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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가 희망이다]2030 “갑질 문화 지겨워…철밥통 안 하면 그만”

스펙 갖춰 취직...갑질문화로 '퇴준생' 돌아가
초년생 울리는 '상명하복'문화
세대 차이 인정, 정당한 대우 업무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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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청년취업 두드림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모스펙타쿠스'(자격증·학점 등 스펙에 매달리는 취업준비생), ‘고시오패스'(고시생+사이코패스)

고용절벽 속 취업난을 겪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비유하며 생겨난 신조어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률 증가폭, 약 20년 만의 최다 실업자 행진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고용 현실 속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선택하는 등 회사에 등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냅타임이 2030 퇴준생(퇴사+취업준비생) 청년들을 만나 속마음을 들어봤다. 이들 대부분은 억압적인 상명하복 식 업무 수행과 성차별, 잦은 야근과 회식 등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견디지 못해 퇴사를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권위주의적 기업 의사결정 구조와 지나친 취업경쟁이 낳은 ‘일단 들어가고 보자’식 진로 선택 문화를 뜯어고치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퇴사 요인, ‘더 나은 직장 문화’ 원해

청년 고용률이 최악으로 치닫는 추세다. 통계청은 지난 9일 발표한 ‘2018년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 7000명이 느는데 그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8만 7000명)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연간 실업률은 3.8%로 2001년 4%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이같은 고용한파에도 얼마 일하지 않고 이직하거나 퇴사를 선택하는 청년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임지혜(28세·여) 씨는 1년 간 일한 회사를 지난해 그만뒀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이름만 대면 다 알 법한 유명 패션·명품 브랜드 기업이다. 임씨도 처음에는 그 어려운 취업 준비 여정이 끝나고 사회의 일원이 됐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러나 입사 6개월 후, 그가 얻은 건 과도한 업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 건강악화 뿐이었다.

상사의 잘못을 떠안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상사는 명령만 했고 지시에 따른 업무는 임씨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억울해도 처음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사가 내린 잘못된 결정에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 뿐 아니다. 갑작스레 병원을 가거나 다른 약속이 생기는 등 자리를 비우면 뒷담화의 대상이 됐다. 고작 이런 직장생활을 누리려고 취업 바늘구멍을 뚫으려 노력한건가 자괴감에 빠진 그는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기위해 다시 대학에 편입해 공부를 시작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소비 시간 ‘집<회사’…사내 정당한 대우 자존감과 ‘직결’

김진영(가명·27세)도 지난해 10월 회사를 나왔다. 퇴준생 신분으로 3개월 째 지내다보니 금전적 여유가 없어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보다 나은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 역시 회사를 다닌 6개월 사이 많은 일을 겪었다. 남직원 비중이 높은 회사를 다닌 김씨는 상사·동료들 사이 시시때때로 오가는 성적 농담, 부하직원에 대한 인신공격을 참는 게 거북했다고 말했다. 이런 회사에서 의미 없는 커리어를 쌓는 게 시간 아깝게 느껴졌다.

특히 청년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다니던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실망해 이직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층 이직 결정요인 및 임금 효과 분석’에 따르면 청년층 근로자 7987명 중 59.7%(4768명)가 이직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53.2%는 첫 일자리 진입 후 10년 만에 이직을 택했다. 평균 이직횟수는 2.13회였고 최대 12회까지 이직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근로자도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무와 전공간 불일치가 큰 청년일수록 이직 가능성이 높았다.

획일적 조직문화 타파 必…다양성 존중 필요

청년들은 늘어나는 ‘퇴사 러쉬(Rush)’를 막기 위해 기업의 위계적, 획일적 조직문화가 우선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결정자 위치에 오른 기성세대가 먼저 세대 간 차이를 인정하고 무조건적인 복종·집단 중심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 회사에서 일하다 최근 대기업으로 이직한 송준영(28) 씨는 전보다 지금이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말단 사원의 목소리도 존중해 주는 직장 상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완전히 수평적이진 않아도 최소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니 애사심도 생기고 업무 효율성도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송 씨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 있고 낙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금 회사를 움직이는 세대가 앞으로 회사의 중심이 될 우리 세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전임교수는 이 현상에 대해 “한국의 기업 문화가 지닌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라며 “단기간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다보니 기업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명목으로 인권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모든 시간을 직장에 쏟는다. 회사 내의 생활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당연히 직장 내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자존감도 생기고 존중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데도 이같은 퇴사 현상이 나타나는 건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권위주의, 수직주의적 직장문화가 담고 있는 문제점들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조직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만 “묻지마 취업경쟁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적성과 기업의 조직 문화 등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여러 여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연봉이 높고 인지도가 높은 직장에 무조건적으로 입사하려는 것도 문제”라며 “대학 내 취업멘토링 프로그램과 정책 등을 잘 활용해 진로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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