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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7일]체중감량 대신 생리통이 사라졌어요

 



7일 간 탄수화물 없이 살아보니

한국음식 먹을 거 없어 허기짐 증가

몸무게 변화는 없지만 식욕 억제 효과 있는 듯 

시작 전 미리 먹어둔 탄수화물들 (사진=스냅타임)


"너 헬스장 다닌다는 소리 말고 먹는 탄수화물 반만 끊어도 살 빠지겠다."

이 모든 건 기자의 친오빠가 습관처럼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말만 하지 말라며 날린 일침에서 비롯됐다. 365일 중 300일 이상 헬스장을 드나드는 우리집 자기관리남의 콧대를 꺾어주겠단 생각에 일주일 만이라도 탄수화물을 끊어보기로 다짐했다.

기자는 한식과 면을 지극히 사랑하고, 라면 먹으면 밥 말아먹어야 하고, 밥 배·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고 말하는 탄수화물 성애자다. 회 먹으면 매운탕으로 입가심하고, 고기는 밥에 먹어야 제맛 아닌가. 나처럼 ‘탄수화물 파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알 듯하다. 그렇게 잠시 '탄수화물 파티'를 접어두고 일주일 금욕 생활에 돌입했다.

탄수화물로 채우던 배를 고기로 채워버렸다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유의미한 변화 역시 적지 않았다.

새해 첫날의 떡국(?)과 버섯, 삶은 계란 (사진=스냅타임)


'한국인은 밥 심?'… 사실

하필 시작하는 날이 12월 31일이었다. 점심에 동료들과 밥 대신 샐러드를 먹으며 어찌어찌 2018년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지만 새해 첫날부터 고비가 시작됐다. 매해 첫 날 가족들과 빠지지 않고 먹는 떡국을 마다해야만 했다. 고민하던 기자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떡국이라 쓰고 계란국이라 부르는 떡 없는 떡국을 먹으며 속을 달랬다.

집 냉장고는 기자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지 못했다. 냉장고 안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밥 위에 올려먹기 위해 만든 반찬류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전자는 못 속인다고, '한국인 밥심'이라 믿는 가족 문화가 냉장고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없는 대로 계란 삶아 먹기, 버섯 구워먹기를 수일 반복했다.

밥심이 없으니 무기력하고 만사가 귀찮았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하염 없이 누워있고 싶었다. 저녁에는 배가 고파 잠이 안 왔다.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얼마나 밤잠을 설쳤는지 모른다.

최애 유튜버 '도로시'님의 행복한 비빔밥 먹방 무한 반복 (사진=dorothy youtube)


먹방 유튜브 보는 습관 심각해져…

잠이 안올 때면 유튜브 ‘먹방채널’을 찾았다. 사실상 자학행위다.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라면 5봉지를 거뜬히 먹어치우고, 비빔밥에 청양고추를 넣어 3인분씩 먹는 유투버들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 영향에 지난 일주일 간 기자의 주변 지인들은 ‘비빔밥이 먹고 싶다’는 기자의 절규를 수천번이나 들어야 했다.

 

고기 반찬(사진=스냅타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듯 탄수화물 없으면 고기로 

나흘이 지나니 해결 방법을 터득했다. 탄수화물로 채워주지 못한 만족감을 고기로 달랬다. 거의 모든 식단에 고기를 포함하면 괜찮았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약속 자리를 가도 무조건 고기 음식을 먹었다. 허기짐을 달랠 견과류와 치즈도 가방에 챙겨 다니며 틈틈이 먹었다. 다이어터들이 말하는 조금씩 자주 먹기의 미학을 기자도 모르게 실천하게 됐다. 틈틈이 물을 많이 마셔주는 것도 탄수화물을 생각나지 않게 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됐다.

퇴근 후면 편의점으로 향하던 발길도 뚝 끊어졌다. 편의점에 판매하는 거의 모든 음식이 탄수화물 덩어리라 손을 댈 수 없었다. 삼각김밥, 샌드위치, 라면, 과자, 빵 등 머릿 속에 아른거리는 ‘최애’ 음식들을 보며 고문을 받느니 안 가는 편이 정신 건강에 나았다.

음식총량 지키니 몸무게 변화는 없어…

일주일 후. 몸무게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었길 기대하며 체중계에 올라갔지만 변한 건 없었다. 빠진 탄수화물 자리에 다른 음식들을 욱여넣어서였나 보다.

다만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 ‘비빔밥’을 연방 외치던 지난 일주일과는 다르게 식욕도 좀 줄었다.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수확인데 생리통도 사라졌다. 항상 가방 안에 진통제를 들고 다니며 생리통을 겪어왔지만 작심칠일이 끝나자마자 시작한 이번 달의 마법은 아무런 고통 없이 지나는 중이다. 아마 즐겨 먹던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니 생긴 효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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