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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도그를 아시나요?”

[펫팸스토리]
공장에서 찍어내듯 새끼 낳는 번식견
19개 경매장서 매주 5000여 마리 매매
매년 61만 마리 유통, 10만 마리 버려져
파양·유기 줄이려면 ‘허가제→면허제’로

‘루시 법’의 영국 애견 루시(사진=lucytherescuecavalier의 페이스북)


“배터리 도그를 아시나요.”

배터리 도그는 배터리처럼 계속 충전해 새끼 낳는 용도로 쓰이는 번식견을 일컫는 말이다. 1년에 수차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 낳은 새끼는 한 달도 채 안 돼 사람의 손에 넘어가 경매장에서 거래된다.

최근 영국에서 개나 고양이의 제3자 판매를 금지하는 ‘루시 법’을 발효했다. ‘루시’는 ‘배터리 도그’였다. 5년 만에 구조된 루시는 구조된 지 2년 만인 지난 2016년 휴유증으로 죽었지만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을 크게 끌어 올렸다.

‘루시 법’은 번식만을 위한 강아지·고양이 공장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면대 면으로만 거래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 반려동물을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없다. 동물의 생산환경부터 어미 개까지 모든 것을 확인해야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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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유기동물처리현황(자료=농림축산식품부)[/caption]

국내 19개 경매장서 하루 5000여 마리 강아지 거래

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 육성 세부대책’에 따르면 연간 생산·유통되는 반려동물은 약 61만 마리다.

국내 강아지 경매장은 지난 2016년 12월 기준 19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매주 약 5000마리가량이 경매를 통해 유통된다. 유통경로는 경매장을 통해 판매업체로 넘겨지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이밖에 온라인 판매, 가정집 분양, 수입업체 판매 등이 있다. 한 마리당 평균 가격은 31만3000원이다.

동물판매업체(펫숍)가 증가하면서 앞으로 하루 거래되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농식품부의 ‘2017년 동물등록 및 유기동물 구조 현황’에서 동물판매업체는 전년대비 5.6% 증가한 3991개였다.

판매하는 동물은 주로 개(60.6%), 햄스터(27.6%), 고양이(8.3%)로 조사됐다. 반려동물을 어디서 샀느냐는 질문에 ‘판매업체’라고 답한 비율은 2016년 19.3%에서 2017년 21.3%로 늘었다.

박정병 고양이정원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이 너무 쉽다”며 “아무나 동물을 생산해, 경매장에 팔고 판매업체 등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소비자들도 몇 십만원을 주고 간단히 입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완견 번식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대량생산 규제해야 파양·유기 줄일 수 있어

동물단체들은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동물 학대 처벌 기준 강화나 생산업 허가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량생산을 규제해 동물들이 넘쳐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대표는 “대량생산을 줄이고 입양절차를 어렵게 바꾼다면 파양이나 유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업을 허가제에서 면허제로 바꿔 더 엄격하게 시설과 인력기준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에 신고된 동물생산업체 수는 545개소다. 유기동물은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전년대비 14.3% 증가했다. 생산·유통되는 동물의 수사 늘수록 유기되는 동물의 수도 함께 늘고 있다.

문운경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유기·유실동물 예방을 위한 동물등록제 활성화, 유기동물 보호·관리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동물보호와 복지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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