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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비하에 성차별 논란까지…지상파·케이블 방송 만연



[위험수위넘은방송①]
예능 등 사회적약자 비하 ‘웃음코드’로 사용
미디어 노출 잦아지면서 시청자도 ‘무덤덤’

XtvN에서 방송한 한 예능 프로그램의 군인 비하 발언 장면(이미지=최신유행프로그램)


지난 20일 XtvN 예능 ‘최신유행프로그램’이 군인 비하 발언인 ‘군무새’(군대+앵무새의 합성어로 군필 남성들을 지칭하는 비속어)를 사용해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 예능은 제대 후 복학한 대학생 중 군대 이야기에 집착하는 이들을 ‘군무새’로 지칭하며 이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이어 군무새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그냥 연애에 대한 욕구 불만이 쌓여서 그런 거죠”라고 묘사했다.

이를 본 한 시청자는 “가장 꿈 많을 나이에 군대에 가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오는데”라며 “군대 갔다 온 사람은 당연히 한동안 군대 얘기밖에 없지…”(@정**)라고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겼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방송의 발언에 대해 민원을 몇 차례 받았다”며 “심의에 올려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혐오 비하 코드를 절묘하게 섞어 예능 등에 사용한 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시정요구가 이어졌지만 당시에만 ‘반짝’하고 만다. 시청률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방송 프로그램은 큰 제재 없이 돌고 돈다.

문제는 혐오와 비하, 성차별 논란 등을 교묘하게 숨겨 포장한 방송코드에 시청자들이 자주 노출되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방송 제작자들의 하소연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현재 방송환경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스럼없이 사용되는 혐오 표현

방송에서 풍자를 핑계로 군인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해 정미경 전 의원이 jtbc ‘뉴스현장’에서 인터뷰 중 “군인들은 머리를 쓰면서 (무언가를) 할 줄 모른다”며 “(군인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걸그룹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 뮤직비디오에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군인들이 훈련받는 것을 비웃으며 쳐다보는 장면이 있다. KBS2 ‘개그콘서트-용감한녀석들’에서는 여자들에게 환호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빗대어 “눈이 낮아지는 불쌍한 군인, 성별만 보는 불쌍한 군인”이라는 발언을 내뱉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상 차별·비하 정보 심의건수는 2014년 861건이었으나 △2015년 1184건 △2016년 3022건으로 2년 새 3.5배 급증했다. 올 1~7월까지 심의 건수도 1041건을 기록했다.

이호용 한양대 정책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희생하는 사람에 대해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어서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잘 못 느낀다”며 “군인에 대한 명예·존중은 교육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웃음코드 뒤에 감춰진 차별·비하

지난 7월 ‘전지적 참견 시점’은 지적장애인을 희화화해 방송심위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방송에 배우 신현준이 출연하자 이영자 등 진행자들이 “기봉이 인사 한번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이에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인사를 하자 출연자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제작진은 ‘넘치는 개그 열망’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기봉이는 신현준씨가 출연한 영화 ‘맨발이 기봉이’의 주인공으로 실존 인물인 지적장애인 마라토너다.

방송심의소위는 “지적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소수자 인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전진수 MBC 예능본부 부국장 겸 예능 1부장은 “그동안 MBC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예능 프로에서 장애인을 묘사하는 소재를 다뤄왔다”며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예능은 예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색하고 비판할 문제는 아니지 않으냐는 반론도 상당하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웃음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선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YWCA는 지난 3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예능·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했다. 성 평등적 내용은 7건, 성차별적 내용은 56건으로 성 평등적 내용보다 성차별적 내용이 8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단위의 시청자들이 많은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성 역할에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장면이 문제의식 없이 송출되고 있었다고 YWCA는 설명했다. 특히 자막을 통해 성 역할 고정관념을 부추기거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등 편집자의 성 평등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은 한 언론의 기고문을 통해 “옳고 그름, 정상과 비정상의 ‘대치 구도’를 만드는 것은 쉽고, 재밌고, 때론 비논리를 논리로 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며 “방송에서 주로 사회적 약자나 소수를 ‘비정상’의 자리에 위치시키면서 본인들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굴절된 안도감’을 얻으려는 잘못된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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