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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여 신청 못 해”…생리공결 시행 12년, 변화 없는 현실

12년전 인권위 생리공결제 교육부에 권고
아직도 대학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한 생리공결제
전문가, 과도한 경쟁이 타인을 믿지 않는 문화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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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 투데이)

이상희(가명·26·여) 씨는 매달 생리통을 심하게 앓는다. 생리를 할 때마다 진통제 없이는 견디지 못할 만큼 극심한 통증을 겪는다고 했다. 이 씨는 “생리하는 날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몇 주 전부터 ‘생리 전 증후군’ 때문에 컨디션이 확 나빠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리통이 두통이나 요통으로 오기도 하고, 배를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픈 사람도 있다”며 생리공결제는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생리공결제는 생리통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수업에 참석할 수 없을 때,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교육부에 생리공결제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면서 도입됐다. 생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석했음에도 이를 결석으로 처리하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초·중·고·대학교에 모두 도입됐으나 대학에서 가장 논란이 됐고, 최근까지 자리잡지 못하고 있어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냅타임이 대학생들을 만나 생리공결제에 대해 들어봤다.

인권위 권고 이후 12,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생리공결제

인권위의 권고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생리공결제를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여러군데 있다. 서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의 학교는 여전히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서강대는 인권위 권고 이후 2007년 한 학기 시범 운영하였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남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돌연 폐지했다.

2017년부터 생리공결제를 도입한 한국외대에서는 지난해 7월 생리 날짜를 전산으로 입력해서 처리하는 방안을 총학생회가 공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생리를 한 달에 두 번 할 때도 있고, 불규칙하게 할 때도 있는데 여성의 몸을 왜 검열하려고 하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한국외대는 생리공결제 전산화를 보류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생리공결제가 도입된 학교에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사례 많아

이미 생리공결제가 도입된 학교도 운영 과정에서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예컨대 고려대의 경우 생리공결제를 유고 결석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고려대 재학생인 한소민(가명·23·여) 씨는 “생리공결제 등 제도와 수강생의 건강 상태와 관계 없이 자신의 수업에 빠지면 무조건 결석으로 처리하는 교수들이 있다. 교수의 평가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한 몫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 씨는 “특히 생리통으로 아픈 것도 서러운데 매달 아픈 걸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교수님도 계시고, 남성인 교수님들의 경우에는 증명 서류를 내미는 것이 수치스러울 때가 있다”며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게 교육 당국 차원에서 운영 실태 점검을 해야 하는데, 다들 혹독한 경쟁을 하다 보니 더욱 민감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요즘 대학생들이 다 결석으로 인한 출석 점수 1점 감점도 취업에 영향을 끼친다는 불안감이 심한 것 같다”며 “물론 일부 제도를 남용해 피해를 주는 사례도 있지만, 부작용 없는 정책은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또 “빡빡한 출석 기준이 마치 생리공결을 특혜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전문가, 과도한 경쟁이 타인을 믿지 않는 문화 만들어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생리공결제 시행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로 과도한 경쟁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가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기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조성하기 때문에 타인을 믿지도 않고, 타인의 차이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모두가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러한 고민은 하지 않고 생리공결제를 악용할 위험성만 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애초에 수업에 결석하면 학생 본인이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결석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피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이 문제를 건강권 문제로 확대해서 바라봐, 누구나 몸이 안 좋으면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월 1회에서 2회 정도 빠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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