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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없다”…제주 게스트하우스 불법 논란



[게스트하우스의허와실②]
근로계약서 안 써…‘무급스텝채용’허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종합대책 필요

(사진= 이미지 투데이)


지난 6월 대학생 송모씨(26)는 3개월 동안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했다. 한 번쯤은 제주도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스태프로 한 달에 15일, 하루 8시간 정도 일하고 숙식제공과 20만원의 용돈을 받았다. 손님 응대, 빨래, 청소 등이 주 업무였다.

송씨는 “편법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많이들 하는 일이라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한 가지 걱정됐던 건 면접을 전화로만 봐서 가기 전까진 사장이 누군지를 몰랐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무급 또는 적은 급여로 스태프를 채용하는 ‘불법’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지만 이를 단속하거나 바로 세우려는 자정 노력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제주는 관광지라는 이유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이 ‘놀면서 일한다’는 개념을 교묘히 이용해 20대를 현혹하고 있다.

 

여전히 커뮤니티에서는 게스트하우스 스테프 모집에 무급 또는 10~20만원의 유급으로 모집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근로계약서는 없어”…불법 운영 천지

현행법상 이러한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근로의 대가로 숙소를 받는 조건이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다.

숙박업 미등록은 물론 무단 용도 변경 등 불법 운영하는 곳도 많아 지자체나 정부 등에서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농어촌민박 전수조사를 한 결과 실거주 위반, 미신고 숙박업, 무단 용도 변경과 같은 위반 건수가 624건에 달했다.

제주 서귀포시의 A게스트하우스 관리자는 “10만원이 월급이고 숙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며 “아마 다른 곳도 작성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애월읍 B게스트하우스 관리자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해고할 수도 있고 스태프도 근무환경이 맘에 안 들면 수시로 그만두고 있어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며 “어차피 무급스태프만 고용할 것이라서 근로계약서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진호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자원활동가도 아니고 무급스테프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정해진 시간을 일하고 적응을 못 한다고 업체 사장이 해고할 수 있는데 이것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말했다.

오 집행위원은 “자원활동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면 임금을 주고 그 돈으로 숙식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안전도 문제

제주도 내 곳곳에서 게스트하우스가 성업 중인 가운데 일부 숙소는 업종 신고도 없이 불법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 2016년 한국소비자원 여행소비자권익증진센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숙박예약 시스템을 갖춘 도내 게스트하우스 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업소 가운데 8개는 관련 법률에 따른 신고 없이 영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소의 불법·탈법 행위 요소가 급증하자 제주도가 지난 7월부터 전국 최초로 안전인증제 시행에 착수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제주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광객들은 업체 안전성을 검증하기 어려워서 안전인증제가 도움되는 것은 맞지만 전체 업소 중 안전인증을 받은 업소는 0.1%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신청업체들에 대한 보완 후 재심사 등 조기 구제 방안과 신청률 제고를 위한 방안 등 안전인증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여러 실무적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업체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행정 사각지대인데 (농어촌민박에 대한) 제한 근거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대의 게스트하우스 이용률은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2017 방문관광객 실태조사’를 한 결과 21~30세 연령층에서 게스트하우스 비율이 약 23%로 전 연령층을 비교해봤을 때 가장 높았다.

오진호 집행위원은 “이 자체를 낭만, 좋은 인생 경험이라고 볼 수 없다”며 “도 차원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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