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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의 키워드]인종차별·올가미 논란…’미닝아웃’ 외면한 패션계

버버리·구찌, 인종차별·자살 패션 논란
품질 대신 가치 보는 '미닝아웃' 소비 증가
시대착오적 발상에 명품 브랜드 보이콧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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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해보려 합니다.

최근 런던 패션쇼에서 선보였다가 ‘자살 패션’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버버리의 후드티. (사진=뉴시스)

구찌의 ‘흑인 비하 패션’ 등 전통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인종차별 논란으로 잇따라 구설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영국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에서도 런던 패션쇼에서 선보인 후드 티셔츠의 목에 ‘자살’, ‘교수형’ 등을 연상케 하는 올가미 모양 매듭 장식을 달아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고 해당 제품들을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했지만 여파가 금방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식이 급속히 퍼지면서 유명인들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들 브랜드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먹고’, ‘입고’, ‘걸치기’ 위해 가성비와 전통, 품질만을 따져 소비를 하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이들의 ‘시각적 취향’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관’까지 읽어내야만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사회적 가치관과 신념을 소비를 통해 표현하려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전세계적 트렌드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수십, 수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 기업도 이같은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격·품질 대신 ‘가치’에 지갑 연다…’미닝아웃’ 소비 대세

미닝아웃은 ‘신념’을 의미하는 ‘미닝(Meaning)’이란 단어와 ‘벽장 속에서 나오다’란 뜻을 지닌 ‘커밍아웃(Coming out)’이란 단어를 결합해 탄생한 신조어입니다. 자신이 간직한 정치적, 사회적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 행위를 통해 표현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인식 변화를 촉구하려는 문화적 행태를 말하죠.

2019년을 사는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기업에 지갑을 열고, 그에 맞지 않는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는 거릅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2030 청년 세대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 세대가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생각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라왔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과 신념, 의견을 타인에게 표현합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은 이같은 현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죠. 청년들은 자신의 SNS에 해시태그(#)를 달아 다양한 현안에 목소리를 냅니다.

아울러 소비를 자신의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여기는 문화적 트렌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정치,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브랜드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 소비는 당당히 거부하고, 친환경·성평등·인종 간 화합 등 가치관을 구현해내려는 기업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려 합니다. 또 이를 SNS 해시태그로 적극 알려 타인의 동참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디올의 ‘We Should All Feminist(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 티셔츠 (사진=디올)

미닝아웃 소비의 중심 패션계…’메시지 패션’ 화두 

미닝아웃 활동은 최근 들어 더욱 생활 속 깊이 자리잡아 소비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계는 미닝아웃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특정 가치관을 담은 슬로건을 표방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패션계의 화두가 ‘메시지 패션’이었을 정도입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 디올에서 이같은 현상을 먼저 포착해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는 문구가 담긴 티셔츠를 선보여 미닝아웃 소비에 탄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많은 유명인들이 해당 티셔츠를 입어 인증샷을 올렸고 비슷한 가치관을 담은 다른 업체들의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기도 했죠.

국내에서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아이템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마리몬드 제품, 수익금 일부를 유기 동물을 위해 쓰는 ‘SAVE US'(세이브 어스) 상품 등이 지금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패션과 광고 분야는 소비자의 동향을 발 빠르게 읽고 반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달라지는 사회의 흐름과 변화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닝아웃족을 사로잡고자 사회적 공헌 활동 및 캠페인에 열을 올리는 움직임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흑인을 인종차별적 이미지로 표현해냈다는 논란에 직면해 판매가 중단된 구찌의 스웨터. (사진=인스타그램화면 갈무리)

명품 브랜드의 시대착오…인종차별·자살패션 뭇매에 보이콧

그럼에도 명성과 전통, 고가(高價)를 표방한 주요 해외 명품 브랜드 기업은 이같은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자살 패션’, ‘노예 패션’ 논란에 직면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품업계의 ‘무개념 디자인’에 분노해 패션계 전반에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버버리는 지난 15~19일 영국에서 열린 런던 패션 위크에서 후드가 달린 의상을 선보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털이 달린 따뜻한 겨울 의상에 달린 후드 끈과 매듭이 모델의 목에 올가미를 걸어둔 것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죠.
쇼에 출연한 모델 리즈 케네디는 지난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의상 사진을 올려 문제를 먼저 알렸습니다. 그는 “자살은 패션이 아니다. 화려하거나 멋지지 않다. 이번 쇼가 청년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에 주안점을 뒀던 만큼 말한다”며 “특히 어린 층을 겨냥한 이번 라인에서 어떻게 이 제품을 간과하고 (통과시켜도)괜찮다고 생각한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분노에 마르코 고베티 버버리 CEO는 이틀이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2019 가을·겨울 시즌 런웨이 컬렉션 ‘템페스트(tempest)’에서 선보인 옷 중 하나에서 발생한 논란에 깊이 사과한다”며 “해당 제품은 컬렉션에서 빠졌으며 관련 이미지도 모두 삭제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흑인 비하 논란으로 판매가 중단된 프라다의 키링. (사진=프라다)

버버리 논란이 빚어지기 불과 며칠 전에는 구찌,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의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구찌는 최근 흑인 얼굴을 형상화한 스웨터를 출시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사과 성명을 내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목부터 눈 아래까지 부위를 덮는, 입 주변에 구멍을 내고 붉은 입술 패턴을 새겨넣은 검정 스웨터였습니다. 이 옷은 지난해 2월 열린 ‘2018 가을·겨울 패션쇼’에도 등장해 검정 피부에 커다란 입술로 상징되는 흑인의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사과 성명을 내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즉각 중단했지만 래퍼 솔자보이, 러셀 시몬스 등 할리우드 유명 흑인 스타들이 모든 구찌 제품의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떨어진 위상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서 프라다에서도 지난 달 흑인의 얼굴을 인종차별적으로 묘사한 키링(Key Ring·열쇠고리)을 출시해 곤욕을 겪었습니다. 돌체앤가바나(D&C)에서도 지난해 중국인 여성이 젓가락으로 피자와 파스타 등 음식을 먹는 모습을 광고로 우스꽝스럽게 연출한 뒤 강한 반발에 직면해 중국 상하이 패션쇼가 취소된 바 있습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명품 패션업계에서 이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와 관련해 “이러한 실수가 업계 내부에서 반복되는 이유는 기업 의사결정조직 내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계 헤드헌팅 업체 스펜서 스튜어트가 S&P 500 상위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전세계 소비층을 사로잡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다”며 “소수 인종이 관리자에 의해 대표되는 비율이 지난 5년~10년 사이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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