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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청진 오징어'입니다"

(사진=사부작팀 제공)


“I'm from North Korea. So what?(저는 북한에서 왔습니다. 그런데요?)”

서울 신촌의 한 팟캐스트 지하 녹음실. 작은 방에 다섯명이 옹기종기 모여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녹음보다는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 처럼 가깝다고 생각할 정도로 즐거워 보인다. 인터뷰를 "허락해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다섯시가 됐다.

개성도 제각각이다. 이들은 ‘사’이좋게 ‘부’칸 친구와 함께하는 ‘작’은 밥상이란 팟캐스트 운영하는 '사부작' 멤버들로 시작 5개월 만에 누적 조회 수가 5만 회가 넘었다. 소소한 남북한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곳은 전부 20대 대학생이 직접 일군 방송이다. 앞으로 북한이탈주민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외치는 이들, 스냅타임이 만나봤다.

'천안 호두과자'와 '회령 갈비찜'

‘청진 오징어’, ‘수원 왕갈비’ 그리고 ‘천안 호두과자’. 바로 팟캐스트 방송 출연자의 독특한 별명이다. 이들은 상대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출신 지역과 음식 이름으로 별명을 짓는다. 방송 첫머리에 출연자의 출신 지역과 음식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환기한다.

물론 밥상이라는 주제와 연관이 있지만 이 안에는 사부작 팀의 뚜렷한 목표가 담겨있다. “저는 북한 출신입니다. 그래서요?(I'm from north korea. So what?)”가 바로 그 메시지다. 천안 호두과자(23)는 "보통 부산 출신과 평양 출신이라고 말할 때 받는 느낌이 다른 것처럼 사람들이 북한이라면 생소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촌 근처에서 만난 사부작 팀원들(사진=스냅타임)


팟캐스트 선택 이유, '익명성'이란 장점 커

시작 무렵, 채널 선택과 출연자 보호를 어떻게 할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컸다고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신상 보호가 중요해 유튜브는 자연스레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대구 막창(25)은 "얼굴도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나가니 출연자 입장에서 익명성도 보장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할 수 있어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고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져 팟캐스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 금전적인 면보다 사실 출연자 섭외가 더 어려웠다. 어렵게 섭외한 첫 방송 출연자가 지인들에게 팟캐스트 출연을 권하면서 섭외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이후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상당 부분 걱정이 줄었다.

사부작에 출연한 북한이탈주민에게 방명록처럼 출연 소감이나 하고 싶은 말을 메모장에 받는다. (사진=사부작 제공)


남북한 주민, 모두 함께 웃고 우는 이야기들

수원 왕갈비(25)는 기억에 남는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북한이탈주민이 처음으로 남한 사회에 정착해 버스를 탈 때는 가방을 갖다 대면 삐 소리가 나고 탑승을 할 수 있다고 배웠다. 버스에 처음 타는 날, 가방을 갖다대니 소리가 안 났다. 남들처럼 엉덩이도 대봤는데 마찬가지였다. 결국 뭐 하냐는 기사의 눈총이 쏟아지면서 쫓겨나야만 했다. 그 자리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탈북민을 딱 가려내고 안 태워준다”며 하소연을 했다는 웃지못할 남한 사회 적응기를 소개했다.

한국에 오는 순간까지 옆에서 3명의 사람이 죽는 것을 봤다는 스토리도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느낌을 받기 쉽지 않아 이 말이 더욱 마음 아팠다”고 멤버들은 입을 모았다.

사회 혁신 학회에서 만나 팟캐스트까지

어떻게 만나 팟케스트를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사부작팀은 모두 연세대학교 사회 혁신 경영 학회인 '인액터스(ENACTUS)'에서 만난 친구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학회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북한이탈주민 이슈를 접했다. 미투(Me too) 운동 같은 사회적 움직임이 활발했던 시기라 자연스레 이 문제에 호기심이 생겼고 북한이탈주민을 직접 만나 보기 시작했다. 팀원 모두는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면서 낯섦과 오해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발로 뛰며 만나보았던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도 힘들지만 사회적 편견, 차별을 마주하는 것을 더 힘들어했다고 회상했다. 그들이 느낀 것처럼 북한이탈주민을 대면할 기회가 없는 남한 사람들로 범위를 확대해 편견을 점차 없애보자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하나 둘 모여 어느새 7명의 팀원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너 아직도 사부작 몰라?”라고 물어볼 만큼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경험한 방송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구 막창은 "너무나 다른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공통분모가 되고 북한이탈주민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종완 장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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