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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도와주세요”…통신두절에 취약계층 ‘고립’



KT화재사고로 서울 일대 통신마비…취약계층 연락 두절
병원 예약 어려워 SNS로…정부도 해당기업도 대책 부실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에서 경찰,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에서 혼자 사는 강모(27)씨는 다수 희귀난치병과 중증만성천식을 앓고 있다. 호흡기가 약해 산소 호흡기까지 사용하는 강씨는 통신이 마비된 주말 동안 영문도 모른 채 방안에 고립돼야 했다. 그 누구도 강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얘기해줄 수 없었다.

뒤늦게 화재 때문에 통신이 끊겼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사라져 병원은 예약은 물론 장애인 콜택시도 이용할 수 없다. 몸이 아파 휠체어를 끌고 PC방 가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강씨는 “열이 계속 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 어떤지 몰라서 병원도 못 가고 있다”며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실제로 연세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5일 전산장애로 응급환자 접수가 지연됐다. 외부 전화 수신이 끊기고 병원 애플리케이션 접속도 되지 않았다.

(사진=페이스북)


“아파도 병원 못 가”…취약계층 ‘고통’

지난 24일 KT아현지사 화재로 서대문과 마포, 여의도, 중구 일대 통신이 마비됐다. KT 통신망 휴대전화는 물론, 인터넷, TV까지 모두 먹통이다. 언제 응급 상황에 발생할지 모르는 장애인, 환자, 독거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게 통신 두절은 특히나 위협적이다.

현재 통신망 임시복구가 진행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완전 복구까지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 강씨와 같은 사회취약계층의 고통이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와 연결이 끊기자 취약계층 당사자는 타 통신망을 사용하는 가족과 지인의 무선기기를 이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정부, 취약계층 지원 대책 ‘깜깜’

사회취약계층이 통신 두절로 겪는 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두 차례 안전재난문자만 발송할 뿐 뚜렷한 지원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통신마비가 가장 심한 마포와 서대문 구청 관계자는 “장애인과 노인, 환자들이 겪는 통신장애 문제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지원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청 관계자는 “통신장애 지원과 관련해 따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 생활을 지원하는 사설 복지기관조차 이들의 통신장애 문제를 도와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시설 관계자는 “아직 통신마비로 문제가 접수된 일이 없다”며 “일일이 돌아다니며 조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혜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직 정부와 지자체에서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관련 복지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통신사가 이들의 어려움을 귀담아듣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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