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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으면 미련 곰탱이”…저출산에 골치 앓는 북한



[장휘의 북한엿보기]
출산율, 2000년대 ‘2.0명’에서 최근 ‘1.9명’으로 줄어
비슷한 경제 규모 개도국 평균 4.7명 절반에도 못 미쳐
‘모성 영웅’ 칭호 부여 등 대대적 선전에도 효과 못 봐

지난 5월, 2018년 국제조산원의 날 행사가 평양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요즘 젊은 부부 중에 아이를 한 명 이상 낳는 사람은 ‘미련한 곰탱이’로 불릴 정도로 주변의 비아냥거림을 당한다. 여전히 ‘남아 선호사상’이 강하지만 딸을 낳았다고 아들을 가지려고 또다시 임신하는 부부는 생계 걱정이 없는 고위 간부 자식들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을 방문한 한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저출산의 실태를 보도했다. RFA는 “북한의 신세대 주부들이 아이를 많이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남한 등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자녀의 양육비와 교육비 등을 감당하기 버거운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데 특히 서민들은 가족을 부양하는 일을 주로 여성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산과 육아,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 등 북한 여성들이 감수해야 하는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은 우리나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막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RFA는 “북한 당 간부 상당수가 간부승진에 아이가 많은 사람을 우선 고려하라는 김정은의 방침이 내려진 적도 있지만 승진을 위해 아이를 더 낳겠다는 신세대 부부들을 만나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모성 영웅’ 등 요란스런 선전활동도 무용지물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은 황해남도의 유경 여성이 평양산원에서 세쌍둥이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세쌍둥이를 낳은 산모와 아이에게 은장도와 금반지를 선물했다.

출산휴가 확대정책과 함께 북한은 다산(多産) 여성들을 따라 배울 것을 권장하고 아이를 많이 낳는 여성에게는 ‘모성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는 등 출산확대를 위한 선전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쌍둥이를 낳으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평양산원에서 각종 특혜도 준다.

‘조선중앙통신’이나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선전 매체들이 쌍둥이, 세쌍둥이 출산 소식을 ‘나라의 길조’라며 요란하게 홍보하는 이유도 역설적으로 북한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5년 북한은 출산휴가를 대폭 늘렸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노동법 제66조와 여성권리보장법 제33조 일부 내용을 수정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개정으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은 150일(산전 60일·산후 90일)에서 240일(산전 60일·산후 180일)로 휴가 일수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의료보건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식량난과 경제난이 이어진다면 저출산 상태는 더욱 심각해지리라 전망했다.

조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일사회보장연구센터장은 “앞으로 10년간 북한에서 현재의 저출산과 식량난, 그리고 열악한 의료보건 상태가 유지된다면 북한 인구구조가 고령화될 뿐 아니라 노동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출산율로 인구수 유지 어려워

미국 인구통계연구소 ‘인구조회국’(Population Reference Bureau)이 지난 22일(현지시각) 공개한 세계인구자료(2018 World Population Data Sheet)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전체 인구는 2560만명으로 작년보다 약 10만명 증가했다.

이 연구소의 샬롯 그린바움(Charlotte Greenbaum) 정책분석가는 “현재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명으로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 출산율인 2.1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전체 인구가 결국에는 감소세로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예상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남한은 올해 1.05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내년에는 0.9명으로 추락해 아시아 최하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북한이 남한보다는 출산율이 높지만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지닌 다른 개발도상국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린바움 분석가는 “북한이 확실히 평균적으로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출산율이 낮다”며 북한과 비슷한 경제 규모의 국가의 합계출산율이 평균 4.7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인 나라는 노동력 부족,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 상승, 잠재적 경제악화 가능성 등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북한의 경제성장과 생산력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극심한 경제난 등으로 출산 기피

북한의 저출산 배경에는 극심한 경제난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탈북한 한 새터민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 아이를 낳는 건 온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며 “먹고 살기 위해 여자들도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거나 목숨을 걸고 중국 국경을 넘어 밀수입하는 등 돈벌이에 나서면서 아이 낳기를 점점 꺼려한다”고 말했다.

높은 영유아 사망률도 한몫하고 있다. 낙후한 의료수준과 열악한 의료인프라 탓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7년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24명으로 남한(1000명당 3명)의 8배 수준이다

임신 중 또는 출산 이후에 숨지는 산모 역시 남한보다 10배 넘게 많다. 아이와 가임여성 수 모두 줄어 출산율 감소가 빨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조성은 센터장은 “건강 문제, 열악한 사회 인프라,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영유아와 아동의 질병 위험이 크고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도 높다”며 “북한 인구의 25%가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영유아를 포함한 170만 명의 어린이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 2018’(The World Factbook)을 보면 북한의 유아사망률은 1000명당 22.1명으로 세계 73위에 해당한다.

북한 인구의 고령화도 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북한 전체 인구 2560만명 가운데 65세 이상의 비율은 9%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로 분류한다. 북한은 2004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어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그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로 따른 경제활동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남한이나 선진국과 달리 북한은 저출산에 따른 군 병력 감소를 더 우려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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