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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포비아’…“자취방 가기 싫어요”



20대 92%, 층간소음에 시달려…스스로 입증해야 처벌 가능
‘벽간 소음’ 기준조차 없어 …조정 센터 있지만 역할은 ‘글쎄’

'층간소음이 극에 달했을 때 대처하는 자취생의 방법'이라는 글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자취생으로 살아남기 Facebook)


서울 안암동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정모(26)씨는 옆방 남자가 내는 소음에 괴롭다. 주말 아침부터 여자친구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부터 방귀와 트림 등 생리현상 소리까지 온갖 소음이 벽을 통해 넘어온다.

정씨는 “반복되는 소음에 너무 화가 나서 그만하라는 표시로 벽을 세게 치니까 그 순간 소음이 줄어들었다”며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방에 들어가는 게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이어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들도 대체로 원룸에서 방음이 안 된다고 한다”며 “언젠가부터 소음에 민감해진 나 자신이 계속 스트레스받고 민감해져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파트 층간소음이나 고시원·자취방 등의 옆방소음 문제로 흉기를 휘두르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일어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온 소음문제가 이제 개인 간 갈등에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층간소음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Naver에 '옆방소음'이라고 검색한 결과)


20대 91.7% 층간소음 문제 겪어

20대 이상 성인 남녀 중 열에 아홉은 층간소음을 겪어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층간소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층간소음을 겪어봤다’고 답한 응답자는 91.7%에 달했다.

또 10명 중 5명은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항의해 봤다’는 응답도 51.5%에 달했다. 소음문제는 살아보지 않으면 집주인도 모르는 일이고 검증하기도 어려워 해결이 어렵다.

서울 혜화역 주변에서 자취하는 이모(28) 씨는 “집 계약할 때 집주인에게 옆방소음 심하지 않은 지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조용하다고 말한다”며 “막상 살아보면 건물 구조상 소음을 안 겪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벽간 소음 포함) 전화상담 건수는 지난해 2만2948건으로 2012년 8795건 대비 5년 새 약 3배로 급증했다.

정부 전담 센터 열었지만…실효성 없어

정부가 지난 2012년부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열어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미하다. 직원 수가 23명에 불과해 급증하고 있는 민원 접수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조사결과 2016년 1만9495건에서 2017년 2만2849건으로 늘었다. 상담 인력 1명당 연간 2200여 건, 현장 인력은 1명당 700여 건을 처리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 때문에 센터 해결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민원도 함께 늘고 있다. 게시판에는 ‘통화연결조차 되지 않는다’ ‘2차 분쟁 발생 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글이 대부분이다.

현행법상 경범죄 처벌법에서 악기, 라디오, 텔레비전, 전동기 등으로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자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에 처한다.

층간소음은 2014년 제정한 ‘층간소음 시행령’에 따라 주간은 1분간 43dB(데시벨), 야간은 1분간 38dB 이상이면 층간소음이다. 43dB은 농구공을 바닥에 튀길 때 나오는 소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고의성을 입증해야 처벌을 할 수 있다. 공식 감정을 통해 윗집 소음임을 증명해야 한다. 어렵게 승소해도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변호사비보다 적은 200만원가량에 불과하다. 벽간 소음은 기준조차 없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이웃 간에 직접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이를 중재하는 기관이 센터”라며 “측정한 소음의 수치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위층에 알려줄 수 없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의뢰자가 법적으로 진행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범칙금을 물게 강제하거나 소음가해자에게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어떠한 기관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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