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위안부 문제, 당시 소녀의 아픔에 더 관심을”

디모킴 뮤지컬 공장 김현준 대표 (사진 = 김현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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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 김현준 감독
3년만에 다시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배우 오디션 전 세계에서 3000여명 몰려
“정치·사회적 관점 아닌 인간적 관점 접근”
“아시아인 스토리 美시장에 맞게 제작할 것”

디모킴 뮤지컬 공장 김현준 대표 (사진=김현준씨 제공)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 간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그 당시 유년기를 빼앗긴 소녀들의 이야기에요. 정치·사회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당시 소녀들의 아픔에 대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느끼고 관심을 뒀으면 좋겠어요.”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그린 한국 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Comfort Women: A New Musical)’이 3년 만에 다시 미국 오프브로드웨이(300석 미만의 소극장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15년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 개막한 ‘컴포트 우먼’이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자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을 찾은 ‘컴포트 우먼’의 작가 겸 연출가 김현준(28) 디모킴 뮤지컬 공장 대표를 스냅타임이 만났다.

디렉팅을 하고 있는 김현준씨 (사진=김현준씨 제공)

3년 만에 앙코르 공연…총 60회 공연 전석 매진

김현준 대표는 “아시안 소재를 주류사회 관객에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며 “위안부의 역사 자체를 모르는 타민족 관객들에게 고통과 아픔의 주인공 위안부 소녀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감정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 애국주의를 빼고 담담하게 위안부 이야기를 뮤지컬에 담고 싶었다”며 “유린당한 인권과 짓밟힌 꿈, 생환해 온 고국에서 외면당한 소녀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어달라는 게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처절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희화화하지 않도록 연출의 균형과 수위를 조절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컴포트 우먼은 미국 뉴욕의 유명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피터 제이 샤프 시어터’에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간 총 60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약 8400명의 관객이 공연을 관람했다. 60회 공연 모두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1941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인 소녀 ‘고은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도쿄의 공장에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 돈을 벌러 떠났다가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같은 처지의 소녀들을 만나는 내용이다.

2015년 오디션에 9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던 것이 이번 재공연에는 전 세계 3000여명 지원자가 몰려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치열한 오디션 과정을 거쳐 22명의 아시안 배우들과 2명의 백인 배우를 발탁했다.

‘컴포트 우먼’의 한 장면 (사진=김현준씨 제공)

녹록지 않았던 투자자모집…日극우단체 협박도

초연에 이어 앙코르 공연에 이르기까지 컴포트 우먼의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초연 당시 작품을 준비하는 3년간 일본 극우단체들로부터 협박은 물론 소송까지 당했다. 결국 방법이 없으니까 소를 취하했다”며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반응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했다.

제작비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벽은 더욱 만만치 않았다. 김 대표는 “위안부 소재라는 이유로 제작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예정됐던 투자가 무산되기 일쑤였다”며 “투자하기로 했다 철회한 한국인도 많고 일본 거래처가 있는 기업도 투자를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역사를 민감한 소재로 받아들여 외면하는 현실이 씁쓸했다”며 “왜 한국인이 우리 역사를 민감한 정치적 이슈로만 여기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디렉팅하고 있는 김현준 씨 (사진 = 김현준씨 제공)

연출가 꿈꾼 별난 4살 꼬마

“지금 생각해도 별난 학창시절이었어요. 좋게 말하면 추진력이 좋았고, 나쁘게 말하면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했죠.”

김 대표는 4살때 뮤지컬 캣츠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뮤지컬 ‘광팬’인 12살 소년에게 기회가 왔다. 매번 학교가 끝나면 가던 ‘캣츠 빅탑 씨어터(Big Top theatre)’에서 ‘뮤지컬 1세대 프로듀서’인 설도윤 프로듀서를 만나면서부터다.

김 대표는 “4살때 캣츠를 접하고 막연히 뮤지컬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설 프로듀서를 만나고 인생의 목표가 확고해졌다”며 “이후 설 프로듀서가 캣츠 뮤지컬에 빈자리가 있으면 자리를 만들어주고 만드는 뮤지컬마다 초대권을 보내줬다. 이렇게 매일 뮤지컬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창작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아르바이트한 250만원을 들고 예술의 전당의 문을 두드렸지만 현실은 그의 열정을 받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뮤지컬 연출가의 꿈을 포기하라고 했다.

그는 “찾아간 기획 사무소에서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일이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집에 가서 영어 공부나 더 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내 창작뮤지컬을 미국에서 만들어서 차라리 역수출시키겠다고 결심하고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고 했다.

 

‘컴포트 우먼’의 한 장면 (사진=김현준씨 제공)

“아시아인 위한 뮤지컬 만들고 싶다”

“아시안이 뭘 할 수 있겠어라는 그 보이지 않는 차별이 굉장히 힘들었죠. 아시안이라는 편견과 무시 속에서도 간절한 꿈으로 여기까지 온 만큼 컴포트 우먼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때까지 뛰는 게 현재의 목표입니다.”

김 대표는 아시아인을 위한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아시안 배우와 창작진에게 기회를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잠시 연출을 내려놓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미 컬럼비아대에서 프로듀싱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디모킴 뮤지컬 공장에서는 7개의 창작뮤지컬을 만들고 있다.

그는 “2015년 오디션 때 많은 아시안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러왔다. 이번 공연에도 3000여명이 넘는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러왔는데 아시안을 위한 역할이 많이 없다 보니 더 절실하다고 했다”며 “그들의 절실함을 보고 더 많은 아시아인 이야기를 미국시장 트렌드에 맞게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컴포트 우먼’의 한 장면 (사진= 김현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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