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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수능이 있다면 북한은 ‘국가시험’



[장휘의 북한엿보기]
올해 불수능 원인 ‘국어’…北 입시 문학 매우 쉬워
“재수는 없다”…당에서 결정 입시 실패 군대 직행
수험생 배려 없어…공부량 방대하고 스트레스 상당

지난 10월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전국 대학생 정보과학기술 성과 전시회가 개막했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긴장과 설렘을 안고 올해 대학수학능력검정시험이 끝났다. 남한의 수능 문화는 거의 대국민 연례행사 중 하나다. 올해는 어떤 문제가 출제됐고 등급 컷이 어떻게 나뉘는지 모든 게 이슈다. 미국은 대학 입학시험을 위해 SAT(Scholastic Aptitude Test)를 본다. 북한도 대학 입시제도에 따라 시험을 치른다.

‘南 수능·北 국가시험’

북한도 수능과 비슷한 대학 ‘국가시험’이라는 입시제도가 있다. 예비시험과 대학별 시험(본시험)으로 두 번으로 나뉜다. 먼저 예비시험을 치른다. 매년 4월에 이틀간 진행한다. 문제는 내각 교육성에서 선출한 대학교수들이 낸다.

과목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 역사, 수학, 물리, 화학, 외국어(영어), 국어(문학) 등 6개다. 한국과 다른 점은 모두 주관식이고 하루에 세 과목씩 45분씩 시험을 치른다. 예비시험 통과율은 70~80% 정도이며 합격생들은 본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한 새터민은 “이번 수능에서 국어 과목이 불수능의 원인이라 들었다. 북한 문학 과목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며 “난이도가 매우 낮다. 대체로 고등중학교에서 이과 과목을 중요하게 여기고 문학은 거의 무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5일 충북 청주 흥덕고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대학 배치…대학 떨어지면 ‘군대行’

시험이 있긴 하지만 대학을 고를 수는 없다. 한 번에 한 대학만 지원할 수 있으며 모든 대학의 입시 기간이 같아 대학 선택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재수는 불가능하고 남학생은 대학 입시에 떨어지면 곧장 군대나 직장에 가야 한다.

입시 절차 기간에 해당 대학에서 입학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증에 해당하는 ‘파견증’을 받는다. 이 파견증은 당국이 각 학교, 군부대, 지자체별로 대학에 입학할 사람 수를 할당한 것이라 아무리 똑똑해도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

학교장의 권한으로 각 학생에게 해당 정원을 배분하고 이 기준은 교내 성적과 등수가 된다. 등수를 매기는 시험 여부나 방식은 학교마다 다르다.

수험생들은 파견증을 가지고 해당 대학에 방문해 수험표를 발부받는다. 수험표에는 이미 입학하게 될 학과가 명시돼 있으며 본인이 결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김일성대학교 파견장을 받았다면 그 대학에서 입학시험을 봐야 한다.

공부량 방대…스트레스도 커

북에서 대학 입시를 경험한 또 다른 사람은 “여학생은 그래도 재수할 수 있다. 한국에서처럼 입시 기간 내내 학생을 배려하는 특별한 분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시험 분량에 대해서는 “시험을 위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부량이 굉장히 방대하다. 대학 입학 준비를 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며 “한국의 고3에 해당하는 중학교 6학년 1년 동안은 학교에서 거의 매일 밤을 새웠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실력이 있는 학생들은 거의 입학한다. 그런데 가끔 그렇지 않은 애들이 상위권 대학(김일성대)에 입학하는 케이스가 많다”며 “그런 애들은 중학교에서 학급장이나 초급단체비서(학생들이 소속돼 있는 정치조직 기층 책임자)를 하던 이른바 배경이 있는 친구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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