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총여 폐지 흐름은 거대한 백래시”

[뉴스후]言路사라지는 대학가
윤원정 동국대 총여학생회 회장 인터뷰
총여 폐지 서명만 500명 넘어…“여성만을 위한 기구 오해”
“학내 성차별 없었다면 있을 이유 없어…철폐 위해 필요”
“총여 존재 이유 묻는 것은 페미니즘 백래시와 닿아 있어”

윤원정 동국대 총여학생회 회장이 총여학생화 존폐논란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스냅타임)


“최근 총여학생회 논란은 학내 문제로만 국한해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차별이 있느냐’, ‘개인적인 문제 아니냐’, ‘여자가 소수자냐’라며 총여의 존재 이유를 묻는 말은 페미니즘 백래시(Backlash·사회·정치적 변화에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기득권층의 반발현상)와 닿아 있다.”

윤원정 동국대 31대 총여학생회 ‘무빙’ 회장(22·영어문학과 3학년)은 최근 대학가의 잇따른 총여 폐지에 대해 학내 여학생과 차별받는 소수자의 권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회장은 “이런 흐름이 동국대에도 찾아오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며 “여전히 총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릴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서울 내 주요 대학 중 총여학생회가 존재하는 곳은 동국대가 유일하다. 총여학생회의 수난시대라 할 만큼 존재 자체를 의문시하는 분위기가 대한민국 대학가에 확산하고 있다.

회칙개정공포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총투표 요구안(사진=동국총학, 동국대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입후보자 없어…‘풍전등화’ 총여

서울 내 대학 중 유일하게 총여가 남아 있는 동국대도 앞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자취를 감춰버릴 상황이다. 윤 회장은 “아직 입후보자가 없다”며 “어쩌면 내년에 동국대에 총여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많은 대학에서 총학생회마저 공석 상태가 될 정도로 학생운동이 쇠락하고 있고 그 상황에서 총여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여성주의 학생운동이 학내 페미니즘 운동, 페미니스트의 상징 같은 존재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그만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일부터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 총투표 요구안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동국대 총학생회 회칙 개정안에 따르면 학생 총투표는 학생총회를 거치지 않고 학생들의 요구가 있다면 시행할 수 있다.

이 서명운동은 1만3000명의 동국대 재학생 중 약 4%인 500명만 서명에 참여하면 학생 총투표를 할 수 있다. 학생 중앙위원회에서는 온라인 서명의 부적절성을 이유로 500명을 넘긴 이번 서명운동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윤 회장은 “기존 총투표를 위한 학내회칙은 학생총회를 전제로 하고 그에 따르는 사안에 대해 충분히 토론한 후 시행해야 하지만 지금 개정된 회칙은 단지 학생의 요구만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30일 이내에 충분한 공론장과 토론장을 마련한다는 회칙도 없고 아무런 토론 없이 한 기관의 존폐를 다수결에 맡기는 것은 오히려 비민주적”이라고 말했다.

(사진=동국총대 페이스북)


“총여, 여성만을 위한 기구 아니야”

윤 회장은 총여에 대해 여성만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내 성차별을 철폐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고 이는 학생 전체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동국대 총여는 반성폭력 내규재정,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의제화, 강의실 모니터링 등 학내의 여성주의적 시선을 신장시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총여가 더는 필요하지 않은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 목표”라며 “학내 여성 혐오와 성차별이 없었다면 총여는 존재하지 않았을 기구다. 피해 당사자들에게 자치권을 줌으로써 그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도록 한 기구가 총여”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와 대학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서 총여에 대한 적대적 발언과 역차별 지적 등에 대해 윤 회장은 “오히려 이러한 공격들이 총여의 존재 필요성을 강조하는 셈”이라며 “총여는 정치기구로써 필요하다”고 했다.

동국대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6~7건의 성추행 등의 관련 피해 제보가 있었다고 한다. 반면 그 누구도 공론화를 원치 않아 조용히 넘어갔다고 윤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서 아무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은 아직도 피해자들이 ‘내가 보호받을 수 있을까, 가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을까, 공동체가 변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며 “기저에 깔린 말할 수 없는 분위기, 이 자체만으로 총여가 나서야 하는 이유이자 존재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는 ‘총여가 왜 필요하냐’, ‘총학생회 산하로 바꾸자’, ‘회비는 남녀 다 내는데 남학생들은 왜 투표권이 없냐’, ‘여성만을 위한 조직은 역차별이다’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지금의 총여는 사회적 차별을 받는 소수자로 그 역할을 확대하면서 생기는 딜레마로 본다”며 “여성·소수자 의제를 직접 다루는 당사자들이 사람을 뽑고 기구를 구성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다시 한번 학생들의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윤 회장은 총투표 자체의 정당성, 회칙 개정 상의 문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학생회 대표자들에게 총여 만이 해 왔고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설득하기 위한 작업을 먼저 이어나갈 계획이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