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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의 외침 "이성만 교제하나요?"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자신을 중학교에 재학 중인 동성애자라고 밝힌 한 학생이 ‘초·중·고 교과서에 이성 친구라는 단어를 고쳐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었다. 그는 “제 존재가 학습의 장에서 부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성 친구·이성 교제를 애인·연인·연애와 같은 말로 변경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이 글이 올라온 후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사람들과 "일부 성소수자를 위해 교과서까지 바꾸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다"는 상반된 의견으로 나뉘었다.

실제로 일부 중·고등학교 도덕과 기술·가정, 윤리 교과서에는 이성 교제, 이성 친구라는 이성애 표현이 명시해 있지만 동성애는 조금 언급되는 수준에 그친다.

(사진=J출판사 2015 개정 도덕교과서)


한 출판사가 만든 중학교 도덕 교과서다. “나의 아름다운 사랑을 위한 구체적인 이성 교제 약속 선언문을 완성해 보자”. 청소년기 이성 친구와 어떻게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해 나갈지 학생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괄호 안에 적어야 한다.

교과서는 소단원 제목부터 내용까지 모두 이성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 청소년의 발달 단원에서도 ‘건전한 이성 교제’, ‘바람직한 이성 교제’ 등 이성애 중심의 표현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한 네티즌은 "학교 보건시간과 가정시간에 당연하다는 듯이 이성애자 교육을 실시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쏟았다. 성 소수자 청소년을 고려한 교과 수업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소개한 최성현(가명·27)씨는 “교과서가 내 인생을 부정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자신의 성정체성이 고민되거나 동성 혹은 또 다른 성에 사랑을 느꼈을 때 관련한 지식을 습득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차별·괴롭힘 두려워…청소년 성소수자 '침묵'

전국 6000개가 넘는 초·중·고등학교와 시·도교육청은 위클래스(Wee class)와 위센터(Wee center)를 통해 학생의 다양한 고민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위센터 관계자는 "학생이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고민을 호소하면 상담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성소수자 청소년에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청소년 성소수자의 92%가 성소수자임을 숨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임이 드러나면 학교에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학생으로부터 혐오 발언을 하나라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92%에 달했다.

학교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배운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48%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이 중 13.5%는 성적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내용을 배웠다고 답했다. 대다수 학교가 청소년 성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상담심리교육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수는 “발달 적으로 대다수 학생이 이성에게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동성도 이성애와 같은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며 “그 감정을 이성과 동성으로 나눠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성 교제라는 것이 일상적인 용어이기는 하나 교과서 등 공식적인 부분에서 우려가 있다면 다른 말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2015년 개정 도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모 교수는 "교과서가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교과서 일부 단원이 아닌 전체를 보면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성과 사랑, 인간 존중 단원에서 진정한 사랑의 감정으로 교제해야 한다, 편견과 차별을 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충분히 담아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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