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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열풍과 ‘바이섹슈얼’의 관계

(사진=연합뉴스 '보헤미안 랩소디' 900만 관객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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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천만 관객 눈앞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의 성적지향과 병력도 이슈화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양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 아쉬워

(사진=연합뉴스 ‘보헤미안 랩소디’ 900만 돌파)

가수 ‘퀸’과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죽음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의 흥행 돌풍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누적 관객수는 1월 7일 기준 954만명, 흥행수익은 7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극 중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의 성적지향과 병력도 입방아에 올랐다.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AIDS)로 일찍 생을 마감한 것이 그의 성적 지향 때문이라는 논리들이 심심찮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양성애자(바이섹슈얼)인 프레디 머큐리를 게이(남성 동성애자)로 단정 짓거나 동성애는 곧 에이즈의 상징이라는 혐오 표현들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영화는 인간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전반적으로 재조명한다. 특히 그와 그의 전 연인이자 친구인 메리 오스틴과의 사랑과 우정을 비중 있게 그리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가 메리 오스틴에게 청혼을 하는 장면부터 그의 성적 지향을 눈치 챈 메리 오스틴이 그를 떠나는 장면, 프레디 머큐리에게 동성 연인이 생기고 메리 오스틴과 평생의 친구로 남는 장면 등을 세밀히 묘사한다. 시대가 사랑한 예술가였지만 이민자이자 성소수자로서 평생을 외로움에 맞서야 했던 이면의 이야기를 심도있게 담아냈다. 이후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사망했다는 자막으로 마무리된다.

시간이 흘러 그를 죽음에 몰아넣었던 에이즈는 이제 매일 알약 복용으로 예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동성애자만 걸리는 병’, ‘문란한 사생활이 낳는 질병’이란 편견과 사회적 낙인은 지금까지 선명히 남아 있다. 영화가 개봉한 지 수 달이나 지났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동성애와 에이즈의 위험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온라인 게시글과 언론 기사들이 계속 양산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우선 영화에서는 프레디 머큐리를 양성애자로 묘사하지만, 수많은 언론들은 그를 동성애자라고 단정 짓는다. 모 매체에서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에이즈의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주는 교훈’이란 제목의 칼럼을 실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동성애 하다 에이즈가 걸려 인생 망했다’란 내용의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공유됐다. 이에 대학성소수자모임 연대 큐브(QUV) 등 인권 시민단체들은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이야기를 전유해 성소수자 혐오를 재생산하는데 이용하는 언론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바이섹슈얼 프라이드 플래그 검색)

성소수자들과 인권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이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획일적으로 재단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유감을 드러냈다.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소개한 김수민(가명·34)씨는 “프레디 머큐리를 게이라고 단정 짓는 기사들을 보면 양성애자들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양성애자는 이성애와 동성애의 중간 상태이거나 변화하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양성애자들의 존재가 동성애자들에 비해 덜 가시화 됐다는 이유로 우리들의 존재를 지우거나 왜곡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혐오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동성애자 아니면 이성애자, 둘 중 어느 하나여야 된다는 식의 이분법적 생각을 많이 한다”며 “거기에 동성애자를 욕하고 싶고 남성은 여성과 엮여야 한다는 편견이 모두 겹쳐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실제 삶도 무시한 채 양성애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프레임이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성애자라고 해서 무조건 여성과 남성을 한 번에 사랑하거나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이라 여기는 편견은 그들이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동성애와 에이즈를 연결 짓는 언론의 보도 행태도 비판했다. 김 소장은 “이미 한국질병관리본부가 HIV/에이즈의 감염경로를 성 정체성과 연결해 차별적 인식을 강화하지 말라는 권고를 발표했음에도 많은 언론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에이즈는 이미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평범한 만성질환 중 하나가 됐고 치료 백신 개발도 막바지 단계인데도 동성애 병이라는 편견이 남아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공교육과 성교육이 인권감수성 측면에서 좀 더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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