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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침해소 청춘뉘우스

“400만원짜리 졸업작품인데”…쓰레기로 ‘둔갑’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전시 (사진=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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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된졸업작품]
알바 등으로 돈 모아 부담하지만 취업에 도움도 안 돼
일부는 전시회 후 그대로 버려 지역 골칫거리로 ‘전락’
예술대 졸업 요건 바꿔야…학교·지자체 등 지원에 나서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전시 작품(사진=스냅타임)

토익과 시험, 논문으로 졸업할 수 있는 타 학과와 달리 예술을 전공한 학생들에게 졸업전시는 졸업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졸업작품을 제작하는 데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마저도 학교의 지원이 없어 학생들이 사비를 털어야 한다. 졸업전시가 “학생의 주머니만 터는 불필요한 관습”이라는 불만과 함께 “예술대 졸업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작비용 수백만원…비용마련에 허덕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김종현(가명, 24)씨는 졸업전시에 두 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작품 제작에 사용한 비용은 약 400만원이다. 학기 등록금과 합치면 8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등록금과 졸업작품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부모님의 손을 벌린 김씨는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졸업을 하는 것이 불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과를 졸업한 유지민(가명, 25)씨는 졸업에 작품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스태프 인건비를 포함해 5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 그는 “돈을 많이 쓰면 작품의 질도 좋아진다”며 “학교가 좋은 작품을 원하면 그만큼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졸업전시를 한 박현주(가명, 24)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미술을 전공한 박씨는 작품에 약 200만원을 썼다. 그는 학교가 1000만원에 달하는 전시장 대관료조차 지원하지 않아 학생들이 60만원씩 돈을 내 전시장을 빌렸다고 주장했다.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야 했다.

반면 건국대 현대미술학과 관계자는 “전시장 대관료를 지원하지 않은 사실이 없다”며 “지난해 1200만원의 대관료 중 990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대관료 전액을 지원했다.

홍익대 프로덕트디자인 졸업전시작품 (사진=스냅타임)

먼지 쌓이는 졸업작품…”쓰레기보다 못해”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졸업작품은 먼지만 쌓여간다. 사회에서 학생들의 졸업작품에 주목하지 않는다. 가치도 인정받지 못한다. 과거와 달리 디자인업계 실무자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학생들의 졸업전시회를 찾지 않는다.

채용과 관련해 특혜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고 어차피 입사 후 업무를 새로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인 졸업작품은 그저 졸업하기 위한 과정일 뿐 취업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홍익대 대학원 도예과에 재학 중인 이지영(가명, 25)씨는 “사회에서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가치 있게 봐주지 않는다”며 “시간과 비용을 들인 작품이 하찮게 취급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졸업전시가 끝난 후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작품을 집에 보관할 뿐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동양화를 전공한다는 한 학생은 “마치 석사나 박사 논문을 수백만원어치 들여 제작한 후 나중에 라면받침으로 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데 졸업작품도 실상은 비슷하다”며 “졸업전시회가 끝나면 일부 학생들은 짐이 되기 때문에 누가 가져가려니 하고 작품을 회수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홍대 앞에는 최근 졸업전시를 끝낸 작품들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작품들은 분리수거도 잘 안돼 지역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홍대 일대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김영오씨는 “(졸업작품을)분리해서 내놓지 않으면 수거를 안 한다”며 “요즘은 더욱 분리수거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져 더더욱 가져가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전시회 (사진=스냅타임)

전시회 대신 발표회로 간소화해야

졸업전시가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할 뿐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자 예술대의 졸업 요건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졸업전시회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졸업발표회다. 직접 작품을 제작하지 않고 아이디어와 디자인, 작품구상만으로 졸업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중앙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장경일(가명, 25)씨는 “졸업전시회가 우리끼리만의 파티로 전락한 지 오래다“라며 ”발표회에 기업 인사를 초대해 학생들의 발표와 포트폴리오를 받아보면 실질적인 취업 연계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와 학생은 졸업 전시회를 발표회로 대체하기 위해 투표를 진행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 모 교수는 “학내에서 전시회와 발표회 논의가 있었지만 학생들이 여전히 졸업전시회를 개최하기를 원했다”고 언급했다.

발표회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졸업전시가 큰 비용이 필요하지만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존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예술대학이 졸업전시회를 졸업 요건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학교는 독특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명지대 시각디자인전공 모 교수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년 학교에서 실습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며 “디자인 회사의 후원을 받아 대관료 일부를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예술대 졸업전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졸업작품전을 희망하는 도내 대학생에게 복합문화시설 ‘굿모닝하우스’의 공간을 무료로 대관하고 있다.

경희대 의류디자인학과와 경동대 디자인학과를 포함한 4개 학교가 지난 10일부터 12월21일까지 굿모닝하우스에서 차례로 졸업작품전을 연다.

[한종완·유정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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