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발표에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조희연 교육감 사퇴하라”
학부모·교사 “공정한 평가 불가능해…사교육비 부담 불 보듯 뻔해”
전문가 “체계적 평가 도입해 공정성 확보…교사 역량 늘릴 방안도”

지난 12일 서울시 교육청이 내년부터 중·고등학교 시험에 논·술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하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수시’로 대학을 가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신에 대해 민감한데 논술과 서술형 시험까지 준비해야 하는 ‘삼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논술과 서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어 사교육비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평가 혁신방안을 발표한 하루 뒤 ‘서울 중고교 서술, 수행평가 50% 확대 반대 및 조희연 교육감 사퇴’로 국민청원이 올라올 정도다.

논술 사교육 조장…학부모 경제적 부담까지
중·고교 정기고사의 논·술서술형 문항 비율을 20% 이상 출제하고 논술·서술형 시험과 수행평가 비중을 현행 45%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이번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내용의 주요 골자다.
중학교는 5개 주요과목(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중 1과목 이상은 학기당 수행평가 및 논술·서술형 문항만으로 평가한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해 ‘창의 지성·감성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은 싸늘하다 못해 조 교육감 사퇴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반응이다. 학부모들이 주로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일 서울시 교육청을 비판하는 글이 수백 건씩 올라온다.
학부모 A씨는 “창의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수시와 정시뿐만 아니라 추가로 논·서술형 시험까지 준비해야 한다”며 “논술·서술형 시험 대비 학원이 분명히 넘쳐날 것이고 사교육비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 B씨도 “결국 대한민국 특성상 주관식에도 답안지 쓰는 법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과연 본 취지에 맞게 운영이 될지 의문이다. 이런 교육 방식은 대한민국에서는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고 일침 했다.
실제로 새로운 교육방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논술·서술형 대비 학원이 학생 모으기에 잰걸음이다. 네이버에는 논술학원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약 2700건이나 올라왔다.
고교 1학년과 3학년 진학예정 아이를 둘 두고 있다는 학부모 C씨는 “교육 현장에서 현재 논술·서술형 평가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체계적으로 돼 있는지 묻고 싶다”며 “준비가 안 된 주관적 평가를 학생과 학부모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현장도 ‘불신’…객관적 평가 어려워
교육현장에서도 논술·서술형 답안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서울 은평구 S고등학교 교사는 “학생의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채점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갖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D고등학교 교사는 “기본적 평가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논술·서술형 시험은 공정성 시비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서울 노원구 C중학교 교사는 “교사마다 실력과 의지가 달라 채점을 소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교사들의 평가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시 교육청도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거세진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강연흥 서울시 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객관성·공정성 시비가 없어 지금까지 선다형이 편했다”며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함께 변화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과장은 “논술·서술형 평가 확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우려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반영하는 기준을 세워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체계적 평가 도입해 공정성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평가항목을 도입해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평가 자체가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주후 아주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가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판단행위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가 부족해 논술·서술형 시험 관련 쟁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며 “교사 평가에 대한 타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 연수 비중을 높이는 등 정부에서 교육 예산을 늘려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조선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사람이 하기 때문에 오차는 날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에게 문제 제기할 권한을 주고 여러 교사가 재채점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평가 제도를 도입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사의 평가도구개발과 평가시행역량을 충분히 개발해야 한다”며 “평가 준거를 매우 구체적으로 마련해 미리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