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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인턴십…“우리는 소모품”



[취업난맥⑤]단순 인력 보충 위해 채용…“현실과 달라”
이뤄지지 않는 정규직 전환 가장 큰 문제

(사진=연합뉴스)


“김OO씨 일을 너무 잘해줬는데 이번에 TO(table of organization·정원)가 없어서. 미안해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A 화장품 회사에 6개월 ‘인턴’으로 일한 김모(25)씨는 회사 통보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화장품 MD(상품기획) 직무라 열심히 배우겠다는 결심에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야근은 기본이었고 정규직과 별다른 차이 없이 업무를 했다. 심지어 커피 심부름은 물론 회의 전 카피 업무부터 차트와 파워포인트 작업까지 잡다한 사무업무도 도맡아 했다. 계약 만료일 일주일 앞두고 아무런 통보가 없자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잠시, 회사로부터 계약 만료를 통보받았다.

김씨는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후 취업 포털에 접속했는데 회사에서 그가 맡았던 직무의 인턴 채용 공고를 올렸다. 왈칵 쏟은 눈물도 잠시. 분노와 오기가 생겼다.

김씨는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려 했으나 취업 포털에 뜬 같은 직무의 채용공고를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며 “다음부터 인턴직을 지원한다면 직무에 상관없이 정규직 전환형 인턴직만 지원하리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턴은 단순 인력 보충용”

경제학을 전공한 이모(27)씨는 실무 경험을 하기 위해 B 은행 인턴으로 취직했다. 그는 뱅커의 꿈을 꾸고 은행 실무를 배우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복사와 커피 심부름이었다.

이씨는 “인턴 생활하는 동안 제대로 된 실무 교육을 받지 못했고 아르바이트생과 다를 게 없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정규직 전환 가능 인턴이나 제대로 된 취업 준비를 했을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기업의 인턴 채용이 청년에게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느냐’는 질문에 57.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미국에서는 33.2%만이 같은 답을 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인턴 채용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족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서’가 58%로 1위를 차지했다.

취업 포털 커리어의 설문조사 결과 인턴 지원 이유로 ‘인턴 근무 후 정규직 전환 기회 또는 채용 시 우대사항을 얻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인턴 채용의 종류로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 71.1%로 압도적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잠깐 있다 갈 소모품 취급에 실망했다”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지원하는 인턴십이지만 막상 하고 나면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과 취준생 회원 480명을 대상으로 ‘인턴십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인턴십 유경험자 중 실망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2.9%였다. 그 이유로는 ‘소모성, 잠깐 있다 갈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가 36.3%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뒤이어 ‘업무량에 부족한 급여(26.2%)’, ‘예상과 다른 업무(13.1%)’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그 밖에도 ‘내 적성과 맞지 않는 업무(7.7%)’, ‘기대와 다른 기업 문화(7.7%)’, ‘각종 차별대우(6%)’ 등의 뒤를 이었다.

이처럼 많은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인턴십에 실망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요인으로는 취업난 속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취업과 인턴십 경험 간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말에는 69.3%가 ‘예’라고 답했다. 인턴십에 지원하는 이유로는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가 56.9%로 1위를 기록했다.

현재 인턴십 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음에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정규직, 계약직 등) 직급으로의 전환률’이 64.6%로 가장 많았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턴십은 직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본인의 직업을 확정 짓는 단계”라며 “하지만 현재 기업은 인턴을 상대로 실무 교육을 제공하기보다는 조직 생활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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