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근무시간 손실비용 年 4조7000억원
1년 내 이직 경험자 48.1% ‘직장 내 괴롭힘’ 사유로 꼽아

“쟤가 말로만 듣던 일X충이래.”
신입사원 김모(25)씨는 동료직원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회사 선배가 자신에 대해 뒷말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김씨는 당장 달려가 따져 묻고 싶었지만 참고 넘어갔다.
회사선배가 김씨를 괴롭히자 자연히 직장 내 따돌림이 시작됐다. 김씨는 “솔직히 제 욕하고 다니는 거 다 들어서 아는데 그만 하시면 안 될까요”라고 선배에게 얘기했다.
김씨의 회사선배는 “너 다른 선배한테도 이렇게 따지고 드니. 나한테만 이러는 거 진짜 비열한 짓”이라며 김씨를 나무랐다.
김씨는 “전에 그 선배가 부장을 향해 성추행범처럼 생기지 않았냐는 등 뒷말을 하기에 그러지 말라고 했다가 이 지경에 이른 것 같다”며 “어렵게 들어간 회사지만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직장 괴롭힘’ 사회적 비용 年 4조7000억원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우리 사회가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고용노동부는 최근 직장 괴롭힘으로 근무시간 손실비용만 연간 4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괴롭힘 유형에는 따돌림ㆍ차별적 괴롭힘, 폭행ㆍ상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사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과 함께 회사 전체를 망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괴롭힘 피해자 58.2%는 건강상의 문제를 겪었고 10.6%가 자살시도를 경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연구 결과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이 ‘직장갑질’을 경험했고 최근 1년 이내 이직 경험자의 이직 사유 중 48.1%가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고 발표했다.
언어적 폭력 더 유의해야
전문가들은 언어적 폭력이 대부분인 만큼 직장 내에서 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 스태프는 “직장갑질119에 신고되는 괴롭힘 유형 중 신체적 폭행보다는 언어적 폭력 제보가 훨씬 많다”며 “하지만 상사의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총괄 스태프는 “국회에 잠자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해야 김씨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직장갑질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