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노약자석은 노인전용석인가요?”



교통약자 배려해 비워놓아야 하지만…
‘자리 양보 막무가내 요구’하는 어르신
대학생 10명 중 1명 “너무 꼴불견이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임신 4개월째인 직장인 황모(32)씨는 2호선 시청역에서 신도림 방향 지하철에 탑승했다. 퇴근길 사람이 많은 2호선이라 일반석은 꽉 차 있었지만 노약자석은 몇 자리 남은 상황이었다.

황씨는 몸이 너무 힘들고 무거워 어르신이 나타나면 자리를 양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잠시 노약자석에 앉았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탑승한 한 노인은 황씨를 보며 “뭐가 힘들다고 젊은 것이 노인들 앉는 자리에 떡 하니 앉아 있어”라며 무안을 줬다. 황씨는 “어르신이 타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일어나자마자 무안을 주니 너무 불쾌했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어르신과 젊은 층이 자리 양보나 노약자석 착석을 두고 차내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임산부가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생긴일이 종종 올라온다.(사진=한 커뮤니티)


서울시가 ‘2017년 대중교통 이용현황’을 분석한 자료에서 노약자석은 전체 지하철 차량 좌석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고령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환자와 부상자, 무거운 짐을 든 자 등 교통 약자가 이를 이용하게 돼 있다.

노약자석 대부분 고령자가 앉아 있어 노인이 아니면 앉기가 어렵다. 티가 별로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라 해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지 않고 노약자석에 앉아 있으면 눈치를 주거나 힐난하는 분위기다. 정부에서 임산부를 배려하라는 의미로 임산부 배지를 배부했지만 이를 달고 출퇴근길에 나서는 임산부는 많지 않다.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취업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7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0.5%가 지하철 꼴불견으로 ‘자리 양보를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어른’으로 꼽았다.

젊은 세대들은 ‘노인이면 당연히 자리를 양보해야지’라는 인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또 노약자석을 약자를 보호하는 자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지정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인식이 세대갈등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최모(26) 씨는 “노약자석이 비어 있는데 굳이 어르신이 일반석에 앉는다고 젊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느냐”며 “그러면서 노약자석은 노인전용자리, 일반석은 노인이 오면 양보해야 하는 자리라는 인식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약자석에 대한 이러한 인식 때문에 노인들도 서글프다. 마치 노약자석 때문에 세대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당하는 것도 그렇고 일반석에 앉으면 고깝게 여기는 시선도 존재해서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사회적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이용하는 대상에 어르신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정책도 정책이지만 약자가 있다면 배려하는 차원에서 비워놓아야 한다. 따뜻한 시선이 선행돼야만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