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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식 왜 가요”…청년 취업난에 마음·시간적 여유 없다

인턴기자 대학 졸업식 가보니
형식적인 학위수여식, 시간낭비일뿐
청년 취업난에 졸업식 갈 여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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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총장님을 포함해서 학교에 높으신 분들이 한 명당 최소 10 분씩은 말씀하시잖아요. 모 기업 사장님이라는 선배들도 오셔서 축사도 하시고요. 솔직히 다 좋은 말씀이겠지만, 너무 허례허식 같고 끝까지 듣고 있을 여유도 없네요”

고려대 졸업식에서 만난 강진호(가명·26) 씨는 졸업식이라 학교에는 왔지만, 졸업식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취업준비도 해야하고, 알바도 하고 있어서 행사 순서에만 집착해 길게 늘어지고 지루하기만 한 학위수여식에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많은 대학이 졸업식을 진행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스냅타임 인턴기자 2명도 마침 이날 각자의 대학 졸업식에 참여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직접 확인한 졸업식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학교 본부가 주최한 학위수여식 등 졸업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현저히 줄었다. 졸업식에 아예 참석하지 않거나 캠퍼스 생활을 추억할 사진 몇 장만 찍고 바로 자리를 뜨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학 졸업식에 주인공인 학생들이 사라져가는 풍경에는 형식적이고 지루한 학내 행사와 극심한 청년 취업난 등 여러 원인들이 얽혀 있었다.

(사진=스냅타임)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학위수여식 행사장

◇형식적 학위수여식 지겨워…”재미없고 뻔해”

25일 고려대에서 열린 졸업식. 캠퍼스는 졸업 가운을 걸치고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과 가족들, 꽃다발과 주전부리를 판매하러 모여든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모인 사진사들도 수십 명이 모여 소리치고 있었다. 특히 학교의 상징 건물이나 학교 깃발 앞에도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졸업생들과 가족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반면 같은 시각 ‘졸업식의 꽃’이라고 불리던 학위수여식은 행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가 지나났는데도 학생들이 채워지지 않아 빈 좌석들이 가득했다.

학위수여식은 총장의 인사말에만 10분 이상을 할애했다. 뒤 이어 동문들의 축사 등 여러 행사들이 뒤를 이었다. 무대에 울려퍼지는 릴레이 축사에 응답하는 관중들은 거의 없었다. 학위수여식에 참여한 몇몇 되지 않는 학생들마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휴대폰을 보기 바빴다.

같은 날 성균관대에서 열린 졸업식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대표로 학위를 수여받는 학생들이 무대로 걸어나와 총장과 악수를 하는 장면만 수십분 가량 연출됐다. 이날 캠퍼스는 외국인 졸업생들로도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학교는 이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한 이렇다 할 행사도, 축사 한마디도 마련하지 않았다.

졸업생 조승희(가명·26·여) 씨는 “사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졸업식에 잠깐 온 것이다”라며 “행사 자체는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고, 그런 행사는 고등학교까지 많이 겪어 와서 별다른 감흥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졸업생 신재혁(가명·27)씨는 “전체 학위수여식은 표창을 받는 일부 학생들을 위한 행사라 굳이 박수쳐주러 참석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재학생 한세아(가명·24) 씨는 “요즘에는 다른 선배들도 전체 학위수여식보다는 단과대나 학과 학위수여식에만 가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라며 학생회나 동아리들도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러 개별 단과대 행사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학위수여식에 참여한 졸업생들의 가족들도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 졸업생의 어머니인 장경자(가명·52·여) 씨는 “딸이 시간이 없어서 반차를 내서 간신히 왔는데, 사진이라도 많이 찍고 가야 할 것 같았다”라며 “졸업한 지 삼십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학위수여식이 재미없고 뻔한 이야기만 이어지는 것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사진=스냅타임) 졸업식에 행사장 보다는 학교 외부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졸업생들의 모습

◇청년 취업난에 마음·시간적 여유 없어 불참

취업준비 등 바쁜 삶에 치여 시간·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졸업식에 불참한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졸업생 김경찬(가명)씨는 “취업을 준비하느라 자주 휴학을 하다 보니 동기들이 이미 다 졸업해버리고 혼자만 남아 이번 졸업식에 불참했다”며 “대학을 다녔다고 할 만한 졸업식 추억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게 아쉽지만 취업이 먼저 아니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졸업생 최성우(가명)씨도 “취업 준비 중이라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 준비 등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그래도 졸업식에 잠깐이라도 들러 학위복을 입고 가족, 친구들과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 때 시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우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은 “확실히 학위수여식에 사람들이 적게 온다는 것은 이 행사가 매력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루한 어른들의 축사가 연속이다보니 졸업식 행사의 주인공이어야 하는 학생들이 사라진 졸업식의 본질적인 의미가 많이 퇴색된 행사”라고 말했다. 또 “취업난으로 인해 학생 사회가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캠퍼스에 있으면서 학생들이 준비한 재미있는 현수막도 많이 보고, 학생들이 직접 졸업을 위해 준비한 공연을 하는 것을 보면서 학위수여식도 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스냅타임

[김보영 기자·공태영 정성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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