢰를 기다리는 시간에 머물고 있다는 ‘아지트’를 소개해준다기에 함께 차에 올랐다. 차에는 온통 고양이 구조 장비로 빽빽해 궁둥이를 붙일만한 자리마저 찾기가 어려웠다.

그는 털털하게 “그냥 깔고 앉아요”라며 자리를 내주었다. 가는 내내 “고양이 고거는 기상천외한 동물이여”라며 고양이의 매력을 쉬지 않고 설명했다.

도착하니 그의 아지트는 작은 놀이터였다. 볕이 좋고 바람도 잘 불어서 아지트로 삼았단다. 그곳에서 그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봤다.

20년 무역업 사장님이 ‘냥이 탐정’으로

‘고양이 탐정’이 되기 전에 김씨는 일본과 관련한 무역업을 20년 정도 했다. 당시에는 개도 별로 안 좋아하고, 고양이 눈빛도 이상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냥 고양이는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도둑고양이라고 치부해왔다.

9년 전 우연하게 지인으로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받고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 요리조리 숨어다니고 친해지면 주인을 알아봐 주는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후 소위 ‘길냥이’ 10마리 정도를 ‘캣맘’으로 자처해 밥을 주고 다녔다. 안 보이면 찾아내서라도 밥을 주곤 하다 보니 어디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고 했다. 그게 ‘고양이 탐정’으로의 첫 발걸음이었다.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인생의 제2의 직업으로 고양이 탐정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죠. 일본에 있으면서 직접 고양이 탐정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왔어요. 일본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고양이의 습성, 행동학, 탐정기법 등을 가르치는 곳과 이를 알려주는 교재 등 고양이 탐정이 되기 위한 다양한 교육법이 있습니다,”

배우다 보니 왠지 호기심 많고 독립성이 강한 김 씨의 성향과도 닮은 것 같았단다. 고양이를 찾는 일이 재밌어지고 집요하고 섬세한 성격 역시 고양이 탐정의 조건에 최적화돼 있다고 생각했다.

내시경 카메라로 고양이를 찾아낸 모습(사진=김광진씨 제공)


'눈과 발'이 가장 중요한 장비

‘집요함’ 하나는 다른 탐정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김 씨는 “눈으로 많이 보고 발로 많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역업을 할 때도 아주 꼼꼼하고 끈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색에 나서기 전에 고양이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먼저 파악한다. 고양이와 주인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주인과 쉽게 교감하고 다가오는 고양이는 주인이 불렀을 때 나오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고양이는 두려움에 주인을 무서워한다.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는 포획틀을 이용해 잡는다.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다치거나 놓칠 수가 있어서다. 만약 과거에 수술하거나 아픈 적이 있으면 철제로 된 덫은 무섭다고 인식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플라스틱 덫을 따로 준비해 다닌다.

뜰채도 사용한다. 김씨는 “고양이는 날렵한 동물이기 때문에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린다”며 “잡더라도 고양이가 망 안에서 몸부림치기 때문에 끈으로 고정해서 움직임을 잠재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곳은 내시경카메라로 확인한다. 장비 하나를 만들더라도 고민해서 다시 고치곤 한다. 이렇게 해서 5년간 1000마리가량 구조했다고 했다. 하루에 1~2건씩 의뢰가 들어오고 한 달에 20건 이상 고양이를 찾는다고 했다. 고양이 수색 성공률은 70~90%정도다.

김광진씨가 구조한 고양이들 (사진=김광진씨 제공)


”생명을 다루니 남다른 사명감 있죠“

고양이 탐정을 하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찾은 고양이가 죽은 채로 발견됐을 때 가장 힘들었다.

김씨는 “주인이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가족이 죽은 거나 다름없는 거다”며 “이런 날은 돌아가는 길에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또 아무리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 찾아봐도 고양이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간신히 찾았는데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면 몸도 힘들지만 심적으로 더 힘이 든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올해 3월 즈음이다. 다른 탐정에 의뢰하고도 찾아지지 않아 집 나간 지 6일째 되는 날 재의뢰가 온 ‘뽀솜이’라는 고양이다. ‘뽀솜이’ 수색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기적처럼 찾았다.

뽀솜이의 주인은 집 근처 가로수에 현수막으로 도배했을 정도다. 오죽하면 그 주변 길을 지날 때 ‘뽀솜이’ 사진밖에 없었다. 김씨는 창고 안에서 ‘뽀솜이’ 소리가 들리자 “우리 아이 맞아요”라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뽀솜이 주인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고 했다.

아직은 고양이 탐정 일을 하면서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고 강조했다.

그는 “탐정 직업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로 남고 싶다”며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고양이 탐정일을 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익숙함에 방심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너무나 잃어버리기 쉬운 동물이고 겁많고 연약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힘이 닿는 한 이 일을 계속 해야죠. 많은 사람이 고양이의 매력을 알고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동물구조대와 함께 고양이 수색을 하는 모습(사진=김광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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