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리선권 냉면 발언 논란…“전형적인 전술 전략”



[장휘의 북한엿보기]
외교 결례에도 ‘센’ 발언…단독 행동으로 볼 수 없어
전문가 “상대방 압도한 뒤 협상 주도하기 위한 전술”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냉면 발언이 일파만파다. 리선권은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넘어가냐”고 정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렇게 회담장에서 짜증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개최된 남북 산림협력 회담 에서도 북한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이 회담 내용에 대해 육성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막말 발언과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협상을 유리한 고지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형적인 북한의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센’ 언행을 통해 상대방을 자극하고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통적인 전술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냉면’ 발언 자체의 진위도 문제지만 설화(舌禍)와 구설(口舌)이 반복되면서 자칫 남북 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남북 산림협력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맡은 박종호 산림처 차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이 종결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만한 행보…치밀하게 계산된 행동

리선권은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불쑥 나타나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핀잔을 줬다고 했다. 이 냉면 발언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해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의 오만한 행보는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6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리선권은 고위급 회담 취소에 대한 JTBC 소속 기자의 질문에 대해 손석희 JTBC 사장까지 언급하며 화를 냈다.

당시 리선권은 “JTBC는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며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장 난 시계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하자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 된다”고 모욕을 주기도 했다. 회담 중에도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다.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으름장을 놓아 왔다.

취재기자들에게도 “기자 선생은 잘 안되길 바라오?”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리선권의 태도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 상황에서 단독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뒤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실세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리선권의 행동은 상대방을 압도한 뒤 협상을 주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리 위원장이 남한 대기업 총수들이나 정부를 압박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동창리 시험장 영구폐기 등 비핵화 추가 조치 내용을 포함한 '9월 평양 공동선언'의 전체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은 노동신문 2면에 실린 평양 공동선언 전문.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북한은 남북 산림협력 회담을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에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실세로 떠오른 리선권…강경발언 강해질수도

북한에서 리선권의 발언을 두고 사과에 나설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북한 내 남북 관계를 다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다. 리선권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남북 간 회담과 실무접촉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리선권은 북한 내 실인 김영철의 오른팔로서의 역할을 한다. 승승장구를 거듭한 리선권은 지난 2016년 조평통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는 김정은의 신임을 받는다는 증거다. 가장 힘 있는 북한 실세 중 실세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30대인 김 위원장이 앞으로 자신과 함께할 러닝 메이트로 리선권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으로 회담이 진행될수록 김정은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들 엘리트 관료들의 강경발언은 더 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북한 전문가는 “최선희도 강경 발언으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취소시켰지만 지금 잘 나가고 있지 않느냐”며 “북한에서 관료가 자기 마음대로 얘기할 수 없다. 다 상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 내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 한 사람 밖에 없다”며 “강경 발언 지시를 받더라도 세부적인 단어 선택 등에는 개인의 재량이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