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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이 그래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지난 6월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문과대 서관에 있는 국어국문학과 김모(57) 교수 연구실에 학생들의 항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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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성추행해온 고려대 국문과 교수 파면
권력을 이용한 폭력…“학계 전반의 문제다”

“피해자 안전한 일상 복귀 위해 지원 필요”

고려대 전경(사진=연합뉴스)

고려대가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추행한 국어국문학과 김모(57) 교수를 파면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수년 간 대학원생 등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3월 피해자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투(Me too)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김모 교수에게’라는 글을 올리며 확산했다. 국문과를 중심으로 학생회와 연대해 사실 규명을 요구했고 국문과 교수들의 사과를 담은 성명서까지 이끌어 냈다.

고려대는 김 교수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성평등센터 차원의 직권조사를 진행했고 김 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확인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고려대 안팎에서는 고려대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학계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수’라는 학내 최고 권력을 이용한 전형적인 ‘갑을관계’의 폭력사건이라는 것이다. 재발방지와 피해자의 안전한 일상 복귀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들이 발표한 입장문(사진=고대 국문과 성평등위원회 페이스북)

부당한 권력에 더 많은 감시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려대 학생들은 부당한 학내 권력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감시의 눈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국문과에 재학 중인 이모씨(23)는 “주변 국문과 학생 모두 사건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면서 대처했다”며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부당한 사건에 대한 학내 관심과 연대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자보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대자보에 ‘함께 하겠다’는 의미의 포스트잇이 붙은 걸 바라보았을 때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며 “대학을 학문의 상아탑이라 부르지만 이면에는 권력을 이용한 수많은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면하게 된 계기였다. 이것은 한국 학계 전반의 문제일 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문과를 이중전공 하는 한모 씨(22)는 “한국 사회에 고착화한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불합리한 갑을 관계가 결합한 전형적인 폭력 사건”이라며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절차와 조직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교수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컸다. 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조모씨(20)는 “교수라는 직위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성희롱과 성폭력은 말할 것도 없다”며 “피해 학우들에게 공개적인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파면으로 도망가려는 태도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발 빠른 대처가 사태해결 이끌어

학생들의 발 빠른 대처가 사태 해결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국문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피해호소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과대 학생회와 연대했다.

이후 국문과 사건대책위원회가 발족했고 학과장과의 면담을 통해 자료집과 호소문을 전달한 후 학내 대자보를 게시했다. 사건대책위원회는 사건과 관련해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 학내외 단체의 연대를 이끌어냈다.

6월에는 전국 대학원생 노동조합이 성명을 냈고 국문과 사건대책위원회, 고려대 여학생위원회를 포함한 10개의 학내외 단체가 함께 교수 징계 심의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후 고려대 국문과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 왔고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며 “마음으로부터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대학가의 자성을 촉구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국문과 사건대책위원회와 대학원생대책위원회는 기구 산하 ‘학내 반성폭력 제도 개선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학 공동체를 개선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더는 학내에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학내 성평등센터의 위상과 권위가 강화돼야 한다”며 “피해자가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 지원과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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