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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7일] 내 피는 수분이 아니라 '카페인'이 분명하다



커피에게 잠 대출...밀린 수면을 '상환'
예민으로 점철된 날들...괜히 했다는 후회 가득
작심7일 프로젝트 성공, 변화도 느껴


일찍 죽고싶으냐고 물었던 친구의 표정 (사진=커뮤니티 사진 갈무리)


"너 일찍 죽고싶어?" 작년 여름, 내 커피 하루 섭취량을 듣고 질겁을 한 의대생 친구가 말했다. 만나는 내내 침 튀기는 조언을 듣고 언젠가는 꼭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새해에는 어김없이 계획과 다짐의 연속 아니겠나. 신년도 됐겠다 이 찰나에 커피를 끊어보기로 했다.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7일이 7개월로 느껴질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순탄치 않은 시작..."나 안 괜찮아"

시작 첫날부터 고역이었다. 하루에 아메리카노 다섯 잔을 먹어도 잠만 잘 자는 나였다. 친구의 조언이 괜히 비롯한 것은 아니었다. 물처럼 마시던 커피를 끊으라니. 업무 중에 눈이 절반은 감겨있었다. 회사 동료들의 걱정이 이어졌다. “휘야 괜찮아?” “아니, 아니. 나 안 괜찮아.”

남들은 커피를 끊으면 개운하다는데 왜 나는 그동안 숨어있는 피로가 몸으로 누적되는지 통 모를 일이었다. 하품 쩍쩍에 잔뜩 예민하기까지. 회의 시간은 언제 피로와 예민으로 점철돼 있었다.

커피를 끊은 이틀 차부터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고 단 10분이라도 낮잠을 꼭 자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식곤증을 이겨내질 못했다. 집으로 가는데 오히려 피곤함이 더 쌓이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잠이라도 대출 받았나. 카페인을 끊어서인지 잠을 매번 깊게 잘 수 있다는 것 하나는 좋았다.

커피를 끊고 나니 피로 때문에 잔뜩 예민해졌다. 오타도 잔뜩이다. (사진=스냅타임)


커피 향 맡고나니 이별 증후군 제대로 찾아와

나흘쯤 되니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입이 심심하니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한 덕이 컸다. 메밀차, 둥굴레차, 보리차 안 먹어본 차가 없었다. 점점 몸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이틀째보다 피로감이 덜했다. 일단 작심삼일은 이겨낸 것이다. ‘이대로라면 커피 끊을 수 있겠는걸?’ 약간 거만해졌다.

다부지게 마음먹은 6일 차, 토요일 주말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자연스레 카페로 직행했다. 난 괜찮다며 당당하게 녹차라떼를 시켰다. 친구들은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이쯤이야 뭐 가볍지. 코웃음을 친 게 실수였다.

헤어진 애인도 이렇게 절절하게 생각났었나. 애꿎은 커피와 우유의 고소한 향이 그날따라 코끝을 찔렀다. 친구들 앞에서 커피 끊고 있다고 너무 당당하게 내뱉은 탓이다. 괜찮은 척 하는 게 더 괴로웠다.

챌린지 중반 쯤 나를 너무나 괴롭게 한 커피. (사진=스냅타임)


일주일 어쨌든 성공, 섭취량도 줄어

그래도 어물쩍 일주일 끊기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의지박약은 아니구나 싶어 나름 성취감이 컸다. 끊는 기간 동안 몸의 변화를 느꼈다. 전보다 확실히 깊은 수면을 취했고 일주일 후반쯤에는 오후에 커피 없이 맑은 정신으로 지냈다. 덕분에 요즘 커피 마시는 양도 훌쩍 줄었다.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커피는 하루 세잔이 적당하다고 한다. 5-6 잔을 마셔도 피곤해하던 내가 이제는 한잔이면 충분히 각성이 된다.

어찌어찌 이렇게 기해년(己亥年) 소소한 목표 하나를 성공했다. 이 고통은 작심 7일이면 충분한 것 같다. 새로운 다짐이 생겼다면 기왕 커피를 줄인 겸 꾸준히 유지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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