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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과 향기가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 최승진 Prescent(프레센트)14 대표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읽고 ‘조향’의 세계로
‘향기에 담은 생각’…사람들에게 작은 위로 되길


최승진 Prescent 14 대표(사진=스냅타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5가. 동네를 조금 걸어 내려가다 보면 숨어 있는 책방을 발견한다. 문을 열기 전부터 따스함이 물씬 느껴지는 이곳. 최승진(31) Prescent(프레센트) 14 대표는 2년 전 이곳에 ‘향기가 있는 책방’ 콘셉트로 자리를 잡았다.


‘소설 향수’가 바꿔놓은 삶…조향 공부에 매진


최 대표가 본격적으로 향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고 나서다. 책이 바로 조향에 눈을 뜬 계기가 됐다. ‘나만의 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은은하게 퍼졌다.


군대 전역 후 곧바로 ‘조향 스쿨’을 찾았다. 최 대표는 “당시엔 조향 관련 교육하는 곳도 일할 곳도 별로 없다 보니 향을 다루는 일이면 스쿨로 문의가 많이 왔다”며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도 많이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꾸준히 다니던 조향 스쿨에서 직접 발간하는 향수 전문 잡지 발간에 동참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조향 공부를 계속하다가 새 일자리를 얻은 후 책과 향수의 컬래버레이션을 경험하게 됐다. 그것이 ‘프레센트 14’의 시작이었다.


그는 “회사를 다닌 동안 좋은 기회를 얻어 대형 서점과 책과 향수로 협업을 하게 됐다”며 “그 순간 이 아이템이 참 재밌다고 느꼈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6개월간 분주히 준비했다. 그렇게 프레센트 14가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직접 선별해 제작한 향을 테스트 할 수 있다. 책 제목별로 향이 구분돼 있다. (사진=스냅타임)

‘Present(선물)+Scent(향)’에서 착안


Prescent(프레센트) 14의 의미도 Present(선물)와 Scent(향)의 합성어로 Prescent(프레센트)가 됐다. 14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숫자인데다 앞으로 책방을 소통, 공간, 사람 같은 14가지 키워드로 분류해 운영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14가지 키워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마주쳤을 여덟 가지 가치란 내용을 담은 박웅현의 ‘8단어’라는 책에서 착안하게 됐다”며 “14가지 콘셉트를 가진 책방과 향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향에서도 남다르게 신경을 쓴다. 디퓨저처럼 한 가지 타입의 향이 아닌 주제 등을 정해 타입별로 구분한다. 이렇게 분류한 향에 따라 직접 어울리는 책을 고른다. 그는 “책의 이야기에 맞게 꼼꼼히 향을 선별한다”고 했다.


최 대표가 직접 선별해 제작하는 블라인드북. 해시태그로 책을 고른다. (사진=스냅타임)

‘블라인드 북’…스토리를 만든다


선물이라는 성격에 맞게 블라인드 북도 판매한다. 최 대표가 직접 선정한 해시태그를 책의 겉표지에 적으면 사람들이 해시태그를 보고 책을 사가거나 선물한다. 이 블라인드 북으로 기억에 남는 스토리도 생겼다.


그는 “한 남성 손님이 책을 선물하려고 샀다가 다시 책을 바꿔 간 일이 있었다”며 “결국 선물을 전하지 못해 책을 바꿔갔다. 파손 여부만 확인한 뒤 다시 블라인드 북으로 만들어 포장했는데 그 책을 다른 여자 손님이 사갔다”고 했다.


이어 “그 여성 손님이 인스타그램에 이벤트가 너무 좋다는 후기를 올렸다.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없었는데 이상했다”며 “알고 보니 책 맨 앞 페이지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모가 있었다. ‘생각이 나서 너에게 선물해’ 그 남성 손님이 적은 멘트였다”고 했다.


Prescent 14를 들어서기 전 보이는 소개글. 향기를 파는 책방이다. (사진=스냅타임)

“향기에 담은 생각, 작은 위로가 되길”


서점을 운영하는 내내 개인적인 만족도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책과 향, 서점으로부터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꼈으면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인간의 오감 중 가장 감각적, 예술적으로 발달하지 않은 것이 후각”이라며 “조향을 더 문화적, 감각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전시회, 제품 개발, 독서 모임 등을 많이 열고 싶다고도 했다. 최 대표는 이맘때쯤 즐기기 좋은 책으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추천했다. 18세 소녀 세실이 세상에 조금씩 눈떠 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느끼는 방황과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 소설이다.


그는 “따뜻한 느낌의 오리엔탈 타입의 향과 잘 어울린다”며 “이 향과 함께 연말, 연초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책의 이야기처럼 흐르는 향 내음, 책방 곳곳에 배인 그의 섬세함에 따뜻해짐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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